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서울 삼각지성당 앞에서 열린 ‘경천애인사 표지석 제막식’. (왼쪽부터) 안혜정 ‘용산사람들’ 대표, 이용수 한강로동주민자치위원장,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경천애인사 출신 장홍기·김정옥 부부, 설립자 장시화 목사 아들 장성 목사, 민경삼 목사.
지난 6월 19일 서울 삼각지성당 앞에서 열린 ‘경천애인사 표지석 제막식’. (왼쪽부터) 안혜정 ‘용산사람들’ 대표, 이용수 한강로동주민자치위원장,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경천애인사 출신 장홍기·김정옥 부부, 설립자 장시화 목사 아들 장성 목사, 민경삼 목사.

올가을 프랑스 파리 15구에 2차대전과 한국전쟁의 영웅 김영옥(1919~2005) 흉상이 들어선다. 파리 지방정부는 프랑스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압제에서 프랑스를 구하는 데 앞장섰던 김영옥의 흉상을 15구에 건립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 15구에는 파리 20개의 행정구 중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산다. 프랑스의 한인 이민사는 1919년 10월 12일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살던 한인들이 산타엘리나호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한 것을 기점으로 삼는다. 당시 프랑스에 도착한 30여명의 한인 노동자들은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되면서 일본으로 강제 송환되는 것을 피하려고 프랑스행을 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2차대전 당시 ‘로마 해방전쟁’ 등에 참가해 불사신의 전투담을 남긴 김영옥 대령은 이미 프랑스에서는 전쟁영웅으로 꽤 알려져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05년 2월, 60년 전 그의 공적을 재평가해 프랑스 최고 무공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한 바 있다. 프랑스 동북부 브뤼에르 지방 등 그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으로부터 해방시킨 지역에서는 ‘카피텐 김(김 대위)’이라는 동양인 장교의 이름이 아직도 전설처럼 떠돌고 있기도 하다.

김영옥은 세상을 뜬 지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가 활약했던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는 그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가 한국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을 돌봤던 고아원 ‘경천애인사’ 터에 표지석이 세워졌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 6월 19일 경천애인사가 자리 잡았던 용산구 한강대로 62다길 17-5, 현 삼각지성당 앞에서 ‘경천애인사 아동원 표지석 제막식’ 행사를 가졌다. 경천애인사는 한국전 당시 장시화 목사가 설립한 고아원으로 500여명의 전쟁고아들을 돌봤지만 경영난을 겪으며 존폐 위기에 처했었다. 이때 미 육군 7사단 31연대 1대대장으로 한국전에 참가했던 김영옥 당시 소령이 부대원들과 함께 재정적 후원을 해서 고아원을 살릴 수 있었다.(2015년 6월 22일자 주간조선 커버스토리 참조) 표지석 제막식에 참석한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6·25전쟁 발발 68주년을 맞아 용산구가 경천애인사 터를 근·현대 역사문화 명소로 선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재외동포들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민 2세대인 김영옥은 2차대전 종전 후 전역해 고향인 LA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아버지의 나라’가 전화에 휘말렸다는 얘기를 듣고 재입대해 ‘미군 역사상 첫 소수인종 출신 전투대대장’으로 한국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는 6·25전쟁 이후에는 주한 미군의 군사고문직을 맡아 미사일부대 창설 등 한국군 재건을 돕기도 했다. 김영옥은 한국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최고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서훈받았다.

주한미군사령부도 작년 평택기지에 새로 건립한 본청 주작전회의실을 ‘김영옥 작전회의실’로, 주한미군사령부 내 미 육군 동원예비군 지휘 건물을 ‘김영옥 센터’로 명명하는 등 김영옥을 계속 기리고 있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연방고속도로 5번(U.S. Interstate 5) 일부 구간을 ‘김영옥 고속도로’로 명명해 화제를 모았다. LA에는 2009년 ‘김영옥 중학교’가 설립되기도 했다.

국내의 ‘김영옥 평화센터’ 등 관련 단체에서는 내년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국에 김영옥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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