ⓒ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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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서울 서초구 법원 인근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폐기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행부 차원의 삭발식을 가진 데 이어 거리투쟁까지 불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변협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세무사법 개정이 변리사·노무사 등 유사 직역 간의 갈등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가 폐지되면서 변호사가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에는 변리사 자격만 남았다. 대한변리사회는 17대 국회 이래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허용을 위한 변리사법 개정을 시도해왔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18대 국회에서 상임위 또는 법사위에서 계류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수정된 개정안이 통과됐다.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는 유지하되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실무연수를 받아야 하는 조건을 포함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을 요구하는 개정안을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최근에 변호사와 변리사 간의 법리 공방에선 변리사가 가까스로 이겼다. 지난해 12월 28일 변리사의 대한변리사회 의무가입과 연수교육 참석을 규정한 변리사법 제11조, 제15조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심판 청구인은 변호사 출신의 변리사였고 변협은 헌재의 합헌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주간조선은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에서 오규환(59)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만나 변리사법 개정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변리사법 개정의 주요 논점은 무엇인가. “변리사회는 크게 두 가지 조항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를 폐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 현재 개정안은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내용만 담고 있던데. “17대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두 가지 조항을 포함하는 개정안이 발의돼왔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 변호사의 실무연수 조건을 추가한 지 얼마 안 됐기에 현재는 우선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권한을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향후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를 폐지하는 법 개정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이유가 뭔가.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반대해왔다. 상임위와 법사위는 본회의와 달리 만장일치 제도이기 때문에 한 사람만 반대해도 통과할 수 없다.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의 경우 17~18대 국회에서 상임위는 통과했으나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 실무연수 조건을 놓고도 변협과 갈등이 있었던데. “기존에 변리사 시험 합격자는 1년간 실무연수를 받아왔다. 이를 변호사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하려 했으나 변협 측에서 기간이 길다며 반발했다. 논란 끝에 8개월간 실무연수를 받는 것으로 결정났다. 지난해 12월 15일 변리사 집합교육을 마친 변호사 31명이 처음으로 배출돼 실무수습 중에 있다.”

-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공동대리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첫째는 기업, 발명가 등 법률 수요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공동대리하기를 원하는 의견이 높다. 둘째로 변리사법 제8조(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에 따르면 특허침해소송 대리는 변리사가 가진 본래의 권한이다. 셋째로 특허 분야에 있어 변호사는 변리사만큼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 끝으로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IP노믹스가 특허 출원 및 등록 유경험 기업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6년 12월 한 달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에 찬성했고 3.7%만이 반대했다. 28.3%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2010년 3월 한국갤럽이 특허 출원 경험이 있는 기업 17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4%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에 찬성했다.

- 국민이 받게 될 혜택은 무엇인가. “특허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에 공동대리로 참여하면 변론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소송시간은 짧아지고 그만큼 비용은 절감된다.”

- 변호사와 대비되는 변리사의 전문성이 뭔가. “변리사는 과학기술 전공, 특허법, 민사소송법, 민법 이 네 가지를 기본 소양으로 갖춘다. 그러나 변호사 중에는 과학기술 전공자와 특허법에 전문성을 가진 인원이 극히 드물다. 변호사 시험에서 지적재산권법을 선택한 사람은 매해 5% 미만이었다.”

- 세계적 추세라 했는데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 “영국과 중국은 변리사의 단독대리가 가능하다. 일본은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대리한다. 곧 출범할 유럽 통합특허법원에서는 유럽특허변리사의 단독대리가 가능하다.”

- 변협 측은 변리사의 법률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데. “변리사는 특허심결취소소송의 경우 1998년 이래 단독대리해왔다. 그리고 특허침해소송에 필요한 민사소송법과 민법을 변리사 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 변협 측의 주장을 수용해 단독대리가 아닌 변호사와 공동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다. 변협에서 공동대리권에 반대하는 것은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혜택을 빼앗는 것이다.”

- 공동대리 대신 변리사 자문을 통해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변리사는 특허 관련 전문지식을 변호사에게 제공할 뿐 소송에는 관여할 수 없다. 변호사를 거쳐 변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변리사가 직접대리인으로 참여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더 정확한 변론을 할 수 있다.”

- 전문직 소득순위 1위인 변리사들의 밥그릇 욕심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먼저 변리사가 소득 1위라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지난 국감을 앞두고 국회 기재위 소속 이종구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받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전문직의 소득 순위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순이었다. 또 소득을 떠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는 변리사의 요구이기에 앞서 기업, 발명가 등 소비자의 수요와 요구에 따른 것이다.”

- 선진국과 비교해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뭔가. “세계는 특허 업무의 국제 표준화를 지향하고 있다. 유럽 통합특허법원이 출범할 예정이다. 대한변리사회는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도 교류해오고 있다. 한·중·일 3국의 공동특허청이나 공동특허법원에 대한 논의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 특허시장은 규모가 한정돼 있고 정체 상태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 대한변리사회 회장으로 향후 추진과제는. “산자위에 계류 중인 변리사 공동대리 법안을 통과시켜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지식과 정보이다. 대한변리사회는 우리 국민의 무형적 자산인 지식과 정보를 보호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 또 우리나라의 지식·정보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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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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