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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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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까칠한 약국]백신 수급 불안정보다 '당겨쓰기'가 문제였다

박한슬  약사·’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저자  2021-08-11 오전 8:01:31

▲ 상반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74세에 대한 사전예약이 예정된 지난 8월 2일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백신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를 중심으로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 중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delta variant)의 감염 전파 정도가 생각 이상으로 높은 탓이다.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값도 나왔다.
   
   기초감염재생산수(R0)는 1명의 감염자가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염재생산수가 3 정도였다. 감염자 1명이 대략 3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감염재생산수가 5~10 사이의 값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 1명이 최소 5명, 많게는 10명을 감염시키는 것이다. 에볼라보다도 훨씬 전파력이 높고, 수두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2~3배는 감염력이 강력한 바이러스가 퍼지니, 질병관리청에서는 개편된 거리두기 단계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상향을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이 ‘짧고 굵게’ 진행하겠다는 발언을 거둘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다행인 점도 있다. 3분기 백신 접종 계획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월 3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3분기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8월에 도입이 확정된 2900만회분(1850만명 접종량), 9월 도입 예정인 4200만회분(2100만명 접종량)을 빠르게 접종하여 9월 중 전 국민의 70%에 달하는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겠다는 것이다.
   
   그간 백신 접종에서 소외되어 있던 40대 이하 인구는 물론이고, 거주지가 불명확한 노숙인, 불법체류자처럼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도 포함하는 대규모 접종이 진행되면 지금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 꺾일 가능성이 크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그렇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접종 계획 귀퉁이에 언급된 게 전부지만 상반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835만명 중 일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을 수 없게 됐다. 백신 수급 상황 및 연령제한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차접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수급 불안정을 만든 원인 중 하나가 질병청의 결단이라는 게 문제다.
   
   
   미리 당겨써야만 생기는 ‘교차접종’
   
   백신 수급 불안정으로 교차접종을 진행한다는 주장은 외부의 불가항력으로 이런 일이 우연히 발생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이상한 점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백신 수급량이 적다면 접종 총원의 감소는 있을지언정, 교차접종이 필연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백신 200회분이 들어온다면, 한 사람이 2번씩 맞아야 하므로 100명이 접종 가능 인원이 된다. 그러다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겨 100회분만 들어오게 될 경우 자연스레 접종 가능 인원도 반으로 줄어 50명이 접종 가능 인원이 된다. 수급 불안정 자체는 같은 종류 백신을 두 차례 맞는 정석적인 방식의 접종이 아닌, 두 번째 접종 차례에 종류가 다른 백신을 맞는 교차접종을 절대 유발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시계를 잠시 되돌려보자. 2021년 상반기 백신 1차 접종 완료 목표는 1300만명이었다. 질병청은 지난 6월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목표치를 뛰어넘는 1400만명에 대한 접종을 조기에 완료했다는 것을 밝혔고, 이름도 처음 듣는 나라의 백신 접종률과 비교당하던 신세를 그제야 면하게 됐다. 문제는 1차 접종을 마친 사람의 숫자와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의 숫자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6월 17일을 기점으로 1차 접종자가 1380만명인 데 비해서 접종완료자는 375만명에 불과했다. 그 시점에 국내에 남아 있던 백신은 295만개였다. 접종 간격에 각각 1달(화이자), 3달(아스트라제네카)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대략 1000만명이 맞아야 할 2차 접종분이 모자란 상태였다. 백신 수급 불안정 때문이 아니다. 질병청이 2차 접종을 위해 보관 중이던 백신을 걷어가 다른 접종 대상자에게 써버렸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 백신 200회분이 들어오면, 적정 접종 인원은 100명이다. 우선 100회분은 접종 대상자에게 1차 접종용으로 사용하고, 2차 접종을 위해 100회분을 의료기관에서 보관하다 접종 시점이 되면 다시 사용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4월 중순경, 질병청은 의료기관에 보관하고 있던 2차 접종용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량 회수해 갔다. 수급 불안정으로 신규 물량 도입이 어렵다고 생각되자, 상반기 1차 접종자 1300만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접종용 백신을 당겨쓰는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2차 접종 시기는 최초 접종으로부터 3달이다. 그때 당겨쓴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정확히 3달이 지난 8월에 교차접종 대상자가 됐다. 오로지 질병청 결정 때문이다.
   
   
   효과는 좋지만 ‘정치방역’ 책임져야
   
   무척 다행스러운 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한 후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접종을 마친 이들에게 되레 항체 생성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의료진 500여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교차접종군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정석대로 투여한 것에 비해 항체량이 6배가량 증가했다. 체내에 침입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중화시켜 힘을 못 쓰게 만드는 항체가 더 늘어났으니,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 셈이다. 그렇지만 결과가 좋으니 된 것 아니냐는 주장은 설 곳이 없어야 한다.
   
   백신을 당겨쓴다는 결정이 나온 건 4월 중순이다. 이때는 국내외를 막론해 교차접종에 대한 신뢰성 있는 연구자료가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까지의 3달 이내에 어떻게든 물량이 들어오면 당겨쓴 것도 괜찮은 일이 되니, 막연한 낙관을 하다 뒤늦게 교차접종 연구를 내놓은 게 7월 27일이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완료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접종 일정이 한없이 미뤄지거나, 불안을 무릅쓰고 다른 백신을 맞아야 했다. 국민 안전에 직결된 백신 정책에 대해 ‘따서 갚으면 돼’라는 도박성 결단을 내린 이유라도 밝혀야 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설명은 나온 적이 없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벌어진 민주노총의 불법 시위에 대한 대응을 두고 ‘정치방역’이라는 뒷말이 많다. 광화문 보수집회에 대해서는 통신사 기지국 정보까지 확보하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그런 강경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실제로 ‘정치방역’이란 혐의에 더 잘 맞는 건 민주노총의 행패보단 현재의 교차접종 사태를 만든 ‘백신 당겨쓰기’다. 정부에서 정한 1300만명이라는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굳이 백신을 당겨쓰고, 그 후과(後果)를 교차접종하는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건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아닌가. 단기적인 정치적 잇속을 위해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결정을 내리고서, 어물쩍 교차접종이 안전하다는 주장으로 면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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