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실전배치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 ⓒphoto mil. ru.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실전배치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 ⓒphoto mil. ru.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의 최서단 역외(域外) 영토이다. 칼리닌그라드는 과거 프로이센 왕국(현재 독일의 전신)의 수도였다. 당시는 쾨니히스베르크라고 불렸다. 이 도시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고향이다. 칸트는 1724년 태어나 1804년 숨질 때까지 이 도시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프로이센은 1871년 독일제국을 세웠다. 이때 수도가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베를린으로 정해졌다. 쾨니히스베르크가 러시아로 넘어간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직후 오데르-나이세강 동쪽 지역을 폴란드에, 쾨니히스베르크를 소련에 각각 양도했다. 소련은 1946년 명목상 국가원수이자 최고회의 의장인 미하일 칼리닌이 사망하자 그의 성을 따 도시 이름을 칼리닌그라드로 바꾸었다. 모스크바에서 1600㎞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는 그동안 러시아의 전략요충지라는 말을 들어왔다. 나토 회원국들인 폴란드와 발트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은 물론 유럽의 중심국가인 독일까지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발트해를 접한 유일한 부동항인 이곳은 발트함대의 모항이기도 하다.

이스칸데르 미사일 칼리닌그라드 배치

러시아군 서부군관구는 2016년 10월 8일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9K720 이스칸데르(Iskander)-M 미사일(나토명 SS-26 Stone)을 칼리닌그라드에 실전배치했다. 서부군관구는 칼리닌그라드를 포함해 유럽과 접하고 있는 러시아 서쪽 영토 대부분을 관할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가 유럽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 계획의 일환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 요격미사일을 배치하자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M을 배치해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러시아 정부의 조치는 또 나토가 폴란드와 발트3국 등 4개국에 4개 대대 병력 4000여명을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칼리닌그라드를 시작으로 2017년 말까지 서부군관구의 전술미사일 체계를 사거리 50~500㎞에 핵탄두(700㎏) 1개를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M으로 모두 교체했다. 이스칸데르-M은 핵탄두 외에도 고폭탄, 소형자탄, 기화탄두 등 다양한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제원을 보면 길이 7.3m, 직경 92㎝, 최대속도 마하 6~10, 탄두 무게 480~700㎏, 정점고도 50여㎞ 등이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판 GPS인 ‘글로나스(GLONASS)’를 장착하면 오차(원형공산오차·CEP)는 50m 이하로 낮춰진다. 또 레이더나 광학센서의 지원을 받으면 CEP가 10m 이하로 떨어질 만큼 정확도가 뛰어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미사일에 장착된 방향전환 엔진 노즐핀 4개. 즉 MD 요격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는 교란 체계를 장착한 것이다. 이 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속도가 마하 10으로 높아지고, 회피기동능력도 뛰어나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이 미사일은 폴란드와 발트3국은 물론 스웨덴과 독일 수도인 베를린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의 이런 조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3월 28일 미국의 최신예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를 도입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PAC-3 MSE는 기존 PAC-3보다 사거리가 늘었고 정밀도도 30% 정도 향상됐다. 폴란드 정부는 2025년까지 47억5000만달러(약 5조600억원) 규모의 PAC-3 MSE 8개 포대를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구입 비용은 폴란드 역사상 최대 규모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폴란드는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최신예 방어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것도 러시아의 위협이 실제 상황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또 미국이 자국의 북부에 있는 레드지코보 공군기지에서 이지스 어쇼어 포대를 배치하는 것을 허용했다. 옛 소련이 사용했던 레드지코보 공군기지는 인근에 발트해가 있다. 두다 대통령을 비롯해 폴란드 여야 정치권은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지스 어쇼어는 탄도미사일 전문 요격 군함인 이지스함의 레이더, 전투 체계, SM-3 요격미사일을 군함에서 떼어내 지상에 배치한 MD 체계를 말한다.

폴란드는 소련과는 악연을 맺어왔다. 폴란드는 1932년과 1934년 소련 및 나치독일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소련과 독일은 1939년 6월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서 폴란드와 발트3국 등을 각각 분할해 통치한다는 비밀의정서(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를 맺었다. 이에 따라 나치독일은 1939년 9월 1일 폴란드 서부 지역 국경을 넘었고, 2주 후에는 소련이 폴란드 동부를 침략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나치독일에 선전포고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나치독일은 소련과의 불가침조약을 깨고 폴란드의 소련 점령 지역까지 모두 차지했으며 소련으로 진격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8월 폴란드 저항세력이 수도 바르샤바에서 나치독일의 점령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소련군은 바르샤바 인근까지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저항세력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나치독일의 무자비한 보복으로 폴란드인 20만명이 학살당하고 바르샤바는 잿더미가 됐다. 소련의 속셈은 폴란드에 공산정부를 세우기 위해 수수방관한 것이었다. 소련군은 1945년 1월 바르샤바에 입성했다. 소련은 1947년 폴란드에 공산정권을 세우고 사실상 간접적으로 통치해왔다. 폴란드가 냉전 시절 동구권에서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미국의 PAC-3 MSE 미사일. ⓒphoto 록히드마틴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미국의 PAC-3 MSE 미사일. ⓒphoto 록히드마틴사

