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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62호] 2021.06.14

협회 텃세? 고향 간 농구 전 국가대표의 비극

▲ 1990년대 대웅제약 실업농구팀에서 3점 슈터로 활약했던 전나영(48) 전 만천초 코치(왼쪽). photo 연합
특정 지역 출신의 남녀 학원 농구 지도자 두 명이 해당 지역 체육협회의 텃세로 농구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0년대 중앙대-삼성 썬더스를 거치며 ‘농구대잔치’ 스타 중 하나였던 김희선(48) 강원사대부고 코치와,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과 대웅제약 실업팀에서 주포로 활약한 전나영(48) 강원 춘천 봉의중학교 코치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가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엘리트 선수 출신 코치를 몰아내려는 지역 농구협회의 조직적인 압력으로 농구 인생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주장을 따라가보면 최근 학원 스포츠계에 불어닥쳤던 ‘학폭 미투’ 사건이 또 다른 한편에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4년까지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의 수석코치 생활을 했던 김희선 감독은 모교인 강원사대부고 출신 농구계 지인들의 추천과 학교 측의 요청으로 2018년 1월 강원사대부고 농구부 코치에 부임했다. ‘농구 명문’으로 이름을 알린 강원사대부고의 명예를 되살려달라는 동문과 학교 측의 요구였다.
   
   하지만 부임 직후부터 그의 지도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가 사대부고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 인근 학교 농구부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김 감독이 특정 중학교 출신 학생을 향해 그렇게 운동할 거면 (사대부고에) 오지 마라”고 말한 것이 ‘폭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민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전국체전에 출전하며 학교로 나온 보조금 70만여원을 부정집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문제는 춘천경찰서에 신고까지 됐고 김 감독은 지난 5월 18일 춘천지검으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김 감독은 “전학 간 학생 1명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문제를 삼았다”며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보조금을 받지 못한 학생 등 농구부 훈련비용을 위해 썼을 뿐, 사적으로 착복한 돈은 한 푼도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사대부고 코치로 부임하며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한 A씨와 가까운 학부모들이 악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A씨는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지역 농구계와 유대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특정 중학교에는 기존 사대부고 코치였던 A씨가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자리를 옮겨 코치로 재직하고 있다. 게다가 A씨와 친분이 있는 이들이 강원도농구협회 임원진을 맡고 있어 편파적인 행정 처분이 이뤄져 왔다고 김 감독은 주장했다.
   
   “저는 모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부임하기 전부터 강원도농구협회와 춘천 지역에선 저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습니다. 국가대표로 세계대회까지 나갔던 제가 오면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공교롭게도 현재 강원농구협회 임원진 중에는 저처럼 프로팀과 국가대표를 거친 지도자가 없습니다. 대부분 고교 시절까지만 농구를 한 생활체육 지도자들입니다.”
   
   김 감독은 강원도농구협회를 비롯해 스포츠윤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강원도체육회, 강원도 교육청 등에 ‘인권침해’로 민원이 제기됐다. 게다가 김 감독은 학생들을 폭행했다는 의혹까지 받았다. 김 감독은 “엉덩이를 툭 치며 ‘정확하게 해’라고 한 일반적인 지도였다”고 해명했다. 수십 차례의 민원과 경찰 조사까지 받은 김 감독은 결국 지난 4월 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처분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21년 초까지 춘천 만천초등학교에서 코치생활을 한 전나영 감독은 아예 협회에서 영구제명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가 학생들을 폭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전 감독이 학생들을 폭행했다는 민원은 공교롭게도 김희선 감독이 비슷한 민원을 받던 시기인 2019년 시작됐다. 이로 인해 전 감독은 경찰조사까지 받았지만 같은 해 8월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다.
   
▲ 중앙대 선수 시절 ‘농구대잔치’ 흥행을 이끌었던 김희선(48) 강원사대부고 감독(오른쪽). photo 연합

   혐의 없음 나오자 다음엔 민원 폭탄
   
   경찰 수사가 종결되자 이번에는 같은 내용의 민원이 교육청, 인권위원회, 강원도체육회, 대한체육회, 대한농구협회, 스포츠윤리위원회에 계속해서 제기됐다. 2020년 7월에는 전 감독이 학교 훈련과 전지훈련 등에서 학생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가했다는 민원이 대한체육회에까지 접수됐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대한농구협회와 강원도 교육청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 및 피신고인의 직무정지”를 권고했다. 대한농구협회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전 감독의 지도자 자격을 일시정지하고, 민원 내용이 소명될 때까지 대회 참가와 벤치 착석을 불허했다.
   
   그러자 만천초는 민원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대한농구협회에 자격 일시정지 처분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농구협회는 이를 받아들여 조치를 철회했지만, 강원도농구협회는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원회를 개최해 제명 처분을 내렸다. 전 감독은 “나를 몰아내려고 하는 지역 농구계 인사들이 강원도농구협회를 장악하고 있고, 이들이 학생들까지 선동해 내가 폭행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넘게 농구부를 이끌면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직접 먹이고 재워가며 가르쳤는데, 협회 인사들이 막후에서 그런 아이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전 감독은 현재 학생들과 격리조치를 받은 상태다. 전 감독은 “동갑내기인 김희선 감독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만들어 민원에 넣었다”면서 “정신과를 다니며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과 전 감독에 대한 강원도농구협회의 징계 처분은 6월 말 재심을 앞두고 있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갈등?
   
   한때 국가대표로 세계대회까지 출전했던 지역 농구 스타 두 명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걸까. 이들은 “성격이 전혀 다른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억지로 통합하다 보니 생겨난 일”이라고 했다. ‘엘리트체육’이란 관련 대학 진학과 프로선수 배출을 목표로 통상 프로 출신 지도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일컫는다. 반면 생활체육은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 증진을 위한 사실상 여가 목적의 스포츠 교육이다. 그런데 2016년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간 경계도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대학 운동부나 프로 경력이 없는 지도자가 엘리트체육 학교 운동부를 맡는 일이 발생했다. 김희선·전나영 감독이 고향 춘천에서 인근 학교 지도자들과 맞닥뜨린 갈등 상황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강원도농구협회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김희선·전나영 감독에 대한 징계 처분은 협회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공정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의 진술서도 이미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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