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루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80% 이상은 '람다 변이 바이러스'로 생긴 확진자다. ⓒphoto 뉴시스
최근 페루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80% 이상은 '람다 변이 바이러스'로 생긴 확진자다. ⓒphoto 뉴시스

한국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외신들은 델타 변이에 이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전하기 시작했다. '람다변이'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월 중순 람다변이를 '관심 변이'로 지정하며 예의 주시 중이다. 델타 변이도 ‘관심 변이’에서 ‘우려 변이’로 바뀐 바 있다.

지금 보건전문가들의 시선은 남아메리카로 향하고 있다. 'C.37'로 알려진 람다 변이는 지난해 12월 페루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영국을 포함해 27개국으로 확산됐다. 페루는 코로나19로 생긴 인구대비 사망자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이미 현지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고, 집중치료를 위한 자원 또한 턱없이 부족하며 국민의 백신 접근성마저 낮다.

당시 유럽을 중심으로 알파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는 터라 남미의 변이 바이러스는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카예타노 헤레디아 대학의 파블로 츠카야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12월에 처음 이 변이를 언급했을 때는 람다 변이가 샘플 200개당 1개꼴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리마에서는 50% 정도가 람다변이였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지난 두 달(5~6월) 동안 페루에서 발생한 새로운 코로나 확진자 중 82%가 람다변이였다. 다른 변이보다 감염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인접국에도 퍼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21년 4월 2일부터 5월 19일 사이에 생긴 코로나19 확진자 중 37%가 람다 변이였다. 칠레 등에서도 람다변이가 점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고 남미와 교류가 많은 미국에서도 주목할 정도의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아직 람다 변이가 더 심각하다는 증거는 없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람다변이가 델타변이보다 위협적이라는 정보가 돌고 있다. 하지만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그런 판단은 성급해 보인다. 전염 속도가 빠르다는 게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변이가 인간에게 반드시 나쁜 쪽으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WHO는 "지금까지 람다 변이가 더 치명적이라는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잉글랜드공중보건국(PHE)에서 코로나19를 담당하고 있는 알리샤 드미르지안 박사는 ‘BBC 사이언스포커스매거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이 변종에 대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증거는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PHE는 현재 실험실에서 람다변이를 연구 중이다. 변이의 특징, 그리고 지역사회 감염 등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다. 드미르지안 박사는 "이 변이가 더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거나 현재 사람들이 맞고 있는 백신의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의 제프 바렛 소장은 “람다 변이는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상당히 특이한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람다 변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7가지의 독특한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7개 돌연변이 중 하나인 L452Q다. 현재 전 세계 지배 변이로 떠오르고 있는 델타 변이의 L452R 돌연변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칠레 산티아고 대학 연구진은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2회 접종한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혈액 샘플을 얻어 람다 변이가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이 내놓은 결과는 이랬다. "람다 변이가 감마나 알파 변이보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 데이터가 처음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만이 잠재적인 새로운 변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이러스를 품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변이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다. 로셸 윌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 역시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더 위험한 변이로 이어질 수 있는 변이 사슬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 예방접종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가 우리를 정신없게 만든 사태에서 보듯,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생긴 변이 바이러스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때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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