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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67호] 2021.07.19

이건희 기증관 용산 후보지, 서울 장기플랜과 정면 충돌

▲ 서울 용산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일대 파노라마 사진. 목이 잘린 동작대교 북단 위로 용산가족공원과 국립중앙박물관(왼쪽 두 번째), 국립한글박물관(왼쪽)이 보인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건희 기증관의 후보지 중 한 곳인 서울 용산 부지가 서울시 도시계획과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약 2만3000여점의 국보급 예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의 후보지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 두 곳으로 압축했다.
   
   서울 용산 부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바로 옆이고, 송현동 부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인근이다. 두 후보지 모두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주장해온 다른 지방 부지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주변 박물관 및 미술관과 연계가 탁월하다는 평가다. 한데 이 중 문체부 소유 부지로 당장이라도 기증관 건립이 가능한 용산 부지의 경우, 서울시의 장기 도시계획과 정면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용산 부지, 동작대교 직선화 충돌
   
   문체부가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낙점한 용산 부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 사이의 유휴부지인 용산동6가 168-6이다. 용산구가 지난 5월 문체부에 이건희 기증관으로 제안한 부지다. 과거 문체부가 경복궁 내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옮겨 오고, 국립한국문학관을 건립하려고 만지작거렸던 땅이기도 하다.
   
   용산구 측은 “용산구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용산역사박물관(옛 용산철도병원) 등 20여개 박물관·미술관이 모여 있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 클러스터”라며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부터 고 이건희 회장까지 삼성가가 대를 이어 살아온 ‘제2의 고향’ 같은 땅”이라고 밝혔다.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에 자택과 집무실(승지원)을 두고 있었던 용산구 주민 이건희 회장과의 연고를 앞세워 이건희 기증관의 용산 건립 당위성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설 경우, 서울시의 장기 숙원사업인 동작대교 직선화는 사실상 물건너간다. 1984년 개통한 동작대교는 서울 도심과 박정희 정부 때 행정수도로 조성된 경기도 과천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목적으로 개통된 도로철도 복합교량이다.
   
   한데 동작대교는 바로 위 용산미군기지에 가로막혀 한강다리 중 유일하게 다리 북단이 90도 꺾인 기형적인 형태로 남아 있다. 이로 인해 서울 한가운데 있음에도 도심과 연결성이 떨어져 강남·북 간 교통량 분산이란 제기능을 못 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전제로 동작대교를 직선화해 서울시청 및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직결하는 구상을 세워두고 있었다. 동작대교를 직선화해 용산미군기지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후암로와 연결하면 나오는 남북축이다. 이 경우 바로 옆의 또 다른 남북축인 한강대교와 반포대교의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분산할 수 있다. 동작대교 북단에는 향후 직선화를 위한 구조물 역시 남아 있다.
   
   지난 2014년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을 용산의 해당 부지로 옮겨 오려고 했을 때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국립민속박물관 이전건립사업 적정성 검토를 수행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는 “본 사업예정지를 통과하는 지하도로가 동작대교 북단으로부터 미군기지 북측 후암동길까지의 연장으로 계획되어 있었고, 과거 주무부처의 건립기본계획에도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한적 부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시인 출신 도종환 전 문체부 장관이 국립한국문학관을 해당 부지에 건립하려고 했을 때도 이 같은 논리 등을 앞세운 서울시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용산에 들어오려던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한국문학관은 각각 세종시와 은평구로 방향을 튼 상태다. 전직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미 두 곳의 박물관이 방향을 돌렸는데, 여기에 또다시 이건희 기증관을 밀어넣으려는 것은 문체부의 무지 또는 욕심”이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용산 링킹파크’와도 충돌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용산 링킹파크(Linking Park)’ 공약을 내걸며 동작대교 직선화를 시사한 바 있다. ‘1호 국가공원’으로 바뀌는 용산미군기지 아래에 프랑스의 라데팡스와 같은 사통팔달의 대규모 교통거점을 조성해 강북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경우, 남북축인 동작대교는 용산미군기지 아래에 조성될 ‘링킹파크’까지 곧장 이어져야 하는데, 동작대교의 북단 선상에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서면 교통축이 끊어지는 문제가 있다.
   
   링킹파크의 6개축(軸) 중 하나인 ‘과천~동작대교~용산공원(현 용산미군기지)’ 구간 중 일부인 ‘이수~과천 간 복합터널’은 오는 2022년 착공에 들어가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과천의 남태령IC부터 동작대교 아래 이수교차로까지 기존 도로 아래를 통과하는 총연장 5.4㎞의 민자(民資) 지하터널이다. 한데 지하터널이 동작대교를 건너 용산공원 아래까지 직결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쓰임새가 떨어진다. 자연히 동작대교 북단에 이건희 기증관이 자리 잡으면, 동작대교는 영구적인 반신불수 상태를 벗어날 길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서면 서울시의 남북 녹지축 연결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용산미군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중간중간 단절된 서울의 남북 녹지축을 되살리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종묘~남산공원~용산공원~한강공원~국립현충원까지 이어지는 남북 녹지축을 복원한다는 구상이었다. 용산공원에서 한강공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경우, 아파트로 단절된 나머지 공간과 달리 유일하게 트인 공간이 용산가족공원 일대다. 과거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시절, 용산공원 내 각종 박물관 건립계획을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온전한 용산공원 조성에 방해가 된다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문체부가 용산 부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은 건물 건립 예산만 확보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 이건희 회장이 ‘삼성미술관’ 건립을 위해 사들였다가 2008년 대한항공(한진그룹)에 매각한 송현동 부지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3자 간에 토지매수 및 맞교환 협상이 진행 중이다.
   
   LH가 송현동 부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사들인 뒤 이를 서울시에 넘기고, 대신 서울시는 LH 측에 공공주택을 지을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등 시유지를 넘기는 계획이다. 한데 최근 LH 사태와 맞물려 상암동 주민들의 공공주택 건립 반대 등으로 송현동 부지와 맞바꿀 시유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연히 문체부로서는 토지매수 및 맞교환 등 복잡한 절차가 남은 송현동 부지보다는 자기 땅인 용산 부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측은 “서울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반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문체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 위원회의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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