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전환된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전환된 지난 7월 13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올해 들어 국내에서 어린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린이의 중증률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6일까지 국내에서 0세에서 19세까지의 소아·청소년 중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위·중증률도 0%였다. 다만 어린이들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성인 접종률을 빨리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7월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7월 22~28일) 동안 발생한 0~19세 일평균 확진자는 280명이다. 한 달 전인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발생한 95명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학교나 학원,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아이들 간 집단감염도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국내 연구로 대표적인 것은 지난해 4월 서울시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미선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한 연구이다. 지난해 3월 8일 엄마와 함께 코로나19로 진단돼 입원 치료를 받은 신생아의 바이러스 배출량을 시계열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한 결과다.

이 결과에 인용된 사례는 국내 최연소 확진자인 신생아다. 이 신생아는 생후 27일 만인 지난해 2월, 엄마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원 당시 이 신생아의 증상은 37.6도의 발열과 코막힘 증세였다. 그러다 하루 뒤에는 체온이 38.4도까지 상승했다. 다만 고열은 이틀간만 지속된 뒤 내렸고 이후에는 간헐적으로 구토와 기침 증상이 이어졌다. 다행히 이 아이의 증세는 호흡곤란 등 중증 증세로는 이어지지 않았고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의료진은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전혀 투약하지 않고, 아이의 몸무게를 늘리기 위한 모유 수유만을 아이의 엄마에게 지속하도록 했다. 동시에 의료진은 신생아의 증상과 징후를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이후 아이는 차츰 호전돼 지난해 3월 23일 최종 음성판정을 받고 사흘 뒤 음성판정을 받은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소변·대변 등 모든 표본서 바이러스 검출

주목되는 건 이런 회복세와 달리 신생아의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호흡기와 대변 등에서 채취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량이 엄마보다 최대 100배나 많았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감염 초기만 해도 신생아의 호흡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매우 높은 수치로 검출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대변에서는 증상 발생 18일까지 바이러스 양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했다. 일시적으로는 호흡기 검체와 대변 바이러스 수치를 비교하면 엄마보다 100배나 높을 때도 있었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특히 감염 후 10일째의 호흡기 검체와 대변의 바이러스 수치만 비교하면 엄마보다 약 100배나 높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인인 엄마의 경우 혈액이나 소변 표본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데 비해, 신생아는 혈액·소변·대변·타액 등을 포함한 모든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돼 성인보다 체내 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전이 위험 또한 높은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했다. 신생아는 바이러스 수치가 높고 면역체계도 미성숙한 만큼 신생아와 영아 확진자는 더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제언이다.

이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국외 연구는 중국의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우한어린이병원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우한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지난해 1월 28일부터 2월 26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동 171명의 역학 특성과 임상적 특징을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선 중국질병관리본부가 7만2000여명의 감염자를 조사한 결과 10세 미만 아동은 확진자의 1% 미만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한어린이병원은 우한에서 16세 미만 감염아동을 치료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성인 접종률 빠르게 높여야

연구진에 따르면 이 연구에서 감염된 아동들의 평균 나이는 6.7세였다. 질병이 있는 동안 어린이들의 41.5%는 계속 열이 났고 다른 흔한 증상으로는 기침과 인두 홍반이 있었다. 또 감염된 아동들 중 12명은 방사선상으로 폐렴 소견이 나왔다. 다만 감염 증상은 없었다. 3명은 림프구감소증이 나타났고, 3월 8일에는 한 명이 사망했다. 기존에 장내막염을 앓고 있던 생후 10개월 아이였다. 나머지 21명은 일반 병동에서 안정을 찾았고, 전체의 대다수인 149명의 아이들은 단시일 내에 퇴원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감염된 성인들과는 대조적으로, 감염된 아이들 대부분은 가벼운 임상 과정만을 겪었고 무증상 감염도 드물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무증상 환자의 전염 가능성을 판별하는 것은 방역 조치를 개발해내는 데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3월 26일 발표된 ‘우한에서 태어난 33명의 신생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초기 감염’ 연구에 따르면, 우한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작년 1월부터 2월까지 연구된 중국 우한 출신으로 확진판정을 받은 신생아 33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신생아 33명 중 4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이 조사에서도 확진 신생아 33명 중 대부분인 30명은 임상 증상도 경미하고 결과도 양호했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있었던 신생아 3명도 모두 큰 후유증 없이 회복됐고, 이 중 질병이 가장 심각했던 신생아에 대해 의료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아닌 질식, 패혈증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감염된 아동에 대한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코로나19에 걸린 어린이들은 전체적으로 사망이나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다만 발열과 코막힘 증세가 이어지고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 배출량이 성인보다 훨씬 많은 경우가 있으므로 감염의 매개체로서의 가능성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국 성인 접종률을 빠르게 높여 소아·청소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근본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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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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