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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81호] 2021.11.01

단독 중국 교민사회 사분오열… 한국대사관 "올림픽 어찌 치르나"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11-01 오후 1:57:01

▲ 지난 10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상으로 업무보고를 하는 장하성 주중대사. photo 뉴시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에 비상등이 켜졌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쑤저우, 충칭 등 주요 한인회 대표들이 재중(在中) 교민사회의 대표 격인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을 불신임하기로 결의하면서 한인 사회가 내분에 빠졌기 때문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 측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선수단을 제외한 해외관람객의 참관을 불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동계올림픽은 중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대표단을 유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재중 한인 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중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장직을 두고 한인 사회가 사실상 내전(內戰)에 돌입하면서 한인 사회의 유기적인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졌다. 게다가 내년 8월은 한·중 수교 30주년이고, 9월에는 항저우(杭州)아시안게임까지 초대형 행사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내년 8월 한·중 수교 30주년에 즈음해서는, 내년 3월 대선에서 선출된 차기 대통령이 방중(訪中)하는 형식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과정에서 한인 사회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원활한 행사 진행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전직 주중 공관의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으로 방중을 단행할 수도 있는데, 한인 사회가 총연합회장의 대표성 문제를 놓고 내분을 벌이고 있으니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20여곳 회장에 반기
   
   재중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 회장에는 지난 1월 선전한국인회 회장을 역임한 하정수 현 회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신동환 톈진한국인회 회장과 2년 임기의 총연합회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합의한 사실이 합의당사자인 신동환 회장의 ‘양심선언’ 형태로 폭로된 바 있다. 이에 회장직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두고 여러 구설들이 오가자 하정수 현 회장 측은 지난 9월 재신임 여부를 묻는 임시총회를 개최해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총 2년 임기를 재확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하는 일체 행위의 중지를 요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 교민들이 집중된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지의 지역 한인회장들은 “재신임 투표가 지역회장들이 사실상 배제된 상태에서 하정수 현 회장이 임명한 부회장단 등 현 집행부에 의해 정관에도 없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이들 지역회장들은 지난 10월 11일 장하성 주중대사와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앞으로 “현 집행부는 사사로운 야합과 대의원을 기망하여 탄생한 만큼 80만 중국 교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라며 “공관과 재외동포재단은 정상적인 총연합회 집행부를 구성하기 전까지 현 집행부와 공식적인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를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공문을 보낸 지역한인회는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칭다오, 쑤저우, 충칭 등 도합 20여곳에 달한다. 대략 60여개 지역한인회와 연합회로 구성된 총연합회의 3분의1 규모다.
   
   이준용 상하이한인회장은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쑤저우, 충칭 등 다섯 개 도시만 합쳐도 전체 재중 한인 사회의 60~70% 규모”라며 “다섯 개 지역 한인 회장은 2차례 영상회의를 갖고 총연합회와 별도로 공동지원단을 만들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한·중 수교 30주년 행사를 지원하기로 주중대사관과 재외동포재단에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정수 회장을 필두로 한 현 집행부는 재신임 투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의 김영재 사무총장은 “재신임 과정에는 100% 문제가 없었다”며 “반대 측에서 참가를 안 한 것이고 서명한 지역에도 숫자 부풀리기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정수 총연합회장은 “특정 향우회와 전우회에 관계된 사람들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의도로 현 집행부 흔들기를 하는 것”이라며 “시간, 장소,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동계올림픽 어찌 치르나
   
   재중 한인 사회의 내분에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주중 한국대사관이다. 총연합회가 재중 한인 사회를 대표한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한인단체들 간 친목단체 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유력한 지역한인회의 주장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가 재중 한인 사회를 대표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조직과 인력은 모두 지역 한인회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특히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재중 교민사회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통번역 등 인력 지원은 모두 지역 한인회 주도로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베이징을 필두로 상하이, 칭다오 등 재중 한인 사회의 3대 거점도시를 비롯해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쑤저우와 시안, 현대차 공장이 있는 충칭 등 지역 거점도시의 한인회들은 일제히 현 집행부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든 상태다. 특히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지원의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河北省) 일원의 한인회가 모두 현 집행부와 반대 측에 섰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급기야 한국 교민들이 집중 거주하는 베이징 왕징(望京)의 한 사무실에 입주해 있던 중국한국인회총연합회와 베이징한인회는 재신임 투표 후 사무실마저 분가(分家)하기에 이르렀다. 박기락 베이징한인회장은 “회장 선거는 각 지역 대의원 숫자로 하는데, 재신임은 자신이 뽑은 집행부와 몇몇 지역회장들에 의해서만 이뤄졌다”며 “당초 중립으로 관망하고 있었는데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성명서를 내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정수 회장을 위시한 현 집행부 측은 “코로나19로 순수 한국 교민과 최근 국적을 취득한 교민(조선족 동포)을 합하면 55만명 이하, 한국에 체류 중인 인원을 감안하면 40만명 정도”라며 “최소 30만 교민이 거주하는 동북3성 지역은 현 집행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재외동포재단에서 파견된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인회라는 단체가 민간단체이자 자생단체이다 보니 한인회 내부 문제를 가지고 대사관에서 개입할 수는 없다”며 “장하성 대사도 문제를 보고받고 있고 빠른 시일 내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돼서 한인회가 정상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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