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6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세윤 네이버사원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6월 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 온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5년간 네이버에 대해 근로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사가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 근로감독 현황 및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에 대해 2016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근로감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얼핏 들으면 ‘정부가 네이버에 특혜를 제공한 것인가?’ 오해할 수 있다.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에 대해 근로감독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잘못된 제도 설계가 초래한 결과일 뿐 정부가 네이버에 어떠한 특혜를 베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한 기업에 대한 특혜시비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 해결이나 사회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5년간 근로감독 받지 않은 네이버

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15조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된 사업장’(과거 명칭은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사업장’)은 3년간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세액공제,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무역보험 특별 지원, 금리우대 등 여러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 혜택 중 하나로 ‘정기 근로감독 3년간 유예’도 주어진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유인책이라 볼 수 있다.

네이버는 2016년에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2019년에는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로 인해 위 규정에 따라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니, 여기에 어떠한 특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여 수시 근로감독, 특별 근로감독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 근로감독은 ‘노동관계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 및 근로계약 등을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로 인하여 노사분규가 발생하였거나 발생 우려가 큰 사업장’ ‘임금 등 금품을 지급기일 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여 다수인 관련 민원이 발생하거나 상습체불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 ‘불법파견 또는 기간제·단시간·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하여 노동관계법령 위반사실이 있는지 수사하기 위해 실시하는 근로감독을 말한다. 이러한 사유가 없다면 특별 근로감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이러한 사유가 있다면 정기 근로감독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특별 근로감독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 이번 직장 내 괴롭힘 사태가 사회적 물의를 빚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9일부터 네이버에 대해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 = 근로조건 준수?

특혜는 아니라 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통해 제도적 미비점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고 해서 근로감독을 면제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점이 쉽게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이란 감독관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업장, 기숙사, 그 밖의 부속건물에 임검하여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법 위반사항을 시정하도록 하거나 행정처분 또는 사법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근로감독관집무규정 제11조) 즉 근로감독제도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권리 또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실제 사업장에서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 국가(고용노동부)가 나서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고용창출’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근로조건이라 함은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의미하므로, 근로감독은 국가가 나서 ‘회사가 최저임금은 준수하는지, 근로자가 야근을 하면 야근수당을 주고 있는지, 주 52시간 근무제는 준수하고 있는지,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있는지(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은 지급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검사하고, 위반 사항이 있다면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고용창출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의 문제

일자리 으뜸기업을 선정할 때는 일자리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평가하므로 일자리 으뜸기업에 대해 정기 근로감독을 면제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자리 으뜸기업의 선정절차와 과정을 보면, 일자리 으뜸기업은 주로 ‘일자리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문제가 여전하다. 2020년 일자리 으뜸기업 선정절차를 보면 후보기업을 발굴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점이 두드러진다. 고용보험 DB를 통해 일자리의 양이 늘어난 기업은 500여곳을 후보군으로 발굴하는 반면, 국민 추천 및 지방관서 추천을 통해 일자리의 질이 우수한 기업은 100여곳만 후보군으로 발굴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자리의 질이 우수한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추천’이라는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장 점검이나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후보기업을 선정할 때 근로기준, 산업안전, 장애인 의무고용, 공정거래 등 법 위반사실이 있는 기업은 제외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만으로는 실제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아직 적발되지 않은 법 위반행위가 있는 사업장을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 일자리 으뜸기업을 선정할 때 지방노동관서의 현장실사가 이뤄지기는 하는데, ‘으뜸기업’을 뽑기 위한 현장실사와, 노동관계법령 준수 여부를 검사하고 필요 시 시정을 요구하기 위한 ‘근로감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러한 현장실사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근로감독제가 필요한 이유

근로감독제도는 사람을 많이 뽑으라고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뽑은 사람을 정당하게 대우하고 관련 법을 위반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많이 뽑았다는 이유로 근로감독 면제라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고 고용을 증진시키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할 수 있고, 노동관계법령 위반도 다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근로감독제도의 정책적 개선방안’(2018년 4월)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장, 고용창출 우수 사업장 등은 정기감독의 면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정기감독이 필요할 경우도 있으므로 면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직장에서의 권력 관계를 고려하면 근로감독이 없을 경우 근로자가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거나 사고가 터질 즈음에야 비로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국가의 노동법이 아무리 선진화되어 있어도 근로감독제도가 없다면 그 법은 한낱 사문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하여 제도 개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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