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한 의사가 의료정책 철회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한 의사가 의료정책 철회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급격한 공공의대 정책의 추진이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에 이어 전임의,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까지 의료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목숨을 걸고 코로나19 저지에 앞장섰던 의사들과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의사들이 같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덕분에’는 ‘때문에’로, ‘격려의 메시지’는 ‘형사처벌에 대한 경고와 고발’로 바뀌어가고 있다.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공공의대 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련 당사자,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충분히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본질은 흐려진 채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사태가 포장되는 형국이다.

정부에서는 집단적으로 휴진을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고, 불응 시 그에 따른 조치는 동일하게 진행된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즉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되는 이상 진료를 중단하여서는 아니 되며, 만약 진료를 중단한다면 면허취소나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하거나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사직서 제출, 사직, 그리고 업무개시명령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진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면허취소나 정지,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진료하고 있다면 업무개시명령 위반 안 돼

우선 진료중단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 폐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이다.(의료법 제59조) 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에 소속되어 근로자의 지위에서 근무하는 인턴, 전공의, 전임의가 휴업, 폐업하는 것을 생각하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 하였는지 여부가 된다.

개념상 업무개시명령 위반이 되려면 (1)의료인이 진료를 중단하여야 하며, (2)그 진료중단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없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진료를 중단한 바 없다면 업무개시명령 위반도 성립할 수 없다.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인이 진료중단의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며, 이러한 의사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떠한 환자에게 어떻게 진료를 중단하였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특정되어야 한다.

만약 진료중단의 의사 또는 구체적인 진료중단 행위 내용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진료중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추후 법원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환자를 어떤 이유로 진료하지 않은 것인지가 특정되지 않았음에도 의료인에게 진료거부로 인한 의료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인정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8헌마176 결정)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직서만 제출했을 뿐, 진료를 중단하지 않았다면 진료중단으로 인한 업무개시명령 위반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진료를 하고 있는데 진료중단이라니 어불성설이다. 집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쟁의행위에 해당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수 있을지언정, 정상적으로 진료를 행하고 있다면 적어도 업무개시명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정당한 사유 여부가 중요한 판단 근거

사직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각 병원마다 취업규칙, 근로계약서가 상이하므로 사직이 가능한지 여부는 다를 수 있다.) 이미 사직을 하고 난 다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았다면 ‘진료중단’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려우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뒤 사직을 하였다면, 사직으로 인한 진료중단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직을 하고 병원에 더 이상 출근하지 않는다면 이를 진료중단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진료를 더 이상 행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는 쟁점은 ‘그 진료중단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 여부’가 된다. 사직이 진료중단 행위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면, 업무개시명령 위반은 성립할 수 없다.

의료법 규정상 업무개시명령이 의료기관 개설자의 ‘폐업’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업무개시명령이 ‘사직’까지 금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이 부분은 해석의 문제인데, 아직까지 여기에 대해 마땅히 참고할 만한 판례, 유권해석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만약 ‘사직’이 적법하게 이루어져 유효하다면, 사직의 당연한 결과로 해당 전공의 등은 더 이상 그동안 근무했던 종합병원 내지 대학병원 소속이 될 수 없고, 진료도 할 수 없게 된다. 생각해 보면 진료중단은 의료인의 사직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로, 과연 이를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만약 사직을 하는 경우에도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경우, 근로자에 해당하는 전공의 등에게 정부가 근로를 강제하는 것이 된다. 사직을 하면 형사처벌, 또는 면허취소, 정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도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는데(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근로의 금지), 아무리 의사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근로자에 해당하는 전공의 등에게 근로를 강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중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형사처벌과 면허취소를 무기로 전공의 등에게 근로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정부가 사직을 한 전공의 등에게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따른 형사고발, 면허취소나 정지를 강행할 경우 수많은 법적 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유를 억압하면서까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전공의, 전임의, 심지어 의대 교수들이 오죽하면 직장마저 그만두려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의료인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덕분에’ 캠페인을 벌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정책에 반대하는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외관만 보고 직업 이기주의라 몰아가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심화하면 할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엄포와 처벌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신속하게 종결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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