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히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간병인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히 요양병원은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간병인 좀 빨리 보내주세요!”

병원마다 간병인을 못 구해 아우성이다. 간병인 파견업체들도 업체 몫의 수수료를 포기하고 웃돈을 얹어 주면서 간병인 모시기에 바쁘다. 일반병원, 종합병원의 개인 간병은 물론이고 노인병원에서 공동 간병을 담당하는 간병인은 구하기가 더 힘들다. 지방 요양병원의 경우는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간병인 한 명이 2~3개 병실을 한꺼번에 보거나, 간호사들까지 간병 업무에 투입되는 곳도 많다.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간병인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는 말이다. 보건복지부 발표 병상수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국내 간병 시장 규모는 2021년 7조6000억원으로 연 평균 8.1%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간병인 매칭을 해주는 스타트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2019~2029)에 따르면 연평균 취업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직업군 1위는 돌봄, 보건 및 개인 생활 서비스직이다. 실제로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연평균 증가율(2014~2019)이 6.4%로 2014년 82만2000명에서 2019년 111만9000명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135만3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간병 인력의 부족은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계속됐지만 수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코로나19 이후이다. 간병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지난해 춘절 때 중국으로 간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

간병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노인병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간병인 수요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족 형태의 변화와 시설 중심 ‘돌봄’ 문화가 확산된 것이 한 배경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와 함께 요양보호사 제도가 도입됐다. 요양원, 재가시설, 주야간보호센터 등 노인요양보호시설은 의무적으로 요양보호사를 배치하도록 한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160시간의 이론·실기와 80시간의 실습을 거쳐야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요양병원과 일반 급성기 병원의 간병은 자격증이 없어도 가능하지만 노인장기요양시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인 간병 인력들이 노인장기요양시설로 빠져나가면서 노인병원의 간병 인력은 빠르게 중국 동포(조선족)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노인장기요양시설은 4대 보험이 보장되고 근무조건도 안정적인 반면 노인병원의 간병인은 4대 보험이 안 되는 프리랜서에다 24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한국인들은 일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보니 그 틈새를 중국 동포들이 메운 것이다.

2007년부터 중국 동포들에게 방문취업 비자(H2)를 열어주고 2010년 간병인에게 재외동포 비자(F4)를 주면서 매년 5만여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이 인력이 3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병인 매칭을 해주는 시니어 헬스케어 플랫폼 케어닥의 원웅 본부장은 “중국 동포 중에서 청년부터 장년까지 일할 만한 사람은 그때 거의 다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그중 코로나19 이후 중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거나, 코로나19 위험 때문에 간병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약 30%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1세대 간병인들은 이제 60~70대가 됐다. 반면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간병인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인력 공급이 안 되다 보니 이들의 평균 연령은 높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 노인돌봄 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8.9세로 OECD 평균인 45세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간병인 공급 업체를 15년 운영했다는 김은혜씨는 “1세대 중국 동포 간병인들은 3년만 일하면 집을 산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자리가 너무 많아졌다. 굳이 힘든 간병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 동포들도 배고픈 시절이 지났다. 우리나라 요양보호사들도 자격증은 따놓고 너무 힘든 일이다 보니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작된 이후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2021년 6월 기준 118만명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장롱 면허’이다. 김씨는 간병인 부족의 이유를 ‘저임금, 고강도 노동,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꼽고 제도적으로 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없는 간병인의 경우 실태파악도 어렵다.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으로 관리가 되고 있지만, 간병인은 자격조건, 업무, 처우 등을 규정한 근거 법규도 관리감독기관도 없다. 보호자와 1 대 1 계약 관계로 노동법 적용도 안 받는다. 그야말로 그림자 노동자들인 셈이다. 법·제도 밖에 있다 보니 정확한 통계도 없다. 업계는 요양병원 공동 간병인의 경우 중국 동포 비율이 90%를 넘는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동포들이 줄어들면서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고려인들이 유입되고 있다.

