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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호] 202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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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폭 바뀐 북한 노동당 규약… 신설된 제1비서는 누구?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조선중앙TV가 지난 1월 18일 김정은(앞줄 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8기 신임 노동당 중앙지도기관 구성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앞줄 왼쪽 두 번째는 김여정 부부장, 김정은의 왼쪽은 조용원 당 비서. photo 뉴시스
북한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2021년 1월 5~12일) 때 개정했다는 당 규약이 입수되어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다. 올 1월 9일 채택된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한 결정서’에 의하면 당 규약은 “당 건설과 당 활동의 지침이며 당 조직들과 당원들의 행동규범이고 활동준칙”으로 돼 있다. 우리가 북한 노동당 규약의 개정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이 정권기관(행정·입법·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당 규약을 통해 수령의 유일적 통치를 정당화해주는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작동원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당 규약은 이전처럼 서문, 9장, 60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내용 면에서는 이전에 이뤄졌던 개정에 비해 대폭 수정되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한 일부 언론과 국책 연구기관들의 분석이 사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일단 개정 당 규약에서 ‘김일성’ ‘김정일’ ‘선군’ 등의 용어가 배제돼 선대(先代) 수령에서 벗어나려는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당 규약 개정 결정서에 의하면 “조선로동당의 창건자, 건설자이시며 영원한 수령이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과 업적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빛내여 나가려는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를 반영하였다”라고 밝히고 있어 이러한 해석이 오류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이 선대수령 지우기에 나선다는 주장은 이른바 조선혁명의 전통상 있을 수 없다.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홀로서기는 김정일 사망 직후 권력을 승계할 때부터 시작되었고 이미 완성되었다.
   
   이번 개정 규약에서 최대 관심사는 당 규약 제26조의 ‘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는 조선로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다’라는 대목이다. 북한은 수령 유일영도체제 특성상 2인자나 실세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1비서 직책의 신설은 명백히 2인자를 지정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올 1월 8차 당대회 때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당 위원장의 직제를 ‘총비서’로 바꾸고 각급 당 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개정했음을 공포했으나 제1비서의 신설은 숨겨왔다.
   
   문제는 왜 ‘제1비서’를 신설했으며 누가 ‘제1비서’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김정은의 건강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김정은이 작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행사에 불참한 이후 사망설이 나올 정도로 ‘건강이상설’이 심각하게 제기된 바 있다. 건강상 이유로 공개활동을 중지하고 장기간 휴식을 취하면서 김정은이 생각한 것은 자기가 잘못되었을 경우 북한의 미래였을 것이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김정은의 자식(10세 전후)들이 장성하여 승계하면 되나, 어린 나이를 감안하여 ‘비상 후계구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유고(有故) 상황에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후계구도를 제도화한 것이 ‘제1비서’ 직책의 신설이라고 판단된다.
   
   
   조용원인가? 김여정인가?
   
   이번 개정에서 당수반(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정치국 회의를 사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는데, 이는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과중에 따른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보완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현재 당 비서는 김정은 총비서를 제외하고 7명으로, 조용원(조직지도), 박태성(선전), 리병철(군사), 정상학(검사·감사), 리일환(근로단체), 김두일(경제), 최상건(과학교육) 등이다. 이 중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의 핵심비서인 조직비서를 맡고 있는 조용원이 ‘제1비서’로 주목되고 있다. 조용원이 김정은이 참석한 당 공식회의 석상에서 당 간부들을 질책하는 장면을 볼 때 이는 가능한 유추이나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조용원이 제1비서라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공석 가능성도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1비서가 총비서를 대리하는 직책이며 비상후계구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백두혈통’ 이외에는 오를 수 없는 자리라는 점이다. 당연히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주목된다. 수령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인물이 바로 김여정이다. 물론 올 1월 당대회에서 김여정이 약진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도 탈락하고 부부장으로 강등돼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강등된 직책으로 대하면서 무시할 간부는 한 명도 없다. 김여정이 1월 12일 이후 여러 차례 자신 명의의 대남담화문을 발표한 데서 보듯이 직책에 관계없이 여전히 북한의 2위 서열이다.
   
