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 ⓒphoto 뉴시스
지난 2월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 촉구’ 기자회견 ⓒphoto 뉴시스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한국의 규제당국은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배달원들을 근로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판정했다.”(Korean regulatory bodies, including the South Korean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 (“MOEL”), have ruled that our Coupang Flex partners and EDPs are independent contractors and not employees.)

쿠팡, 정확히는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LLC의 미 증시 상장신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2019년 11월 고용노동부가 ‘요기요’ 배달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다. 고용노동부가 그동안 쿠팡 관련 배달원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이번 상장신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용노동부의 입장이 밝혀진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지방고용노동청에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기 어려우나, 쿠팡플렉스 또는 쿠팡이츠 배달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방고용노동청에서 관련 진정사건을 내사종결로 처리한 것으로 짐작된다.

위 내용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진보당은 지난 2월 15일 논평을 내고, 고용노동부 차원에서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상장신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근로자성) 박탈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사실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부 노동법 전문가들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은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법원인데, ‘have ruled that(통상 판결했다는 의미)’의 용어 사용으로 인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사법적 판단을 할 권한이 있다거나, 사법기관의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시급이냐 오토바이 자기 소유냐 등이 중요

정확한 사실관계가 추후 밝혀져야 명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방고용노동청이 진정사건을 내사종결한 것이 사실이라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기는 하나 상장신고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고용노동부 단계에서의 해석일 뿐이므로 추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배달원들이 근로자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쿠팡플렉스, 쿠팡이츠 배달원들과 관련한 근로자성 문제가 완전히 결론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쿠팡LLC의 상장신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생각해보면, 고용노동부가 요기요 배달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인정하면서, 왜 쿠팡이츠 배달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계약자라 인정하였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다 같은 배달원인데, 누구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누구는 근로자가 아닌 독립계약자(프리랜서)에 해당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업무수행 방식을 찬찬히 살펴보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기요에서는 배달원들의 급여를 시급으로 지급했고,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원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했다. 그리고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회사에서 지정했고, 출퇴근 보고 등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10월 이러한 점들을 근거로 요기요 배달원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했다.

반면 쿠팡이츠 배달원(배달파트너)의 경우 시급으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과거에는 시간제 파트너가 존재했음), 배달 건별로 수입이 책정되어 지급된다. 본인이 얼마나 배달을 많이 했느냐에 따라 실제 얻어가는 수익이 차이가 있다. 아울러 배달을 위한 오토바이,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도 배달원이 스스로 구비해야 한다. 근무시간, 근무장소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지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배민라이더스의 배민커넥트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

근로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어 있는지, 비품이나 작업도구를 회사가 제공하는지, 회사에서 업무 지시·감독을 하는지 등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계약형태가 위임계약인지, 위탁계약인지, 근로계약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회사에 종속되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요기요 배달원에 비해 쿠팡이츠의 배달원은 회사의 간섭 정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고용노동부도 양 회사 배달원들의 신분상 지위를 달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 요기요 배달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때에도 고용노동부는 배달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구체적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회사나 고용형태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취지다.

플랫폼 노동자 보호방안 마련 시급

회사의 법적 리스크가 줄어들면 들수록 배달원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은 커진다. 노동관계 법령은 사용자, 근로자가 상호 비대칭적 관계에 있다고 보아 근로자에 대하여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근로자가 아니라면 최저임금, 퇴직금, 연차수당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플랫폼 노동의 경우 통상 비전속적 고용형태로 나타나는데, 업무가 초단기라는 점, 업무장소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 업무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언제까지 일할지 여부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사용자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등이 주된 특징이다. 바로 이러한 점들로 인하여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전통적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포섭되기 어렵다.

점차 플랫폼 관련 회사들도 근로자성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여,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로 취급하지 아니할 경우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는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의 제공 과정에서 많은 육체적 위험,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일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업무나 수입의 절반 이상을 한 사업장에서 할 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소위 이를 전속성 기준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러 사업장에서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할 경우에는 보호받기 어렵다. 기존의 법의 틀만으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규율과 보호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해 어떻게 규율해야 할 것인지 적극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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