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현무-2 미사일. (우) 북한 KN-23 개량형 미사일. photo 국방부
(좌) 현무-2 미사일. (우) 북한 KN-23 개량형 미사일. photo 국방부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성공한 것에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 7월 창설 5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연구소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을 통해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현무-4 미사일이 세계 최대급 탄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현무-4는 지난해 3월 시험발사를 했지만 실패 소식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초기엔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김정은 벙커’ 등 강력한 지하시설 파괴용으로 알려져 ‘괴물 미사일’ ‘괴물 벙커버스터’라는 별칭이 붙었다. 현무-4는 실패를 딛고 재도전해 문 대통령이 ADD를 방문하기 전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국내 언론은 현무-4의 탄두중량을 2t(사거리 800㎞ 기준)으로 보도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이 지난 3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KN-23 개량형 미사일(탄두중량 2.5t)이 우리 현무-4보다 탄두중량이 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즉 북한이 우리 현무-4를 능가하는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군 소식통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로 우리 현무-4가 북한의 KN-23 개량형보다 훨씬 강하다”고 전했다.

그 비밀은 사거리와 탄두중량의 상관관계에 있다. 같은 탄도미사일이라면 사거리가 늘어나면 탄두중량은 줄어들어 더 가벼운 탄두를, 반대로 사거리가 짧아지면 탄두중량은 커져 더 무거운 탄두를 운반할 수 있게 된다. 현무-4 탄두중량이 2t이라는 것은 800㎞가 기준이라고 알려졌다. 한·미 미사일 지침상 최대 사거리가 800㎞이기 때문에 최대 사거리에서 2t 탄두를 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현무-4의 사거리를 300~500㎞로 줄인다면 탄두 중량은 4~5t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사거리 300㎞일 경우 현무-4는 탄두중량 4t을 훨씬 능가하는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거리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4~5t 이상의 탄두를 단 것들도 있다. 하지만 미·러·중 등 강대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의 탄두중량은 대개 500㎏~1t 수준이다. 4~5t 이상 수준, 4t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상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중량”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무-4의 정확한 탄두중량과 형태는 극비에 부쳐져 있어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형태는 유례없는 탄두중량을 감안할 때 탄두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큰 가분수 미사일로 추정되고 있다.

현무-4, 한 발로 축구장 200개 초토화

탄두중량이 큰 만큼 현무-4는 핵탄두를 제외한 비핵탄두 미사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위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무-4가 수백~1000개 이상의 자탄을 살포하는 확산탄을 쓸 경우 축구장 200개 이상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고폭탄 탄두를 달 경우 김일성·김정일 부자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평양 류경호텔 등을 단 1발로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수산태양궁전은 평양 최대급 건축물이자 북한이 가장 신성시하는 곳이다. 류경호텔은 높이 330m로, 북한 최초의 100층 이상 건물(105층)이자 평양의 상징물 중의 하나다.

현무-4는 2017년 화성-14·15형 ICBM 등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으로 핵·미사일 위협이 부각되자 우리 군 대량응징보복 전략의 핵심 무기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해 한·미 미사일 지침 탄두중량 제한을 철폐키로 한 것도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현무-4는 북한이 유사시 핵·미사일로 도발하면 고강도 보복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현무-4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력에 겁을 먹게 해 유사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엄두를 낼 수 없도록 사전 억제를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내가 핵미사일 단추를 잘못 누르면 집무실에 있든, 지하벙커에 있든 한 방에 갈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무기라는 얘기다. 특히 북한은 아직까지 본격적인 요격미사일이 없어 현무-4 등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요격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다.

‘북한판 현무-4’로 불리는 KN-23 개량형은 우리 현무-4보다 위력은 떨어지지만 종전 북 미사일에 비해선 강력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군 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관계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KN-23 개량형 2.5t 탄두에 수백~1000개 이상의 자탄을 가진 확산탄을 장착할 경우 직경 1㎞ 이상에 달하는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축구장 약 150개에 달하는 크기다. 직경 400~500m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주한 미군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6개 발사대와 지원시설 등은 단 1발로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 등은 방호시설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위력이 작은 확산탄 공격에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주한 미 공군의 중추인 오산기지,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등은 북한의 최우선 공격 목표들인데, 이들 기지는 가로 4㎞, 세로 3㎞ 크기다. 이들 기지는 10여발이면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운 수준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 양국군의 지하 지휘벙커를 파괴하기 위해 지하 관통탄두를 장착했을 경우도 파괴력이 엄청나다. 그동안 북한의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은 정확도가 워낙 떨어져 한·미 양국군의 지하 지휘벙커를 정확히 타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스커드·노동 미사일 공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제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KN-23 개량형이 등장해 얘기가 달라진 것이다.

2.5t 탄두는 지하 수십m를 관통해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합참·계룡대 3군본부 지하벙커(지휘통제실) 등은 그다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지 않아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전면전 시 한·미 군 수뇌부 지휘벙커인 ‘탱고(TANGO)’나 우리 정부 지휘벙커인 B-1 ‘문서고’의 경우 산 화강암 속에 있어 탄두가 관통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충격파에 의해 붕괴되거나 지휘통제 장비가 무력화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북한판 현무-4’는 전술핵탄두도 충분히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술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달더라도 한국군에 골치 아픈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