   
   내부 비밀문건을 통해 내정했을 가능성
   
여기서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가칭 ‘당 제1비서 결정문’(정치국 상무위원까지만 열람)이라는 내부 비밀문건을 통해 이미 제1비서로 김여정을 내정했을 가능성이다. 이를 김정은의 유고 때만 공개할지, 아니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비상후계구도임을 감안한다면 유고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김여정이 대장 정도의 군사칭호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을 갖게 된다면 비상후계구도는 확연해질 것이다.
   
   이번 당 규정 개정과 관련해 또 다른 큰 관심사는 북한이 남한혁명론과 적화통일론을 폐기했는지 여부다. 대한민국의 헌법체제 보호를 위해 노동당 규약에서 최고로 관심이 가는 대목은 적화통일노선을 밝힌 조선노동당의 목표(당면 목적과 최종 목적)가 들어간 서문이다. 이번 개정에서는 이 부분의 표현이 대폭 수정되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여러 차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일부 표현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남한혁명을 통한 전 조선의 공산주의사회 건설’이라는 이른바 적화통일노선을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표2>에서 보듯이, 이번 개정 규약에서는 이전 서문에 명시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 과업을 수행’ 부분을 삭제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으로 대체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부분을 놓고 일부 언론이 북한이 남한혁명통일론과 적화통일을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여기에 전 통일부 장관까지 동조하고 나섰는데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이 정도의 표현은 북한이 남조선혁명론을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론’으로 정식화한 1970년 제5차 당대회 때 김일성의 총화문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여기의 전국적 범위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혁명 대상에 포함시킨 표현이다. 또 북한이 말하는 ‘사회의 자주화’란 남한혁명을 방해한다는 외세(미국)를 축출하고 자주권을 쟁취한다는 것으로 ‘민족해방’ 혁명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적 발전’이란 것도 파쇼독재권력이라고 규정된 남한정권을 타도하고 인민민주정권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북한식 ‘민주주의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변경된 표현 역시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에 다름 아니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6월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4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정치국회의를 주재했다고 방영했다. photo 뉴시스

   적화통일노선 폐기했다?
   
   북한은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의 때도 30년 만에 당 규약을 수정하면서 조선노동당의 최종 목적 부분에서 ‘공산주의 건설’을 삭제하고 이를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으로 대체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를 놓고 북한이 적화통일노선을 폐기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필자가 북한 철학사전(1985)의 공산주의에 대한 정의(공산주의사회는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완전히 실현되는 사회이다)가 대체 표현과 일치함을 지적해서 잠재운 적이 있었다. 이는 북한의 용어 혼란 술책으로 봐야 한다. 우리는 이번 당 규약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당의 최종 목적이 “인민의 이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라고 명시한 것이 대표적인데, 이전 규약에서와 같이 숨지 않고 당당히 공산주의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이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적화통일론을 폐기했다는 주장은 이 표현이 삭제되지 않고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오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특정 언론은 ‘공산주의 건설’ 부분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한 것만 보도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북한은 우리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혁명’, 즉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을 삭제하고 대체 표현하는 대신 최종 목적인 공산주의사회 건설은 당당히 밝히는 선택을 하였다. 이는 김정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개정에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주의’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의 최고강령으로 김일성주의(주체사상)와 김정일주의(선군사상)를 내세우고, 당의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규정했기 때문이다. 아직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란 용어가 공식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김정은주의(김정은의 혁명사상)가 김일성주의-김정일주의에 추가하여 당 이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때 김정은주의는 별도의 사상체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사상적 뿌리로 하여 자신의 정치노선을 이념화하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내년이면 김정은 체제가 11년 차에 접어든다.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는 북한 동포의 피폐뿐 아니라 분단을 심화하고 안보 불안을 가중한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불행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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