폴란드 ‘트럼프 요새’도 약속

폴란드 정부는 이런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안보 위협을 고려해 미국 정부에 미군의 영구 주둔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군이 폴란드에 영구 주둔하면 매년 주둔 비용 20억달러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제의했다. 두다 대통령은 또 폴란드 내 미군 기지의 이름을 ‘트럼프 요새(Fort Trump)’라고 부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폴란드 정부의 의도는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군을 주둔시켜 일종의 ‘인계철선(引繼鐵線)’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또 나토 회원국들 중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 예산을 GDP(국내총생산) 대비 2% 이상 쓰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폴란드 정부는 독일과 프랑스가 추진하는 유럽군 창설에 반대하며 미국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폴란드로선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친미(親美) 노선만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폴란드의 안보 위기 상황은 트럼프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서명한 중거리핵전력(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을 파기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7년 체결된 이 조약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서 규정한 중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1000〜5500㎞의 미사일로, 미국의 탄도미사일 퍼싱Ⅱ(PershingⅡ), 지상발사 순항미사일(GLCM) 그리폰과 소련의 SS-20, SS-4, SS-5를 말한다. 단거리미사일은 사거리 500〜1000㎞의 미사일로 미국의 퍼싱 IA와 소련의 SS-12와 SS-23 등을 말한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미사일 846기, 소련은 미사일 1846기 등 양국이 미사일 2692기를 3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1991년 5월 모두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INF 조약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한 것은 러시아가 2017년 SSC-8(러시아명 9M729 Novator) 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은 이동식이며 직경 0.533m, 길이 6~8m, 탄두는 1개이며 450㎏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는 500~5500㎞, 평균 사거리는 2500㎞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80㎞로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스칸데르-M(왼쪽)과 북한이 지난 5월 4일 발사한 미사일. 꼬리와 탄두만 약간 다르다. ⓒphoto 쉴러 트위터
이스칸데르-M(왼쪽)과 북한이 지난 5월 4일 발사한 미사일. 꼬리와 탄두만 약간 다르다. ⓒphoto 쉴러 트위터

미국의 INF 조약 파기 이유도 이스칸데르 미사일

SSC-8은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순항미사일로 변형해 개량한 것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9종류가 있는데 순항미사일로 개량한 것은 SSC-8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INF 조약 파기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게 된 계기는 이스칸데르-M의 실전배치 때문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이스칸데르-M이 최대 사거리가 450㎞에 불과해 INF 조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국은 이 미사일의 실제 사거리가 600㎞이기 때문에 INF 조약 위반이라고 반박해왔다. 양국의 입장이 다른 것은 이스칸데르-M의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비행 때문이다. 편심탄도비행은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통상의 포물선 궤도가 아니라 종말 단계에서 상승한 뒤 급강하하는 비행을 말한다. 이스칸데르-M은 요격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50㎞ 정도의 저고도로 비행하다 목표지점 근처에서 상승한 뒤 급강하한다. 러시아는 편심탄도비행 기준으로 450㎞를 날아간다고 말하는 것이고, 미국은 편심탄도비행을 하지 않으면 600~700㎞까지 비행한다고 보고 있다.

국제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5월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와 5월 9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외형, 사거리, 고도, 비행경로, 연료 등을 종합했을 때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5월 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200여㎞를 비행했고 정점고도는 60㎞였다. 5월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들 중 첫 번째는 420여㎞, 두 번째는 270여㎞를 날아갔으며 모두 정점고도는 45~50㎞였다. 북한은 지난해 2월 8일 인민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차량에 탑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닮아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렸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이스칸데르-M과 외형이나 성능으로 볼 때 유사하다”면서 “탄두 장착 크기가 이스칸데르-M과 비슷한 95㎝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엘레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외관상 이스칸데르-M과 같다”면서 “이 미사일은 요격하기 어려운 50㎞ 고도에서 비행한다”고 분석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쉴러 박사도 “북한의 신형 미사일은 이스칸데르-M과 비교할 때 꼬리와 윗부분은 다소 다르지만 크기가 똑같다”며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쉴러 박사는 이어 “북한의 미사일과 이스칸데르-M이 모두 발사할 때 4개의 엔진 노즐핀이 떨어져 나갔다”고 분석했다.

북한, 시리아서 이스칸데르 입수했나

북한이 이 미사일을 어떻게 개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 또는 부품을 넘겼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한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주요 무기의 공급과 탄도미사일 및 관련 기술의 북한 이전을 금지해왔다. 때문에 러시아가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부품을 공급했을 가능성은 낮다. 또 다른 경우로는 북한이 러시아 혹은 제3국으로부터 설계도나 부품을 몰래 훔쳐내 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와 알제리에 이 미사일을 수출했으며, 시리아에선 이 미사일을 지금도 운용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도 시리아에서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이 시리아에서 이 미사일의 설계도와 부품 등을 비밀리에 입수했을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 기술자들이 북한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처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폴란드 사례에서 보듯 북한의 이번 도발은 절대로 ‘저강도’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INF 조약을 파기할 만큼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의 위력은 매우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조너선 맥도웰 미국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국의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의 수도권 등 인구밀집 지역을 타격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 미사일의 탄두 크기는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칫하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미 양국 군이 보유한 PAC-2·3 미사일(요격고도 15~20㎞), 주한미군이 배치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요격고도 50㎞ 이상)는 물론 한국이 자체 개발한 천궁(철매2) 개량형(요격고도 20㎞)으로 요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한국이 개발 중인 L-SAM(요격고도 40~60㎞)도 회피기동을 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요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PAC-3 MSE의 경우 요격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지만 한국군은 2021년부터 도입한다. 아무튼 한국은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한 북한의 신형 핵탄두 미사일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이게 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자칫하면 김정은의 핵 인질이 될 수도 있는 안보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식량지원 타령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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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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