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북한군 신형 전차. 기존 선군호, 천마호 등과는 전혀 다른 전차로 복합 장갑 등을 장착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북한군 신형 전차. 기존 선군호, 천마호 등과는 전혀 다른 전차로 복합 장갑 등을 장착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군의 M1, 한국군의 K1 전차 닮은 신형 전차 첫 등장!’ ‘북한군의 환골탈태!’

지난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기존 전차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신형 전차가 등장하자 군사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회자됐던 말들이다. 종전 북한군의 신형 전차로는 선군호, 천마호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1960년대 초 등장한 구 소련제 T-62 전차를 개량, 발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신형 전차는 외형이 미군의 M1, 한국군의 K1 전차를 닮았고 각종 첨단 센서를 장착한 모습이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 신형 전차들은 날아오는 적 대전차 로켓탄이나 미사일을 감지해 복합 연막탄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레이더와 대응탄 발사기, ‘불새’라 불리는 AT-4 대전차 미사일 2기, 복합 장갑 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사격 전 포신의 미세하게 휘어진 상태를 감지해 사격에 반영, 명중률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동적포구 감지기도 장착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장치는 우리 육군의 K1 및 K1A1 전차에는 없고, K1A2 및 K2 전차에만 달려 있는 장비다. 이밖에 레이저 경보 수신기, 독립된 전차장 및 포수 조준경, 기상관측 센서 등 서방의 3.5세대 최신형 전차가 갖고 있는 센서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신형 소총과 야시경, 방탄복 등 최신형 전투장구류로 무장한 북한군이 대거 등장해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photo 조선중앙TV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신형 소총과 야시경, 방탄복 등 최신형 전투장구류로 무장한 북한군이 대거 등장해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photo 조선중앙TV

첨단 센서 장착한 신형 전차

일각에선 이 전차가 중국의 수출용 전차 VT-4나 이란의 줄피카3 전차를 빼닮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이란의 끈끈한 커넥션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높은 분석이다. 하지만 북 신형 전차의 센서들은 중국·이란 전차보다 훨씬 뛰어나고 우리 육군 K1이나 K1A1 전차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이번 열병식에 나온 신형 전차에 장착된 센서들은 실물이 아니라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가짜(껍데기)’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 신형 전차의 첨단 센서들 중엔 실물로 보기엔 좀 투박한 것들도 있다”며 “일부 센서들은 가짜일 수 있지만 북한이 종전과 차원이 다른 신형 전차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 열병식에서는 바퀴가 22개나 달린 세계 최대의 이동식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신형 북극성-4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도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ICBM과 SLBM은 열병식에 등장한 신무기들 중 일부였을 뿐 대부분은 남한, 즉 우리를 겨냥한 무기와 장비들이었다. 신형 전차를 비롯, 초대형 방사포 등 다양한 방사포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최신 전투장구류로 무장한 특수부대 등이 대표적인 대남용 무기들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방사포 등 이른바 ‘신무기 4종 세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연설을 통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북과 남이 손을 맞잡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며 외형상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신무기 4종 세트는 우리는 물론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망도 무력화해 양국 군의 전략기지와 무기들을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및 에이태킴스 미사일, 대구경 조종방사포 등 이른바 ‘신무기 4종 세트’를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했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신무기 4종 세트의 다양한 변형과 개량형이 등장해 이들 무기가 실전배치 단계에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직경 600㎜급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포인 초대형 방사포는 최대사거리 약 400㎞ 로 우리 남해안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는데 이번에 4, 5, 6연장형 등 3종의 초대형 방사포가 등장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미사일도 차륜형과 무한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 각각 탑재돼 등장했다.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도 무한궤도 차량에 2발씩 실려 나타났다. 최대사거리가 200여㎞에 달해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 방사포도 종전 8연장에서 12연장으로 늘어난 개량형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은 이들 신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로 주한미군의 심장부인 평택·오산기지는 물론 경북 성주 사드기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미사일과 방사포 수십 발을 ‘섞어 쏘기’ 하면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군은 미국제 패트리엇 PAC-3와 국산 천궁2 미사일, 주한미군은 패트리엇 PAC-3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어체계는 미사일 몇 발 정도가 한꺼번에 날아올 경우에 대응능력이 있을 뿐이다. 초대형 방사포의 경우 미사일보다 싸기 때문에 최대 수십 발을 한꺼번에 쏠 수 있는데 이럴 경우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방사포에 대해선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요격수단이 있다. 우리 군도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빨라야 2020년 중반 이후에야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숫자도 많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기존 기술의 조합과 대형화를 통해 큰 비용 투자 없이 우리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뛰어난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한 소총 등 기본화기와 전투장구류의 개량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북한군 하면 ‘6·25전쟁, 1960년대 쓰던 구형 전투기와 전차를 지금도 운용하는 구닥다리 군대’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은 많은 전문가로 하여금 ‘북한군의 환골탈태’를 거론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북한은 이번에 중국군은 물론 한·미 양국 군 신형 전투복과 유사한 육·해군 군복과 신형 방독면을 착용한 생화학부대, 조준경과 소음기가 장착된 개량형 AK-47 소총, 신형 불펍(Bullpup) 소총, 야시경, 신형 방탄복 및 방탄헬멧 등을 공개했다. 우리 육군이 장병들의 전투장구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워리어 플랫폼’과 비슷하게 북한군의 개인 전투체계를 대폭 개량하는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북한의 경제난과 제한된 국방비를 감안할 때 첨단 전투장구류를 전군에 보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육군만 하더라도 특수부대와 전방부대 위주로 보급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북한군도 경보병부대 등 특수부대 위주로 보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야시경과 조준경 등 야간전투에 대비한 전투장구류도 대거 선보였다. 야간전투는 그동안 한·미 양국 군이 장비에서 북한군보다 앞서 있어 자신을 갖고 있던 분야였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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