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제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군대를 가지 않지만, 빌보드 차트 1위를 몇 주 연속을 하든 몇 번을 하든 군대를 가야 한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있지만 대중문화예술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병역혜택은 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순수예술 분야 입상자에게만 주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 6월 25일,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해서도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16명이 발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9월 들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심사 논의하고 있는데,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BTS 등 국위선양을 한 대중가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등이 병역을 ‘면제’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엄밀히 보면 틀린 말이다. 병역법상 이들은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된다. 병역법에 따라 2년10개월간 자신이 속한 예술·체육 분야에 종사하면, 사회복무요원(흔히 말하는 공익)으로서 복무를 한 것으로 보아 병역을 마치게 된다.(병역법 제33조의8)

면제가 아니기 때문에 기초군사훈련, 예비군 훈련도 받아야 한다. 2015년 7월부터는 법이 개정되어, 의무복무기간 중 총 544시간은 특기활용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소속팀 방출 등으로 인해 만약 더 이상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지 않게 될 경우, 현역병으로 입영되거나 사회복무요원(공익)으로 소집된다. 물론 힘들고 자유가 통제된 병영생활을 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본업을 그대로 수행하면서 영리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군 면제나 다름없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면 군 면제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예술·체육요원’ 대상은 누구?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는 분야, 대상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현행법은 총 5가지 분야를 인정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제외하면, 순수예술 분야에서 입상한 사람 내지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한정된다.

1. 국제예술경연대회의 경쟁부문에서 입상한 사람: 국제예술경연대회 경쟁부문에서 2위 이상(입상 성적 순으로 2명 이내)으로 입상한 사람이 우선 그 대상이 된다. 음악의 경우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에 가입된 대회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회에서 어떤 부분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병무청이 정해서 공시하고 있다. 예컨대 장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국제바이올린콩쿠르(바이올린), 샤르트르(chartres) 국제오르간콩쿠르(오르간), 제주국제관악콩쿠르(호른, 튜바, 트럼펫, 트롬본)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규정상 인정받을 수 있는 부문은 바이올린, 피아노, 비올라, 성악, 오르간, 지휘, 클라리넷, 오보에, 트럼펫, 첼로, 플루트, 호른, 피아노듀오, 타악기, 피아노트리오, 더블베이스, 하프, 바순, 첼로, 작곡, 하프시코드, 트롬본, 클래식기타 정도다.

2. 국내예술경연대회: 국내예술경연대회 경쟁부문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으로서 입상 성적이 가장 높은 사람이 그 대상이 된다. 인정되는 부문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피리, 대금, 해금, 정가, 민요, 판소리, 작곡, 가야금병창, 기악, 한국무용 정도가 있다.

3. 국가무형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병무청장이 정하는 분야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그 대상이 된다.

4.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 금~동 메달리스트

5.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사람: 금메달리스트

위와 같이 예술요원의 경우 바이올린·피아노·비올라 등 서양음악, 가야금·거문고·아쟁 등 국악, 그리고 발레나 무용 등과 같은 순수예술 분야에 한정해서 선발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약 130여명이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 중에 있고, 1973년부터 올해까지 총 1804명이 병역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중 체육요원은 979명이고, 나머지 예술요원은 825명이었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병역법 개정안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대중문화예술인도 병역혜택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로 대중예술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대중예술인 역시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공을 세우고 있는데도 예술·체육요원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다. 여기서 말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은 단순히 가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나 무용, 연주, 낭독 그 밖의 예능에 종사하는 자도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만약 동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상당히 많은 수의 문화예술인들이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가수에게도 혜택 필요하나?

예술·체육요원에 대한 병역혜택은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특기 계발 기회를 부여하여 예술 및 체육을 육성, 보존하기 위한 제도다. 세계가 인정하는 국제대회에서 상을 받아 우리나라의 이름을 드높이거나, 우리나라 전통문화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면 그 공로를 인정하고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굳이 병역혜택 대상을 순수예술 분야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 한류문화의 확산, 그로 인한 국위 선양, 이에 대한 가수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기여를 생각할 때, 순수예술 못지않게 BTS 등 대중가수들은 국위 선양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국격을 높이는 일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문제는 구체적인 기준이다. 어떤 기준으로 병역혜택 대상을 선발할 것인가? 국회 국방위 검토보고서에서도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올림픽, 콩쿠르 등과 같이 공신력과 대표성이 있는 지표가 없음에 따라 객관적 편입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인기차트가 있는 가수는 차치하더라도 영화배우 등 연기자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지가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 보더라도 병역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한, 그 기준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을지, 향후 국회에서 이러한 기준점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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