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1〉 인천 앞바다 해상 풍황계측기 현황도. 현재 운용 중이거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대기 중인 계측기가 총 25개다. 지도상 빨간색 원 6개는 현재 운용 중인 계측기이다. ⓒphoto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지도1〉 인천 앞바다 해상 풍황계측기 현황도. 현재 운용 중이거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대기 중인 계측기가 총 25개다. 지도상 빨간색 원 6개는 현재 운용 중인 계측기이다. ⓒphoto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정부가 인천 앞바다에 추진 중인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천 굴업도 서측 해역에는 무려 15곳의 업체가 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고 사전입지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이거나, 허가를 받았거나, 허가 대기 중인 풍황계측기는 총 25개다. 계측기를 설치한 인근 80㎢ 내에서 향후 실제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 면적을 모두 합하면 2000㎢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면적(605.02㎢)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풍황계측기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앞서 사업의 경제성을 측정하는 장비다. 해당 해역에 바람이 어디로 얼마나 부는지 등을 측정해 사업성을 평가한다. 이 계측기로 허가를 받으면 해당 업체는 계측기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80㎢ 내에 풍력발전기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주력하고 있는 현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의결했다. 원전 사용량을 대폭 줄이되 2050년까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현재 10배 수준으로 늘리는 기존 시나리오를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2GW(기가와트) 용량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기량을 뜻한다. 2019년 기준 해상풍력 발전량은 0.12GW 수준이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집중 추진되고 있는 곳은 인천 옹진군과 전남 신안군 해역이다. 인천에는 3.6GW, 전남에는 8.4GW 규모의 발전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 인천 앞바다는 평균 바람세기가 초속 6~7m를 웃돌고, 인근 영흥화력발전소가 있어 한국전력과 연계선로 접속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풍력발전의 요지로 꼽힌다.

정부가 강한 의지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보니 마구잡이식 허가가 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 앞바다에 들어설 일부 풍력단지의 좌표가 백령도 주민과 군이 유사시 이용해야 할 ‘안전항로’와 겹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2021년 10월 25일 자 주간조선 ‘[단독] 탈원전과 맞바꾼 서해5도 안보… 군·주민 유사시 안전항로에 해상풍력단지 설치’ 참조) 안전항로란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남북한 긴장고조, 국지전 발생 및 해군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이용하는 항로’인데, 이 항로와 중첩되는 해역에까지 풍황계측기 설치허가가 난 것이다.〈지도2 참조〉

여기에 인근 바다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어민들과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인천 앞바다 인근 10개 도서의 어민들은 별도의 단체까지 조성해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일방적 계측기 설치는 절대 불가하다”며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차병 인천 옹진군 이작어촌계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지금 허가가 난 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어민들은 사실상 어업활동을 할 수가 없다”면서 “풍력발전 업체 측에서 주민들을 찾아와 사업설명회를 했다고 생색내지만, 이미 다 정해진 뒤에 설명하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천 앞바다에 풍황계측기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에는 ‘적정수심’이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적으로 해상풍력발전기는 수심 30~50m 해역에 지을 수 있는데 이 정도 수심이 인천 앞바다에서 꽃게잡이 등의 어업이 벌어지는 해역과 겹치는 탓이다. 강 계장은 “풍력발전기들이 계획대로 들어서면 어장은 초토화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해당 해역에 허가권이 없는 지자체가 계측기 설치 허가를 내줘 몇 달간 해역을 ‘무단점유’한 경우도 있었다. 재생에너지 업체 A사는 지난해 인천 옹진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인천 앞바다 4곳에 계측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중 2곳은 옹진군이 허가를 내줄 수 없는 해역인 EEZ(배타적경제수역)였다. EEZ 해역을 사용하려면 해양수산부 산하인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옹진군은 EEZ를 포함한 해역 4곳에 계측기 설치를 허가했다가 지난 5월에야 이를 취소했다. A사는 약 9개월간 계측기를 ‘무허가’ 운영한 것이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공유수면법)은 공유수면을 무단으로 점·사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인천해수청은 A사에 계측기 설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형사처벌 대신 변상금 8만원을 부과했다. 이런 상황 탓에 인천 지역 어민들 사이에선 “옹진군과 인천 해수청이 특혜를 주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서해5도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천 덕적도 서측 어장은 꽃게잡이 어선 153척이 조업하는 곳”이라면서 “연평어장과 함께 국내산 꽃게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어장에 풍력발전기가 ‘이쑤시개’처럼 꽂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유수면에 풍황계측기 등 장비를 설치하려면 공유수면 사용 허가→실시계획 승인→착공→준공 등 매 단계마다 관리청에 허가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역시 생략됐다. 또 인천해수청이 재허가를 내줄 때까지 해당 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업인들과 사전협의 등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고 지역주민들은 지적했다.

인천 덕적·자월해역 어촌계 주민 일동은 지난 8월 해수청에 보낸 공문을 통해 “‘권한 없는 행정행위’로 허가 효력이 없어 당연 취소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어민 동의 없이 계측기 2기를 불법 점용, 사용하고 있었다”면서 “관련법과 판례 등에 의해 즉시 철거 및 벌칙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덕적·자월해역 어민들은 그동안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국가적 갈등과 주민 피해가 있었던 곳”이라면서 과거의 사례도 언급했다. “활성단층 발견으로 정부의 거짓이 드러난 1995년 굴업도 핵폐기장 사건, 1997년 영흥화력발전소, 해사채취 등 인천 앞바다에서 이루어진 국책사업 모두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업을 포기한 장기간 투쟁으로 집회 중 주민이 사망하기도 하고 학생·시민·주민들이 억울하게 구속되기도 하는 등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현재 허가는 풍황계측기만을 대상으로 나가는 것”이라면서 “향후 실제 발전 사업을 할 때에는 별도의 점·사용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계측기는 항로나 어업에 별 지장이 없지만 (실제 사업 추진 시)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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