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4월 25~29일 경기·강원 일대에서 2차례에 걸쳐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photo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4월 25~29일 경기·강원 일대에서 2차례에 걸쳐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photo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 전단을 보고 ‘태극기가 이렇게 생겼구나’라고 알았어요. 당시는 전단에 적힌 정보에 거의 중독돼 전단 찾으러 일부러 야산을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1995년 러시아를 통해 탈북한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장은 개성 일대 최전방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며 대북 전단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허씨는 “형형색색 칠해진 전단이 시각적으로 인상 깊어 뇌리에 콱 박혔다”고 회상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지난 4월 말 경기·강원 일대에서 대북 전단 50만장 등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찰은 이 전단이 한국 땅에 떨어졌는지 등 소재를 파악 중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경찰청 수사과 김정완 대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전단이 어디 떨어졌는지) 아직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전단이 북한 영토로 넘어갔다고 밝혀지면, 대북전단금지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박상학 대표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3월 30일 이후에도 “전단 날리고 국립호텔(교도소)에서 3년 정도 살다 오지 뭐”라면서 살포 의지를 굽히지 않아 왔다. 박 대표를 비롯한 탈북민들이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전단을 날려보내려는 이유는, 대북 전단을 통한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효과가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단의 가장 큰 특징은 ‘무차별성’이다. 지상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전단은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는 북한 주민에게도 전달될 수밖에 없다. 한국 드라마등이 담긴 USB를 몰래 들여오거나 주파수를 맞춰가며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이미 한국에 호기심을 가진 상태지만 대북 전단은 탈북을 전혀 고려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탈북민 주일룡씨에 따르면, 5년 전 북한에서 군인으로 복무하다가 탈북한 A씨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A 형은 백두혈통을 욕하는 전단을 보고 ‘에이~ 설마’ 하고 말았다. 하지만 김정은이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에도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전단의 내용이 자꾸 생각나서 탈북을 결심했다.”

탈북민들은 전단의 일부만이라도 북한 땅에 닿으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주일룡씨는 “내가 살던 함경북도 청진에서도 대형 풍선을 몇 번 본 적이 있다”며 “하나님 말씀 등을 크게 쓴 풍선은 멀리서도 잘 보였다”고 전했다. 주씨는 “전단이 한 사람에게만 전해진다고 해도 그 효과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전단을 통한 대북 정보 유입이 북한 주민 인권 향상을 크게 돕는다고 본다. 지난 4월 26일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며 열린 ‘오픈 하트’ 화상토론회에서는 탈북민들과 미국 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 “전단을 가진 북한 주민이 처형될 수 있는데 꼭 보내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묻자 탈북민 주경배 목사는 “북한 주민들이 정보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 목사는 “이들은 처벌받을 걸 알면서도 자석에 포일을 감아 (남한 방송 청취용) 라디오를 직접 만들 정도”라고 답했다.

물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전단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효용이 있다고 하는 탈북민의 말만 믿고 남북관계를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남북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 주민을 국외 노동자로 이주시키는 등 다른 방법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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