간병인의 세계

‘초고령화’ ‘핵가족화’ 시대에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간병이다. 간병인 부족은 남의 일이 아니다. 환자의 옆을 24시간 지키는 사람은 의사, 간호사가 아니라 간병인들이다.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간병인 공급 부족이 계속된다는 것은 서비스의 질은 나빠지고 간병비는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간병인 부족이 가장 심각한 요양병원을 먼저 들여다보자. 전국 요양병원은 1500여곳에 이른다. 대부분 요양병원은 간병인 한 명이 한 병실을 맡는다. 한 병실당 4~10명의 침상이 있다. 일당은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일반병실이 8만~8만5000원, 중환자실은 8만~9만원 선이다. 원 본부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7만5000원 선이었는데 사람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계속 올라가고 있다. 간병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 계속 옮겨 다닌다. 간병인 업체들도 이 병원에서 빼서 저 병원에 보내는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원 본부장은 “인력 확보를 위해 일본처럼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비자를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병 인력 부족에 시달려온 일본도 2017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을 대상으로 개호복지사 비자를 확대하고 2018년에는 베트남 정부와 협약을 맺어 간병인 1만명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간병인의 환자 학대 문제가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리지만 간병인들도 할 말은 많다. 돌봐야 할 환자가 많다 보니 마음과 달리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케어북, 노인 돌봄의 모든 것’에서 소개한 간병인의 육성은 현장의 어려움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됐다는 중국 동포 이영애(66)씨는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간병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들 보면 부모님 생각도 나고 잘해주고 싶지만 여러 명을 돌보다 보면 감당이 안 됩니다. 6인 병실의 경우 세 끼 식사 보조만 해도 3~4시간이 걸립니다. 대소변, 목욕, 체위 변경 등 한 명 감당하기도 힘들어요. 그래도 3명까지는 해볼 만한데 그 이상은 절대적으로 힘듭니다.”

요양병원 3곳에서 10년 동안 공동간병을 한 한인애(69)씨는 “육체노동은 고되지만 일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신노동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고 어려워요. 노인들끼리 다투는 일을 중재하는 것도 힘듭니다. 병실 분위기를 밝게 하려면 기분까지 살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노동법’ 밖에 있는 간병인들

간병 경력 3년째인 중국 동포 강기복씨는 일에 비해 임금이 너무 적다고 했다. “노동법에서 보장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이 간병일입니다.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저녁 7~8시가 돼야 일이 끝나고 밤에도 수시로 일어나야 해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4대 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도 너무 쌉니다. 더 중요한 것은 휴식이 없어요. 100세 시대 간병은 계속 필요한 일인데 왜 여기만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양병원 간병인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강씨의 말처럼 휴일이 없다. 하루 쉬기 위해서는 자기 부담으로 대근을 세워놓아야 한다. 24시간 근무를 생각하면 시급 4000원도 안 된다. 숙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병실 한쪽에 침상이 있으면 다행이다. 병원 측에선 병상 하나가 돈이다. 병상 수를 한 개라도 늘리기 위해 간병인은 복도에 간이침대를 놓고 자게 하는 곳도 있다. 간병인들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불법 의료행위의 강요이다. 석션(환자의 가래나 분비물을 흡입하는 기계), 드레싱, 콧줄 교환 등 의료인이 해야 할 업무를 공공연하게 간병인들에게 떠맡기고 있다.

환자들의 폭력, 폭행, 성희롱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3월 전국 요양보호사 5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육체적·정신적 상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신적 상해 경험으로는 욕설을 들은 경험이 83.7%, 성희롱이 43.3%에 이른다고 응답했다.

근무조건이 열악하니 하려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서비스의 질은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간병인들은 인건비가 낮다고 호소하지만 보호자들 입장은 다르다. 요양병원 6인실의 경우 보호자가 내야 하는 비용은 병원비와 별도로 최소 50만~6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 기한 없는 장기 입원이라는 점에서 보호자들이 느끼는 간병비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다. 방법은 간병비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키는 것이지만 재원이 문제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9조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국민부담은 커지고 일할 사람은 없는 보건의료의 사각지대, 간병 문제는 우리 사회의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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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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