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홍해행동’, 드라마 ‘진정령’, BL소설 ‘이합화타적백묘사존’,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 BL소설 ‘마도조사’.(위부터)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홍해행동’, 드라마 ‘진정령’, BL소설 ‘이합화타적백묘사존’,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 BL소설 ‘마도조사’.(위부터)

지난 10월 말 여성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 서브컬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9월부터 인기리에 번역 출간된 중국의 BL소설 ‘이합화타적백묘사존(二哈和他的白猫师尊)’ 때문이다. BL은 ‘보이스 러브(Boy’s Love)’의 약자로 남성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만화 등을 통칭하는 장르다. 주 독자층은 여성으로 e북이나 웹툰 시장에서는 꽤 비중 있는 서브컬처 장르로 취급한다.

맨 처음 한국 BL은 일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시작됐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는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어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진이 늘어나면서 독자층을 확보해나갔다. 최근에는 e북, 웹툰 같은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이익을 올리는 작가진이 생겨날 정도다.

이 장르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는 BL 장르를 즐기는 여성 팬덤이 있는데, 막 대중문화 시장이 폭발하듯 커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중문화 작품을 엄격하게 검열하는 중국에서도 BL소설, BL드라마 작품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2016년 말 출간된 소설 ‘마도조사(魔道祖师)’다. 중국 작가 묵향동후(墨香銅臭)가 쓴 이 소설의 인기는 아시아의 서브컬처계를 휩쓸었다고 할 정도였다. 소설보다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가 더 인기를 얻었는데 중국의 콘텐츠 기업 텐센트가 투자해 2019년 내놓은 웹드라마 ‘진정령(陈情令)’은 60억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국에도 ‘마도조사’는 지난해 번역·출간되었는데 전체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충성스러운 팬덤도 생겼고, 이를 계기로 중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면서 중국 BL 작품들이 속속 번역·출간되고 있는데 묵향동후 작가의 ‘인사반파자구계통’ 외에도 이번에 논란이 된 ‘이합화타적백묘사존’ 등이 중국 BL 팬덤의 호응을 받으며 출간됐다.

왜곡 문제가 불거진 중국 콘텐츠

‘이합화타적백묘사존’이 문제가 된 것은 7권에 등장한 ‘장백산’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독자들을 중심으로 이 단어가 중국에서 ‘백두산’을 지칭하는 장백산이 맞느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원문을 읽어본 독자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백산이 실제 장백산의 표기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장백산 마을을 재건한다’는 내용이 중국 대중문화 작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동북공정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은 다른 작품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번역·출간된 ‘청룡도등’의 중국어 원문에는 삼국시대 나당(羅唐)전쟁의 결과가 신라의 항복으로 끝났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삭제돼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독자들은 출판사에 항의의 뜻을 밝혔다. ‘이합화타적백묘사존’을 비롯해 ‘청룡도등’ 등 중국 BL소설을 번역·출간해온 출판사 비랩 측은 사과의 뜻을 밝히고 논란이 된 부분을 수정하기로 했지만 작품 자체를 읽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BL 장르뿐 아니다. 중국 BL소설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전에 이미 중국의 로맨스소설이나 드라마는 상당한 크기의 팬덤을 확보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로맨스 장르 소설을 언정소설(言情小说)이라고 부르는데, 여러 작품이 불판 위에 올랐다. 소설 ‘후궁덕비’에서는 조선이 중국의 속국으로 등장하고, ‘비빈저직업’에서는 고려가 노비의 나라로 언급된다.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삼생삼세 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나 ‘랑야방’ ‘서녀명란전’ 같은 작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중국 전통 복식인 것처럼 입고 나온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논란들은 결국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불매운동까지 부추기고 있다. 사실 중국을 비롯해 제3세계 국가의 서브컬처 팬덤은 특이한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영화 ‘스타워즈’를 좋아한다고 해서 미국의 서브컬처 작품 전체에 호감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중국 서브컬처 팬덤은 종종 그렇다. 드라마 ‘진정령’으로 팬이 되어 중국 BL 작품을 모두 섭렵한다거나, 읽거나 보지 않아도 중국 서브컬처와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새 소식을 찾아본다. ‘이합화타적백묘사존’을 읽는 독자는 ‘청룡도등’도 읽고 ‘마도조사’도 챙겨 보곤 한다. 중국 연예인의 팬이 되기도 하고 중국어에도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중국 서브컬처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해당 작품 몇 개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중국 서브컬처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돼 벌어지고 있다. ‘왜 굳이 역사 왜곡이 심한 중국 작품들을 보느냐’는 식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중국 대중문화 시장의 규모와 영향력 때문에 ‘위기’를 외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중국 대중문화로 왜곡된 한국 역사를 바로잡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중국 대중문화 시장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

