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오전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7일 오전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photo 뉴시스

중국발(發) 초미세먼지(PM 2.5)의 한반도 공습이 시작됐다. 지난 10월 중순부터 중국 북방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속속 중앙난방 공급을 개시하면서다. 중국의 남북경계선인 화이허(淮河)와 친링(秦嶺)산맥 이북의 주요 도시는 각 지역별로 정해진 시기에 겨울철 열원으로 사용하는 중앙난방을 공급한다. 지난 10월 3일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省都) 우루무치에서 중앙난방 공급을 시작한 이래 그 범위가 점차 남동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린성 창춘(10월 15일), 헤이룽장성 하얼빈(10월 20일) 등 겨울철 추위가 극심한 동북3성의 주요 대도시도 이미 난방공급을 시작했다. 오는 11월 15일부터는 베이징, 톈진 등 중국 수도권 대도시의 중앙난방도 예정돼 있다. 자연히 한국과 지척인 산둥성 칭다오, 옌타이 등지의 난방공급이 시작되는 오는 11월 16일을 기점으로는 한반도 상공에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출현하는 횟수 역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난방공급으로 초미세먼지 치솟아

지난 10월 27일에는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초미세먼지가 서울 상공을 덮쳤다. 특히 중국과 가까운 서해 연평도의 PM 2.5 지수는 이날 새벽 3시쯤 132㎍/㎥까지 치솟았다. 초미세먼지를 나타내는 PM 2.5 지수는 0~15㎍/㎥는 ‘좋음’, 16~35㎍/㎥는 ‘보통’, 36~75㎍/㎥는 ‘나쁨’, 76㎍/㎥ 이상은 ‘매우나쁨’으로 구분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월부터 강화된 초미세먼지 권고기준(15㎍/㎥ 이하)을 쓰는데, 이를 월등히 넘어서는 것이다. 연평도 상공의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 발령 기준인 ‘50㎍/㎥ 이상’을 충족시키고 남는다. 공장과 자동차 등 오염원이 사실상 전무한 연평도 상공의 고농도 미세먼지는 겨울철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유입된 것을 것을 제외하면 딱히 설명할 방도가 없다.

중앙난방 공급을 시작한 중국 북방 주요도시의 PM 2.5 지수는 확연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10월 15일부터 중앙난방 공급을 시작한 창춘은 지난 10월 2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PM 2.5 지수가 최고 96㎍/㎥까지 치솟았다. 지난 10월 20일 난방공급을 시작한 하얼빈도 같은 날 기준 PM 2.5 지수가 최고 98㎍/㎥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아직 중앙난방 공급을 시작하지도 않은 베이징과 톈진의 PM 2.5 지수도 같은 날 최고 190㎍/㎥와 247㎍/㎥까지 치솟았다.

같은날 기준, 남방인 상하이와 광저우의 PM 2.5 수치가 각각 최고 37㎍/㎥와 36㎍/㎥ 불과한 것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자연히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코로나19에서 사실상 벗어난 중국과 백신접종 완료율 70%를 돌파하면서 오는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는 한국의 상황이 맞물리면 올겨울 한반도 상공의 초미세먼지가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염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지난겨울(2020년 11월~2021년 1월 기준)의 경우, 한·중 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산업생산과 차량이동이 동시에 줄어들면서 그나마 겨울철에도 맑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베이징의 경우 2020년 11월에서 2021년 1월까지의 월평균 PM 2.5 지수는 최고 40㎍/㎥에 그쳤다. 40㎍/㎥ 역시 WHO 권고기준(15㎍/㎥)을 웃도는 수치이긴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없었던 직전 겨울(2019년 11월~2020년 1월) 최고 59㎍/㎥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호한 수치다.

심지어 지난겨울 베이징의 대기질은 중앙난방을 공급하지 않는 상하이보다 양호했다는 평가다. 상하이의 지난겨울 PM 2.5 수치는 47㎍/㎥에 달했다. 중국발 오염물질 유입이 줄면서 지난겨울에는 한국 역시 상당히 양호한 대기질을 보였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겨울 동안 서울과 인천의 월평균 초미세먼지는 최고 27㎍/㎥과 24㎍/㎥을 기록했다. 강화된 WHO 권고기준(15㎍/㎥ 이하)보다는 못하지만, 옛 WHO 권고기준(25㎍/㎥ 이하)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편에 속한다.

자연히 대략 오는 11월 15일부터 이듬해 3월 15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지속될 중국 북방의 중앙난방 공급에 따른 중국발 초미세먼지 유입을 앞두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아무리 줄여봤자,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고스란히 서해 상공을 넘어오면 말짱 도루묵이라서다. 하지만 구소련의 난방열 공급방식을 본떠 만들어진 중국 북방의 중앙난방 공급방식은 단기간에 뜯어고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2월 동계올림픽 한 가닥 희망

중국발 대기오염 물질의 한반도 상공 유입이 예고된 상황에서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걸어볼 만한 것은 오는 2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오는 2월 4일부터 20일까지 약 보름여간 베이징(빙상)과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설상)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은 동계올림픽 기간 중 대외 이미지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의 조치를 총동원해 이른바 ‘베이징 블루(blue)’를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미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 일원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시설을 일제히 멈춰 세울 것이란 정보도 업계에서 나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수도권 일원의 공장가동을 중단시키고 차량홀짝제 등의 조치를 단행한 전례가 있다. 중국 수도권에 공장을 둔 일부 업체들은 동계올림픽 기간 중 조업중단에 대비해 부품수급 등 비상계획을 세우는 중으로 알려진다. 톈진에 공장을 둔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기간 중 화북(華北) 지역의 모든 공장가동을 약 한 달 반 동안 중단시킨다는 정보가 있어서 업체들이 전전긍긍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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