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6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해 11월 16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감사원이 산업부를 상대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감사 결과가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감사원은 앞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새로 착수한 탈원전 정책 감사는 기본적으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위법 여부를 감사한다. 앞서 진행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와는 별개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새로 마련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기존의 에너지기본계획과 어긋났을 수 있고, 녹색성장기본법, 원자력진흥기본법 등 여러 법에 저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위 계획이 상위 계획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 위법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감사원이 탈원전 정책 감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권은 당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지난 1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감사는)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적절한지 감사원이 판단해주겠다는 것”이라며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임기를 보장해주니, 임기를 방패로 과감하게 정치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윤석열, 그리고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련 감사에 대해서도 청와대 출신 인사가 비판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윤건영 의원은 “월성 1호기 폐쇄는 (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19대 대선 공약이었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며 “이는 감사 대상도, 수사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분명히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부다. 선을 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이에 대해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공약을 내세웠으면 공약의 정책화를 위한 과정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생략됐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국회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을 정부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법제화해야 할 사안들이 국회를 통과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회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지금은 야인인 임 전 실장이 왜 이 사안에 대해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에게 문지기, 경비견이라는 식으로 그렇게 극언을 하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여당의 삼중수소 누출 주장 등에 대해 학계 전문가들이 반론을 준비하는 세미나를 다음주 개최하려고 한다”며 “감사 결과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위법성이 확인되면 학계의 탈원전 반대 목소리도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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