중국인 K팝 아이돌을 거부하는 이유

중국 대중문화에 대한 반감은 몇몇 사건을 통해 강화되었다. 지난 10월 7일 그룹 방탄소년단이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 공을 세운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주는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남긴 수상소감이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됐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는 한국전쟁을 일컫는 것인데, 이를 두고 중국에서는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항미원조(抗美援朝)’, 즉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사실을 ‘기념’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자 애국심과 영웅주의를 고취시킬 수 있는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인 올해에는 관련 영상물이 쏟아지고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제국주의의 확대를 억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전쟁을 ‘고난의 역사’라고 한 방탄소년단에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에 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모양새가 되자 양국 외교부까지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0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중은 우호를 도모하는 관계”라고 진화에 나섰고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도 다음날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이 별반 소득을 얻지 못한 이유는 의외로 K팝 아이돌 멤버들에게서 비롯됐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인 K팝 아이돌 멤버들이 소셜미디어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린 것이다. 엑소의 레이, 우주소녀의 성소·미기·선의 등 현재 그룹에 속해 있는 멤버는 물론 그룹 f(x) 출신 빅토리아,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같은 멤버까지 가세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 ‘중국 정신’을 지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미 지난해 홍콩의 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가 일어날 무렵 그룹 갓세븐의 잭슨, 세븐틴의 준과 디에잇 같은 중국인 멤버들이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면서 홍콩 시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도 네티즌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스타들이 중국의 이념을 강조하며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양새가 한국 팬덤으로서는 달갑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중국인 아이돌 멤버들이 한국 내에서 인기를 얻고 나면 얻어낸 인지도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쉽게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떠나버리는 사례가 흔하게 벌어지곤 했다. K팝 팬덤 내에서는 이런 중국인 멤버들을 두고 ‘둘기(비둘기)’라고 비하하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되자 이제는 ‘중국인을 K팝 멤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여론까지 생겨났다. 한국 대중문화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반감을 가지는 대중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2015년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인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들고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했던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파장까지 일었던 일부터 최근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중국인 멤버들이 중국어와 ‘중국 정신’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왜 우리가 중국인을 좋아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그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짙게 자리 잡아 온 것도 맞지만 대개의 경우 반중 정서가 향하는 곳은 정치·사회 분야에 한정되곤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벌어진 한·중 갈등이 대중문화 분야에까지 영향을 주긴 했지만, 이때의 반중 정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을 받는 한국 연예인을 옹호하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지,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직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급격히 성장한 중국 대중문화 시장이 상황을 바꿨다.

한국에서 활동한 중국인 아이돌들. 왼쪽부터 엑소의 레이, 프리스턴 출신 주결경, 우주소녀.
한국에서 활동한 중국인 아이돌들. 왼쪽부터 엑소의 레이, 프리스턴 출신 주결경, 우주소녀.

