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503호]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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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미혼모와 함께 패션쇼 여는 김미경 MK&LILY 대표

“내가 만든 옷이 그들의 날개가 됐으면”

황은순  기자  

▲ 오는 22일 첫 패션쇼를 여는 김미경 MK&LILY 대표 photo 조현호 영상미디어 기자
4년 전 토크콘서트 ‘김미경의 톡앤쇼’가 있던 날이다. 그날 관객 중 한 미혼모로 인해 모든 일이 시작됐다. 김미경이 나와 관객과 인사를 주고받다 혼자 앉아 있는 20대 여성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남자친구 만나지 뭐하러 여기에 왔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나는 미혼모다. 선생님이 나한테는 엄마다. 죽고 싶을 때,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견뎠다. 얼마 전 아이가 돌이었다.
   
   1년 동안 죽지 않고 잘 버틴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콘서트 표를 샀다.” 그 미혼모의 고백에 관객들도 김미경도 모두 울었다.
   
   “표 값을 돌려줘야지 그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그 친구한테 큰돈일 텐데. 콘서트 끝나고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겁니다. 미혼모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홀트아동복지회도 찾아가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공부 덕분에 스타강사 김미경의 이름 뒤에는 최근 대표 직함 2개가 더 생겼다. 하나는 비영리패션브랜드 ‘MK&LILY’ 대표, 또 하나는 미혼엄마들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나선 사단법인 ‘그루맘’ 대표다. ‘MK&LILY’의 수익금은 그루맘에 쓰인다. 김 대표를 만나 오는 4월 22일 ‘MK&LILY’의 첫 패션쇼 무대에 미혼엄마 모델들을 세우게 된 사연을 들었다.
   
   “미혼모를 알기 위한 가장 좋은 공부는 그들을 만나는 것이었어요. 함께 소풍도 가고, 밥도 먹고, 봉사활동을 다니다 지난해 4월 ‘그루맘’ 설립까지 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물어봐요. 왜 이 일을 하느냐? 이미지 좋게 하려고 쇼하냐? 그럼 큰돈 기부하고 끝내지 평생 부담될 일 왜 하겠어요. 내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 나이에 맞는 균형이 필요해요. 그것이 나한테는 미혼엄마들을 돕는 겁니다. 성공에 대한 내 운 값을 지불해야죠.”
   
   직원들의 걱정 속에 ‘그루맘’ 설립을 밀어붙이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았다. 강의는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그루맘은 힘들다고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평생을 끌고 간다는 각오가 있어야 했다.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든다. 그루맘을 위해 최소한 2명의 직원은 필요했다. 그는 그루맘을 자신의 ‘늦둥이’라고 말했다. “늦둥이 키우려면 돈도 벌고 건강해야 하잖아요. 그러니 다시 힘을 내야 하는 거지. 환장해”라고 말하며 그가 웃었다.
   
   ‘그루맘’의 주요 사업은 교육과 상담이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혼모를 돕자”는 고민 끝에 방향을 잡았다. 엄마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경제적 지원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그루맘을 시작하고 더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품 지원보다 ‘김미경의 시간’이었다. “잘했어” “괜찮아”라고, 격려와 칭찬을 듣고 싶었던 거다.
   
   그는 작업실 오가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루맘 사무실에 들러 누가 있든 이름을 불러주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엄마 따라온 아이들과도 친해졌다. 아이들은 그를 보면 “할머니” 하면서 달려든다.
   
   그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소문이 나자 돕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대부분 그의 인맥이다. 후원자들과 그루맘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홍근홈패션’은 이불을 보내주고 ‘이경재한의원’은 한 달에 한 번 진료도 하고 한약도 지어준다. 치과, 화장품회사, 만두회사 등 그루맘 파트너가 현재 7개사다. 엄마 연예인들의 모임인 맘젤스(회장 안선영)도 그를 돕고 있다. 이번 패션쇼에도 미혼엄마들과 함께 모델로 나섰다. 일반 엄마들로 이뤄진 그루맘 서포터스도 있다. 미혼엄마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일은 서포터스가 나선다.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후원자가 200여명이 있다.
   
   
   당당한 여성으로 봐줘야 그들도 성장한다
   
   패션쇼에 나온 50여벌의 옷은 지난 4년간 그가 만든 것이다. 양재를 배운 것도 아니다. 겁 없이 머릿속에 그린 대로 천을 잘라 재봉질부터 시작했다. 쉬운 옷부터 시작해 옷을 뜯어가며 패턴을 배웠다. 해외 패션위크를 다니고, 드로잉을 배우는 등 지금도 공부는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패션학교인 마랑고니에 가서 한 달 동안 겨울방학 특별과정도 이수했다. 오는 6월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작은 패션쇼에도 참가한다. 뉴욕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원단으로 만든 옷을 선보이는 무대이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용감한 여성’이라는 주제로 5명의 여성을 상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프라 윈프리의 당당함, 안젤리나 졸리의 야성, 마셜 스튜어트의 포근함, 샤론 스톤의 섹시함, 오드리 햅번의 귀여움. 여자도 되기 전에 엄마가 돼버린 미혼엄마들에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성들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용기 있고 당당한 여성으로 봐줘야 그들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패션쇼 준비는 자신의 토크콘서트보다 10배는 힘들었다고 한다. 콘서트야 혼자 잘하면 되지만 패션쇼는 신경 쓸 일이 100가지도 넘었다. 지난 1월 중순 그루맘 회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모델 8명을 뽑았다. 피트니스비를 지원해주고 식단관리를 도왔다. 중도포기의 위기도 있었다. 자신을 드러낼 자신이 없어서, 살 빼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산 넘어 산이었다. 구두 신을 일이 없던 엄마들이 굽 높은 하이힐 적응부터 해야 했다. 처음에 쭈뼛거리던 엄마들이 눈빛도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있다.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붙었다. ‘MK&LILY’ 패션쇼에서는 그루맘을 위한 자선경매 행사가 열린다. 경매에는 혜민 스님의 동반식사권, 배우 임예진의 가방, 디자이너 이광희의 300만원 상당 옷 구입권이 나온다. 패션쇼가 끝난 후 한시적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옷을 판매할 계획이다. 그루맘을 시작하고 2년째, 그는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했다.
   
   “지금 나는 가장 재미있고 의미 있는 50대를 보내고 있어요. 50대는 인생에서 중간 기름을 넣는 시기예요. 50대를 재미있게 살아야 그 힘으로 나머지 인생을 밀고 나갈 수 있어요. 50대에겐 학예회 리더십이 필요해요. 학예회 한 번 할 때마다 실력이 부쩍 느는데 은퇴하면 학예회가 없어지잖아요? 성장을 멈추면 나에 대해 지루해지고, 그게 우울증이에요.”
   
   오늘은 살고 싶은 미래의 축소판이다.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그 꿈의 조각을 오늘부터 당장 해야 한다. 그의 말이다. 5년 후 그가 그린 미래는 해외를 누비는 것이다. 그 꿈의 조각을 만들기 위해 오는 6월엔 한 달 동안 해외 강연을 떠난다. 시드니, 토론토, 오타와, 뉴욕, 시카고, LA 등에서 교민들을 만난다. 5년 후, 10년 후 그가 생각하는 미래에는 ‘그루맘’도 들어 있다. 그의 옷은 미혼엄마들이 세상으로 날아오를 날개가 돼줄 것이다. 이번 패션쇼는 그에게도, 무대에 서는 엄마 모델들에게도 새로운 미래의 조각을 맞춰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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