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 ADEX 2021’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공개한 메타버스 훈련체계. VR(가상현실)과 고글 등을 활용해 실제 전투기나 헬기를 타지 않고도 탑승하고 비행하는 것처럼 훈련할 수 있다. photo KAI<br /></div>현대로템이 ‘서울 ADEX 2021’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다족형 복합구동 미래 지상 플랫폼 ‘도스(DOSS)’. 바퀴로 지나갈 수 없는 험난한 지형에서는 로봇 다리의 보행 능력을 이용하고, 평탄한 지형에서는 4륜 구동 차량으로 변신해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photo 현대로템
(왼쪽부터) ‘서울 ADEX 2021’에서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공개한 메타버스 훈련체계. VR(가상현실)과 고글 등을 활용해 실제 전투기나 헬기를 타지 않고도 탑승하고 비행하는 것처럼 훈련할 수 있다. photo KAI
현대로템이 ‘서울 ADEX 2021’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다족형 복합구동 미래 지상 플랫폼 ‘도스(DOSS)’. 바퀴로 지나갈 수 없는 험난한 지형에서는 로봇 다리의 보행 능력을 이용하고, 평탄한 지형에서는 4륜 구동 차량으로 변신해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photo 현대로템

‘험난한 산악 등에서는 4개 다리 가진 로봇으로, 평탄한 지형에선 4륜 구동 차량으로….’

지난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2021)에 등장한 로봇 차량 모습이다. 현대로템이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한 다족형 복합구동 미래 지상 플랫폼 ‘DOSS(Daring Operations in Service and Search·도스)’는 바퀴로 지나갈 수 없는 험난한 지형에서는 로봇 다리의 보행 능력을 이용하고, 평탄한 지형에서는 4륜 구동 차량으로 변신해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다. DOSS는 원격 및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감시정찰, 수색, 경비경계, 부상자 수송, 물자 운반, 폭발물 탐지 및 제거 등 우리 육군의 미래 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 4.0’ 도입에 따른 미래 전장 환경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군사적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민수용과 군용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민·군 겸용 무기인 셈이다.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시작한 뒤 격년으로 개최돼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서울 ADEX는 코로나19 때문에 한때 진통을 겪었지만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해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에어쇼가 대부분 취소된 가운데 실시돼 국제적 관심이 쏠렸고, 28개국에서 440개 업체가 참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서울 ADEX는 동북아 최대 방산 전시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는 ‘DOSS’를 비롯, 로봇, 드론, 메타버스,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과 우주 관련 신기술·신무기들이 대거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확장된 실내 전시관에서는 수소연료 대형 드론, 우주개발 관련 장비, 유·무인 복합운영체계(MUM-T) 장비, VR(가상현실) 훈련체계, 소형 레이저 무기, 다목적 무인차량(로봇) 등 신기술 제품들이 전시됐다. 민수 분야에서는 신개념 교통 시스템인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과 KPS(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도 소개됐다.

현대로템은 국내 국방 분야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플랫폼인 ‘수소트레일러 드론’과 국내 첫 민·군 겸용 다목적 무인차량(로봇) ‘HR-셰르파(HR-Sherpa)’도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7월 HR-셰르파를 기반으로 RCWS(원격조종 사격통제체계)를 장착하고 각종 사양을 업그레이드한 국내 최초의 군용 무인차량인 다목적 무인차량을 군에 납품하기도 했다.

한화디펜스가 공개한 ‘지능형 다목적 무인차량’도 병사 대신 물자·탄약·부상자를 수송하고, 장착된 원격무장으로 화력지원이 가능한 국방로봇이다. 감시·정찰, 통신중계, 물자 수송, 부상병 후송, 근접 전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한화디펜스는 무인수색차량과 무장형 소형 정찰로봇도 전시했다. 무인수색차량은 기갑·기계화부대에 배치되는 무기체계로, 전투부대의 유인차량보다 먼저 작전지역에 투입돼 위험지역에 대한 수색·정찰과 경계·교전 임무를 수행한다. 소형 정찰로봇은 전방 GP지역의 매복작전 때 병사 피로감을 줄이고, 과학적인 감시경계를 통해 효율적인 임무수행에 사용되는 감시경계용 소형 로봇이다.

