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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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대학 미디어계열 2학년 신모(21)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020년 1학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신씨는 “집에서만 수업을 듣게 되니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라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엔 강의 외에 여러 학교시설을 이용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신씨는 2학기 입대를 계획했다.

그러나 1학기 성적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학점이 4.5 만점에 3점대 후반으로 1학년 때보다 1점이나 오른 것이다. 성적산출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발생한 결과였다. 신씨는 “지금이 좋은 성적을 받을 기회다. 평균 학점을 더 올리고 싶어서 입대 시기를 늦췄다”라고 말했다.

“1학년 때보다 1점이나 올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많은 대학은 수업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시기는 학점 만회의 기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다 보니 학점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1000대 기업 신입사원 993명의 졸업학점은 4.5 만점에 평균 3.7점이었다. 많은 대학생은 “2020년 1학기와 2학기엔 예전보다 높은 학점을 받았다”라고 말한다. 평가방식이 바뀐 효과다.

상대평가는 수강생 중에서 A 학점 이상을 받는 비율을 제한하고 C+ 이하 학점도 일정 정도 주도록 강제한다. 반면, 절대평가는 수강생이 일정 점수를 성취하면 비율에 상관없이 학점을 부여한다. 일부 대학생들은 “통상적으로 절대평가로 평가받으면 A 학점이 10~20% 늘어날 수 있고 C+ 이하 학점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돼 강의와 평가에 어려움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평가방식을 변경했다.

경기도 K대학 3학년 안태은(여·23·경기도 구리시) 씨는 1년 동안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2020년 초 귀국했다. 오랜만에 학교 수업에서 중간·기말고사를 치렀는데,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절대평가로 성적이 나왔다. 안씨는 “적응이 안 돼 걱정했지만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이 성적은 절대평가 아니었으면 평생 못 받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그 이전 학기와 비교해서 학점이 어떻게 나왔나?

“어학연수를 가기 전엔 3.2였다. 2020년 1학기엔 4.42가 나왔다. 한 과목 빼고 다 A+를 받았다. 내 주변 친구들도 학점이 조금씩 올랐다.”

-절대평가로 바뀐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좋다고 본다. ‘학점 인플레’라는 말도 있지만, 열심히만 하면 점수를 받을 수 있어서 불필요한 경쟁을 덜 하는 것 같다.”

-1학기 성적을 받고 바뀐 계획이 있나요?

“2학기에 휴학을 한 다음에 중국에서 1년 동안 살면서 만난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했다. 지금까지 학점이 별로 좋지 않아 취업은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학점을 받고 보니 뭔가 희망이 생겼다. 휴학 계획을 달리 생각하고 있다.”

경기도 H대 경영학과 재학생 배모(23) 씨는 “전역 후 복학했는데 2020년 1학기에 4.0이라는 학점을 처음 받아보았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2학기에 휴학해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점을 받아보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배씨는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대학생 안모 씨의 학점 ⓒphoto 곽경민
인터뷰에 응해준 대학생 안모 씨의 학점 ⓒphoto 곽경민

“지금 휴학하면 손해”

모두가 절대평가여서 성적이 잘 나온 것은 아니었다. 서울 A대학 재학생 진모(여·21) 씨는 “지난 학기와 성적이 비슷하게 나왔다. 원래 성적에서 오르지 않은 사람은 절대평가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성적이 오르지 않은 대학생 중에서도 휴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한다. 경기도 S대 방사선과 재학생 이모(23) 씨는 “평소보다 학점을 따기 쉬운 상황에서 휴학하면 무언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경기도 Y대 연극영화과 휴학생 곽모(여·20) 씨는 “이런 시기에 학점을 챙겨놔야 하는데 휴학한 것이 아깝다”라고 말했다. 곽씨는 “1학기 때 4.3을 받았다.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좋은 학점을 받았으면 교직 이수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H대 이공계 재학생 성모(23) 씨는 “학과가 적성에 안 맞아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었지만 성적에 변화가 있어 휴학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학점을 받을 기회임에도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중엔 2020년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많다. 서울 C대 국악과 백모(여·21) 씨는 “실기 수업 위주로 들어야 하는데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라고 말했다. “학교를 나가 활동한 적이 없다 보니 학교에 대한 애착심이 없다”라고 했다.

입시 전문 업체 유웨이가 대학 신입생 73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반수를 할 생각이 있다”라고 답한 비율이 46.5%에 달했다. 영향을 준 요소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 대한 소속감 저하’(34.3%)였다.

※이 기사는 '주간조선 대학생 기사 공모' 기사입니다.

곽경민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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