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9월 15일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 명중 장면. 골프에서 홀인원하듯 표적 한가운데에 정확히 명중해 강력한 지하 관통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미사일은 실제 현무-4 탄두중량보다 훨씬 작은 2t급으로 알려졌다. ⓒphoto 국방부
국방부가 지난 9월 15일 공개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 명중 장면. 골프에서 홀인원하듯 표적 한가운데에 정확히 명중해 강력한 지하 관통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미사일은 실제 현무-4 탄두중량보다 훨씬 작은 2t급으로 알려졌다. ⓒphoto 국방부

“저게 진짜야? 정말 소름 돋는다.”

지난 9월 17일 국방부가 공개한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 영상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적 함정이나 지상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무기다. 그동안 개발 사실만 알려져 있었을 뿐 구체적인 성능이나 영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군 당국은 지난 9월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9월 15일 영상은 당일 실제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초음속 미사일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바지선 위의 표적(그물)을 통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틀 뒤인 17일 공개한 영상에선 초음속 미사일이 바지선 위 그물을 받치고 있는 쇠기둥에 명중해 쇠기둥을 부러뜨리는 모습까지 등장하자 네티즌들이 “소름 돋는다”며 환호한 것이다. 이 영상은 이전 시험발사 때 촬영된 것이었다.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유사시 음속의 3배 이상 속도로 서해상 중국 항모를 비롯 동·서해상의 모든 가상 적국 함정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는 물론 동해상의 모든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은 최대 사정거리가 500㎞ 안팎에 달한다는 의미다.

순항미사일은 정확도가 뛰어난 반면 속도는 보통 음속 이하, 즉 아음속이어서 요격이 가능하다는 게 약점이다. 하지만 마하 3~4 이상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요격이 어렵다. 수면 위 수 미터 고도로 바다에 붙어가듯이 초저공 비행하면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워 요격이 더 힘들어진다. 특히 북한은 아직까지 초음속 순항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

군 당국은 함대지, 지대함, 함대함 등 3가지 형태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시험발사에 성공한 초음속 미사일은 지대함 미사일이었다. 육지에서 바다의 함정을 타격하는 무기다. 백령도나 울릉도 등 섬이나 우리 동·서해안에 배치하면 300~500㎞ 떨어져 있는 적 항모 등 함정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정확도도 뛰어나다. 최대 500㎞ 밖 표적에 대해 3m 이내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마하 3 이상의 속도에서 나오는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갖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 때문에 ‘항모 킬러’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청와대와 군 당국은 초음속 순항미사일 외에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고위력 탄도미사일 등 국산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이들 무기는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침무기’들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독침무기를 한두 개가 아니라 4종이나 동시에 공개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날 공개된 신무기 중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등 일부는 개발이 끝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보통 개발이 끝나지 않은 것은 공개하지 않아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올해 말 탐색 개발이 끝나는 무기로 아직 엔진도 장착되지 않은 상태다. 오는 2028년쯤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가깝게는 추석, 길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이 오히려 보수정권보다 더 신무기 개발에 노력해 성과를 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날 공개된 한국형 독침무기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정확도를 과시했다고 한다. 가장 관심을 모은 SLBM의 경우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400㎞ 떨어진 제주 인근 서남해 해상에 탄착했는데 3m가량의 오차로 가상 표적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탄착 해역엔 초속 17m의 강풍이 불고 있었는데도 표적에 정확히 떨어져 참관자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국산 SLBM의 사정거리 등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 사거리 500㎞인 현무-2B를 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SLBM을 발사한 첫 국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는 SLBM 수직발사관 6기가 장착돼 있다. SLBM은 수중의 잠수함에서 발사돼 적에 탐지되지 않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해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다만 우리 SLBM은 비핵탄두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국의 SLBM은 모두 핵탄두이고, 북한의 북극성 계열 SLBM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우리 SLBM에 대해선 ‘팥소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당국은 도산안창호함을 비롯 국산 3000~4000t급(장보고-3급) 총 9척에 SLBM 총 78발을 장착할 계획이다.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표적 명중 장면. 이 미사일은 음속의 3배 속도로, 최대 500㎞ 떨어진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oto 연합
국산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표적 명중 장면. 이 미사일은 음속의 3배 속도로, 최대 500㎞ 떨어진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hoto 연합

350~400㎞ 밖 표적을 3m 이내 오차로

SLBM 성공이 세계 7번째냐, 8번째냐도 논란이 됐다. 그동안 SLBM 잠수함 발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북한 등 7개국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청와대와 군 당국은 북한을 제외하고 우리가 세계에서 7번째 SLBM 개발 성공국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된 것이다.

‘현무-4’로 알려진 고위력 미사일의 사격 및 표적 명중 영상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서 ‘현무-4’ 미사일은 골프에서 홀인원을 하듯 표적 한가운데에 정확히 탄착한 뒤 지하 깊숙이 들어가 폭발, 가공할 지하 관통 능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미사일은 실제 현무-4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4는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보다 훨씬 큰 탄두와 위력을 갖고 있는 미사일이란 것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것은 탄두중량 2t짜리 현무-2 미사일이었다고 한다. 현무-4는 북한이나 주변국이 절대 알면 안 될 ‘극비무기’이기 때문에 보안 유지를 위해 ‘가짜 미사일’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 현무-4 미사일의 탄두중량과 위력은 얼마나 될까. 현무-4는 사거리 800㎞일 때 탄두중량 2t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현무-4의 사거리를 300~500㎞로 줄인다면 탄두중량은 4~5t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사거리 300㎞일 경우 현무-4는 탄두중량 4t을 훨씬 능가하는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러·중 등 강대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은 대개 500㎏~1t 수준이다. 4t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상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이다. 현무-4는 엄청나게 무거운 탄두를 단 만큼 형태도 ‘머리(탄두)’가 큰 가분수형으로 알려졌다. 보통 가분수형은 구조적으로 정상적인 비행이 어려워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15일 시험발사에서 ‘진짜 현무-4’ 미사일은 350㎞를 날아가 3m 안팎의 정확도로 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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