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상담센터 ⓒphoto 뉴시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상담센터 ⓒphoto 뉴시스

약 1억달러(115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실소유주 이정훈(45) 전 의장이 법무법인 8곳에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로펌들에는 전직 검사장, 치안정감급 변호인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빗썸은 국내 매출 규모 1위의 암호화폐거래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지난 7월 6일 빗썸 지분 매도 과정에서 매수인을 기망해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달러를 편취한 혐의로 빗썸의 실경영자인 이정훈 전 의장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빗썸 매각 추진 과정에서 암호화폐인 ‘BXA토큰’을 상장한다며 코인을 선(先)판매했으나 실제로는 상장하지 않아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이 전 의장의 주된 혐의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 전 의장은 기소 직후 김앤장, 태평양, 율우, 태웅, 인월, 솔루스, 삼현 등 총 8곳 로펌의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각 로펌의 담당변호사를 모두 합하면 34명이었다. 김앤장에서는 최동해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김정석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변호를 맡고 있다. 태평양에선 허철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 율우에선 이건령 전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과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 인월에선 나찬기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 솔루스에선 김현수 전 서울지검 검사 등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변호인단에는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포함돼 있었다. 박 전 비서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임명됐지만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2019년 11월 자진사임했다. 박 전 비서관은 지난 8월 12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 전 의장 사건은) 검찰 수사 단계까지만 변호를 맡기로 했던 것”이라며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이었다”고 했다. 박 전 비서관은 8월 12일 변호인직에서 물러났다.

8곳 로펌, 변호사만 34명

이른바 ‘빗썸 사태’는 피해를 입었다는 BXA토큰 투자자 55명이 이 전 의장과 김병건(58) BK메디컬그룹 회장을 비롯해 빗썸의 전·현직 임원 9명을 2019년 12월 검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김병건 회장은 자신 역시 이 전 의장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서울시경에 이 전 의장을 고소했다. 이 고소 이후 이 전 의장에 대한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이 전 의장이 2018년 10월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 경영을 제안했는데, 실제로는 빗썸에 코인(BXA토큰)을 상장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되고 BXA토큰을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1억달러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후 이 전 의장이 지중해 국가 사이프러스 국적 취득을 시도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이프러스는 현지에서 215만유로(약 30억원) 이상의 부동산만 구입하면 국적 취득이 허용된다. 시민권 소지자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고, 유럽 내 은행 계좌에 돈을 예치할 수도 있다. BXA토큰 투자 피해자들은 이 전 의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고소장에 포함시켰지만,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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