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통증으로 입원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보수 유튜버가 인터넷 생방송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9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통증으로 입원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앞에서 보수 유튜버가 인터넷 생방송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유튜브 영상에 제 신상이 그대로 노출되었네요.” “인터뷰 영상 촬영 때 동의서를 받아야 하나요?” “모자이크 해주기로 했는데 안 했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인터뷰, 투자, 여행, 자동차, 골프, 영화, 게임 등 수많은 테마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이 만들어지고 있다. 평소 방송과 거리가 멀던 사람들도 호기심에, 취미로, 또는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이와 같이 수많은 개인 유튜브 채널이 개설되면서, 무단으로 타인의 얼굴이나 신체를 노출시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행인을 찍는 것을 넘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몰래카메라, 각종 ‘사이다’ 영상 등 종류와 양태도 다양하다. 그런데 영상 촬영에 대해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초상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심지어 영상 촬영에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초상권 침해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타인과 구별되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묘사, 공표되지 아니할 권리와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이를 초상권이라 하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에 초상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는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초상(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방송한다면 초상권 침해가 된다. 그 타인의 인격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고 해서(예컨대 지나가는 행인 촬영) 정당화되지 않는다. 음식 영상을 찍을 때 뒤에서 먹고 있는 다른 손님의 얼굴이 우연히 촬영되었다거나, 여행 중 길거리 영상을 찍다 타인의 얼굴이 촬영된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는 성립할 수 있다. 뒷모습이 촬영되거나, 매우 빠르게 스쳐 지나가거나, 먼 배경으로 찍혀 그 사람을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침해가 되더라도 그 손해가 미미하여 실제 손해배상청구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

무단 촬영은 무조건 초상권 침해?

하지만 길거리와 같은 공개된 장소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타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하여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면 초상권 침해는 성립한다. 예컨대 코로나19 시국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을 고발한다며 특정한 시민의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하여 영상을 업로드하는 경우 초상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타인을 욕하거나 비방하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다면 민사상 초상권 침해가 성립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형사상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민사소송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촬영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우리 법원은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일상생활을 촬영한 행위도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다만 예외적으로 무단촬영이 정당화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층간소음으로 시비가 붙어 폭행하는 장면을 찍은 경우, 우리 법원은 층간소음 문제로 감정이 격해져 욕설과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던 상황이었으므로 형사절차와 관련하여 증거를 수집, 보전하고 전후 사정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이를 촬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간주했다. 즉 초상권이 침해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어 위자료 등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20다227455 판결) 아파트에 무단으로 현수막을 게시하는 행위를 촬영한 사안과 관련하여서도 우리 법원은 현수막 게시자가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것이므로 스스로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아 초상권 침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다.(위 대법원 2020다227455 판결) 즉 일정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무단으로 촬영을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되어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촬영 동의해도 침해 가능성

영상 촬영에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초상권 침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촬영에 동의를 하더라도 사전에 동의한 방법, 내용과 달리 방송이 된 경우라면 초상권 침해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모자이크 처리를 하기로 했는데 안 한 경우, 얼굴을 가리기로 했는데 안 가린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위자료가 지급된 사례도 있다. 2006년 한 드라마 제작사는 음악 연주 장면을 삽입하기 위해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 연주자들에게 연주 장면 촬영을 요청하였는데,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조건으로 촬영을 승낙했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사는 카메라의 앵글 조절 등의 방법을 통해 연주자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이 쉽게 연주자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연주 장면을 촬영했고, 공중파 방송국은 이를 그대로 방영했다. 당시 법원은 언론매체에 대해 자신의 초상에 관한 방송을 동의한 경우에도 당시 예정한 방법과 달리 방송된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가 된다고 보면서 드라마 제작사 및 방송사로 하여금 연주자들에게 각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11. 29. 선고 2006가합36290 판결)

신세대 대학생들의 생기발랄하고, 재미있고, 즐겁게 노는 신입생 환영회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방송하겠다는 조건으로 촬영에 동의했는데 실제로는 퇴폐적인 유흥에 물든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것처럼 방송을 한 사건에서도 초상권 침해가 인정되었다.(서울지법 남부지원 1997. 8. 7., 선고, 97가합8022, 판결)

결국 유튜브 영상 촬영을 할 때 특히 인터뷰 영상을 찍을 때, 촬영에 동의를 받았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모자이크 처리를 할 것인지, 찍은 영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리고 그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찍어도 될까요?”가 아니라 “이렇게 찍어서, 제 채널 OO 코너에 올려도 될까요?”에 OK 사인을 받자.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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