국방부도 국내에서 생산하고 군에서 운용 중이거나 운용할 예정인 공중·지상·해양 무인체계 72종으로 별도의 홍보관을 구성해 ‘4차 산업혁명 스마트군’ 홍보는 물론 국내 업체의 마케팅 활동을 간접 지원했다. 국방부 홍보관에는 공중 무인전투체계 43종, 자율탐사로봇 등 지상 무인전투체계 17종, 수중 로봇 등 해양 무인체계 12종이 전시됐다. 여기엔 소총 및 유탄발사 드론을 비롯, 각종 감시정찰, 자폭, 지뢰탐지, 조명, 수송 드론 등이 포함됐다. 수중에서 1개월 이상 작전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도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 체험존서 훈련 체험

VR(가상현실)과 고글 등을 활용한 메타버스 교육훈련 시스템을 여러 업체들이 전시한 것도 이번 서울 ADEX의 특징이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메타버스 체험존’을 통해 다양한 미래형 훈련체계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VR 시현용 고글과 VR장갑을 착용한 후 사이버공간에 접속하면 KF-21 한국형 전투기, LAH(소형 무장헬기), 차세대 중형 위성, 수직이착륙 무인기(VTOL) 등 KAI에서 개발하고 있는 항공기나 위성이 3D 실물 크기로 구현된다. 관람객은 항공기 주변을 걸으며 360도 전 방향으로 구현된 형상을 관람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보는 것뿐 아니라 VR장갑을 통해 가상의 형상을 직접 만질 수도 있었다. 정비훈련 버전으로 접속한 관람객은 KF-21 비행제어계통 부품을 갈아끼우며 진짜 정비사가 된 것처럼 미션을 수행한다. 2명이 함께 접속하면 아바타(사이버공간 속의 분신)를 통해 대화하고 합동 실습도 할 수 있다. FA-50 경공격기 등에 대한 비행조종 훈련도 가능하다.

ICT 전문그룹으로 최근 국방사업에 본격 진출한 한컴(한글과컴퓨터)그룹도 다양한 메타버스 교육훈련 체계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올해 신형 소대급 교전훈련장비, 포병 전술사격 과학화훈련장비 사업을 수주한 한컴라이프케어는 제한된 훈련 여건 속에서 실제와 같은 훈련 효과를 거두기 위한 훈련 장비들을 소개했다. 한컴프론티스는 VR기술과 고글을 활용한 공군 전투기 및 육군 아파치 공격헬기 비행훈련(VBS4 ITS 항공 버전), 사격 전술훈련 시뮬레이션 등을 공개했다. 한컴 관계자는 “과거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는 큰 장비(하드웨어)로 특정 기종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전투기에서 헬기로 전환해 훈련할 수도 있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진행돼왔던 우주 분야에 민간 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초소형 위성 등 각종 위성과 우주발사체, 지원 시스템 등이 이번 전시회에 대거 선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IG넥스원이 전시한 KPS 위성체계는 ‘한국형 GPS’로 총 8기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자율주행, 도심항공,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현무-2·3·4 등 우리 군 전략 미사일들을 유사시 적의 재밍(교란)을 피해 목표물까지 정확히 유도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전시한 초소형 위성은 대형 위성의 30분의1 가격으로 1m의 해상도로 악천후에도 북한 목표물들을 감시할 수 있다.

또 KAI가 공개한 수리온 및 LAH(소형 무장헬기) 유·무인 복합운용체계(MUM-T)는 수리온 및 LAH에서 감시정찰 또는 자폭용 무인기를 발진시켜 합동작전을 펴는 미래전의 핵심 체계다. 대한항공이 야외에 전시한 중고도 무인기(MUAV)는 ‘한국판 프레데터’로 불리는데 미사일·소형 폭탄도 장착해 ‘킬러 드론’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노르웨이 수출형 K2전차인 ‘K2NO’와, 해병대 상륙공격헬기인 마린온 무장형 실물도 처음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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