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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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김포국제공항 의료시설 임대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시설소유권이 있던 한국공항공사가 의료법인 우리들의료재단(이사장 백운기)과 ‘특혜’ 계약을 맺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정황들은 주간조선이 산업은행 1400억원 대출 등 우리들병원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후 병원 내부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제보 및 주간조선이 입수한 계약서 등이 뒷받침한다.

의료법인 우리들의료재단은 전국 우리들병원 분원 10곳 중 한 곳인 김포공항 우리들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청담 우리들병원이 2012년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산업은행으로부터 특혜성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계열사나 다름없는 김포공항 우리들병원 역시 공기업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 우리들병원 분원 10곳은 서로 다른 의료법인 혹은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지만, 병원 간 인사 교류가 활발하고 중복되는 임원도 적지 않다. 김포공항 우리들병원을 비롯한 일부 병원의 경우 우리들병원 설립자이자 서울 청담 우리들병원 대표인 이상호 회장이 직접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현재 김포공항 우리들병원 대표는 백운기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장이 맡고 있다. 전국의 우리들병원은 기업으로 치면 ‘우리들병원 그룹’에 속한 계열사이자 이상호 회장의 지배구조 안에 들어 있는 회사들이라는 것이 내부 직원들 설명이다. 이들 병원이 온·오프라인에서 별다른 추가 설명 없이 모두 동일한 로고,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들의료재단은 2004년 김포공항 옛 국내선청사 자리에 김포공항 우리들병원을 개원했다. 이후 2007년 지금 위치한 부지로 병원을 이전, 확대하면서 옛 국내선화물청사 토지, 건물을 5년간 의료시설로 이용하겠다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한국공항공사와 맺었다. 당시 계약서는 한 회에 한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포함했고, 우리들의료재단은 계약이 만료되는 2012년 계약을 한 차례 연장했다. 2017년 한국공항공사는 우리들의료재단과의 계약이 완전히 끝나면서, 김포공항 병원 운영자를 새로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내야만 했다. 그런데 우리들의료재단이 경쟁 입찰에 참여해 병원 운영 사업자로 다시 선정되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입찰 과정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우리들병원 분원을 소유하고 있는 의료재단이었다.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포항우리병원(이하 현암의료재단) 두 곳만이 참여했는데, 현암의료재단은 포항 우리들병원을 운영하는 곳으로 사실상 우리들병원 계열사로 볼 수 있다. 포항 우리들병원은 1995년 포항 사랑병원이란 이름으로 설립, 운영돼오다 2011년 상호를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이때 재단 이름에도 ‘우리들병원’이 추가됐다.

2017년 입찰에서 현암의료재단의 입찰 참여를 주도한 사람은 현암의료재단 전직 본부장인 A씨였다. 그는 우리들의료재단에서 근무해오다 2015년 현암의료재단으로 소속을 옮겼다. 우리들의료재단과 한국공항공사 간 계약 만료가 2년 남은 시점에 이뤄진 인사 조치였다. 지금의 최건 포항 우리들병원 대표의 경우 김포공항 우리들병원에서 2011년부터 3년간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계약서 주요 서류엔 직인도 안 찍혀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당시 경쟁 입찰에서 우리들의료재단이 제시한 입찰가는 22억1410만원으로 공사가 규정한 최저입찰가 22억1400만원보다 단지 10만원이 많은 금액이었다. 당시 입찰은 최고가를 제시하는 입찰자에게 사업을 낙찰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들의료재단과 입찰 경쟁자였던 현암의료재단이 써낸 금액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최저입찰가인 22억1400만원에서 우리들의료재단의 제시가인 22억1410만원 사이로 알려져 있다. 현암의료재단이 최저입찰가보다 10만원도 많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으로, 통상적인 입찰 경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들병원의 사실상 계열사인 현암의료재단이 입찰 들러리로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례적으로 짧았던 입찰 기간, 계약서 날인 누락 등도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거론된다. 주간조선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당시 입찰 기간을 단 4일로 정했다. 여타 공공기관이 최소 1주일에서 2주일까지의 입찰 기간을 두는 것과는 다른 조건이었다.