트랜스포머에서 선협으로 성장하는 중국

한때 중국 대중문화 콘텐츠는 한국의 것을 베껴 만들어낸다는 인식이 강했다. ‘촌스럽다’ ‘어색하다’ 같은 단어가 수식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막강한 자본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규모의 콘텐츠도 곧잘 만들어내고, 다양성 측면에서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중이다. 이제는 중국 대중문화 팬덤까지 생겼다. ‘중연’은 중국 연예인을 줄여 부르는 말이고 ‘중드’는 중국 드라마를 일컫는 말인데 한국의 중연·중드 팬덤은 서브컬처계에서도 극성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충성스럽다. 대부분 서브컬처 팬덤이 그렇듯이 중연·중드 팬덤 역시 콘텐츠만을 향유하지 않는다. 콘텐츠에서 인물로, 인물에서 사회로 관심을 확산시키며 중국 대중문화와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이것이 바로 중국 대중문화 시장이 의도하는 바다. 맨 처음 중국은 전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자본력을 과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완다,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이 할리우드에 투자해 중국 연예인을 특별출연시키거나 중국을 배경으로 해 영화를 찍곤 했다. 그러나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매니아를 만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4편부터 텐센트픽처스의 투자를 받으면서 “중국 물이 묻었다”며 혹평을 받았다. 한 해 최악의 영화를 꼽아 수상하는 골든라즈베리 시상식에서는 최악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도 활동한 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한경 같은 연기자가 특별출연하고, 홍콩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쳐 중국에서 크게 흥행했지만 ‘중국이 투자하는 콘텐츠는 질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아마 대중들은 ‘트랜스포머’나 ‘콩: 스컬 아일랜드’ ‘퍼시픽 림: 업라이징’같이 중국 자본을 대거 투입했지만 혹평을 받은 작품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대중문화는 다른 방향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흥행한 언정소설 ‘삼생삼세 십리도화’, BL소설 ‘마도조사’ 같은 작품은 중국 대중문화에서만 존재하는 ‘선협(仙俠)’ 장르의 소설이다. 선협에서는 신과 신선이 등장한다. 한혜원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의 논문 ‘중국 선협 로맨스 웹소설의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참고해 보자면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웹소설 사이트인 ‘기점중문망(起点中文网)’에는 판타지, 현대 등에 이어 23만건 넘는 선협소설이 공개돼 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선협소설은 중국에서만 존재하는 장르로, 당나라 때부터 이어진 환상문학의 계보를 잇는 장르다.

중요한 것은 인기를 얻은 선협소설은 단순히 소설로만 출간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드라마, 영화, 웹툰 등 다른 미디어 채널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도조사’만 하더라도 드라마 ‘진정령’을 먼저 본 시청자들이 ‘마도조사’를 구입하면서 팬덤을 이룬 형태다. 이들은 ‘진정령’에 출연한 배우들의 팬이기도 하고 ‘마도조사’를 집필한 작가의 팬이기도 하다. 선협 장르의 재미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선협소설과 드라마를 찾아본다. 이처럼 중국 대중문화 팬덤은 드라마에서 웹소설, 연예인과 다른 콘텐츠까지 관심을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중국이 의도하던 바다. 중국에서 ‘저우추취(走出去)’란 ‘밖으로 나간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글로벌화’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 분야에서도 저우추취를 강조하고 있는데 2010년대 들어서 공식적으로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에 대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단순히 자본력을 앞세워 대중문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다운 것’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점차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문화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공식 문서로 문화 저우추취 전략을 공표한 바 있다.

이 전략은 이미 미국과 일본이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미국의 할리우드는 미국의 가치와 문화를 전 세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를 통해 공고한 팬덤을 형성한 것은 물론 세계 각국에 일본의 것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정치·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으나 문화적 영향력은 미약하던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충분히 참고했을 법하다.

이찬우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중국의 문화산업 정책과 결부되면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의 문화 콘텐츠의 수준이 급격히 성장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라는 점을 되짚어 보면 중국 대중문화의 발전에 정치·사회적 목표의식이 뚜렷하게 숨어 있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에서 산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대중문화 분야의 반중 정서는 단지 타 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자세가 아니라 중국의 이런 문화 전략의 목적을 인지한 대중의 반감으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의 반일 정서와는 다르다. 반일 정서가 과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반중 정서는 미래지향적이다. 계속해서 중국인 K팝 아이돌 멤버를 받아들이거나 중국 대중문화 작품을 ‘검열’하지 않고 수입해올 경우 벌어질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 논란들은 앞으로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중국 대중문화와 이에 저항하는 한국 대중들 간 갈등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중국인 멤버, 중국 웹소설이 단지 한 명의 인물, 하나의 작품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대중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침투하려는 중국과 저항하는 한국의 갈등이 이제 시작되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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