또한 우리들의료재단 측이 공항공사와 계약 당시 제출했던 청렴계약이행서약서에는 우리들의료재단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혀 있지 않았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과 계약을 맺을 때는 필수적으로 청렴계약이행서약서, 윤리경영실천협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표이사 직인이 빠져 있으면 사실상 그 효력을 잃게 된다. 공사는 이 서류를 그대로 처리, 수용했다. 한 전직 공기업 본부장은 주간조선에 “감사원이 공공기관과 민간이 계약을 맺은 내용에 대해 감사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청렴계약이행서약서와 윤리경영실천협약서 등 두 가지 서류가 있는지 여부”라며 “이 서류들에 대표이사 직인이 빠져 있다는 것은 그냥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사원 지적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복수의 입찰자가 있을 때 최저입찰가와 낙찰가의 차이가 10만원에 불과한 경우를 들어봤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경우는 100% 특혜라고 봐야 하고,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사실상 같은 계열이면 더더욱…”이라고 했다.

감사원 측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직인이 없으면 상대가 이 계약에 동의했다는 효력도 유지할 수 없다. 인쇄기에 종이 넣어서 그냥 출력한 거밖에 안 되는 거다. 보통 그런 경우는 없지만, 직인이 정말 누락됐다면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계약에서 우리들병원 측이 특혜를 받았다는 소문은 병원 내부에도 퍼져 있었다. 우리들병원 내부 관계자는 주간조선에 “법인이 운영하는 김포공항 우리들병원도 결국 이상호 회장에 의해 움직인다. 2017년 우리들의료재단이 계약체결에 다시 성공한 요인도 여기에 있다. 당시 김포공항 우리들병원 직원들은 계약 만료에 따른 병원 이전을 앞두고 난감해하고 있었다. 근데 문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이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돼 다들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우리들의료재단과 공사와의 계약만료는 2017년 9월이었지만, 입찰공고는 이보다 훨씬 이전인 4월에 이뤄졌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포공항 병원운영 임대사업자 선정 과정과 계약서 작성 등을 보면 짜고 친다는 의혹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의 후원자라는 이유 때문에 우리들병원에 일종의 특혜가 주어진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감사원 감사청구 등 공정성 위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운영권 쥔 이상호 회장에게 특혜?

결국 한국공항공사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시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알려진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의 관계 회사에 사실상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상호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참여정부의 대표적 후원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전처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도 막역한 사이다. 김수경 회장은 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감수를 맡기도 했다. 당시 입찰공고가 났던 2017년 4월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한창인 국면이었고, 문재인 후보가 다른 후보들과 압도적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한국공항공사 사장이었던 성일환 전 사장은 공군참모총장 출신으로, 문 정부 집권 후 취임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전국의 우리들병원, 특히 한국공항공사 입찰에 참여한 병원들에 이상호 회장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특혜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상호 회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직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현암의료재단 이사직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우리들의료재단이 한국공항공사와 임대차계약을 연장하던 당시 이상호 회장은 우리들의료재단 대표이사 직함으로 계약서에 날인하기도 했다.

우리들의료재단과 현암의료재단 측은 야당의 특혜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들의료재단 관계자는 “당시 입찰에 현암의료재단이 들어온지도 몰랐다. 우리와는 별개 회사다. 있는 그대로 봐달라. 입찰공고를 보고 그대로 참여한 것뿐이다. 담합 등 부적절 방식으로 들어왔다면 더 득을 봐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월세는 더 올랐고 병원 유지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분석 포털 ‘캐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들의료재단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08% 오른 27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현암의료재단 관계자는 “포항에서의 의료진 수급 등이 어려워 서울 김포에 본점을 두는 식으로 진출하고자 입찰에 참여했었다. 현재는 우리들병원 상호만 쓰고 있을 뿐 2015년부터는 우리들병원 측과 그 어떤 교류도 없이 별개로 운영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측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두 재단은 별개 법인이고 입찰이 들어오는 대로 진행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 공고를 4월로 앞당긴 것에 대해서는 “원활한 임대차계약 체결과 유찰될 경우를 감안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주진우 전 기자도 신씨 만나

올해 2월 주간조선의 첫 보도로 촉발된 우리들병원 관련 의혹들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및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함께 정국의 3대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사건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들병원 사건의 경우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윤규근 전 총경뿐만 아니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 정권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연관된 정황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 역시 양정철 원장과 함께 우리들병원 사건 피해자인 신혜선 루카511 회장을 만난 인물 중 하나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김수경 회장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에는 “진우도 양정철한테 신 회장 일은 꼭 해결해달란 얘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이상호 회장 및 김수경 회장 등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인사들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만큼 이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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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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