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역 방침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예정에 따라 감축 운행에 들어갔던 서울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시간이 정상화되는 10월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에 심야시간 열차감축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의 방역 방침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예정에 따라 감축 운행에 들어갔던 서울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시간이 정상화되는 10월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에 심야시간 열차감축 종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5일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초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도입된 지 1년8개월 만에 구체적인 출구 전략이 나온 셈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초안에 따르면 올해 11월 1일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하기 시작해, 내년 1월께 실질적으로 거리두기를 종료하는 게 최종 목표다. 장기간 거리두기에 지친 시민들은 물론이고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손해를 감수하던 자영업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번에 발표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가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전 국민 70%라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나머지 국민 30%는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에 대한 검증이 덜 끝난 18세 미만 청소년 인구를 제외한 접종률은 80%. 성인만 잡아도 약 1000만명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는 얘기다. 이마저도 백신 접종 인구 중 돌파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제외한 것이니,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 이 인구집단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기존과 궤를 달리하는 수준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접종률을 보이는 국가와 비교를 통해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을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1. 부분적 일상회복: 마스크는 꼭 써야

전 국민 70%에 근접하는 접종률을 달성한 국가 중 정책의 양극단에 선 비교 사례가 있다. 싱가포르(접종률 82%)와 영국(접종률 79%)이다. 영국의 경우 올해 7월 19일부터 실질적으로 개인에게 부과되는 방역 책임을 거의 모두 제거한 상태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사적모임에 대한 제한도 가하지 않는다. 반면 싱가포르는 접종률 82%를 달성하고도 식당과 카페는 백신접종자 기준 2인 인원 제한, 사적모임에 대해서도 1일 1회 제한이라는 무척 강력한 방역 제한을 걸고 있으니, 싱가포르가 ‘위드 코로나’의 대표격인 국가라는 건 그리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설명인 셈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다른 국가들은 완전 제한을 없앤 영국과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이 즈음에 존재한다. 국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는 싱가포르에 가까운 수준에서, 영국의 수준으로 완화해 가는 단계적 조치라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라고 해서 영국처럼 즉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즉시 복귀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은 해제되지만, 사적모임 제한은 캐나다(접종률 73%)와 같이 실내 10인으로 제한되는 식이다.

여기에 백신 접종 증명서와 코로나19 음성 확인제도가 덧붙는다. 감염 확산을 막고, 백신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백신 접종자에게는 방역조치 완화의 이익을, 백신 미접종자에게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라는 불이익을 요구하는 것이다. 식당과 카페 출입 자체에도 백신 접종 증명서나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싱가포르만큼은 아니지만, 실내체육시설이나 공연장 등에서 비슷한 제도를 운용 중인 캐나다나 이탈리아(접종률 71%), 프랑스(접종률 68%)의 사례를 참고하면 무리한 조치라고 보긴 힘들다. 이들 국가가 제한을 두는 이유는 바로 확진자 증가 때문이다.

2. 확진자: 일일 확진자 5000명 넘는다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유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약 33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구가 약 560만명이니, 국내 인구비례로 계산해보면 확진자가 매일 3만명 가까이 쏟아지고 있는 수준이다. 영국은 일일 확진자가 약 3만6000명 정도 나오고 있으니 한국 인구비례로 바꿔 보면 매일 2만7000명 정도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셈이다. 싱가포르보다 적어서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미 전체 인구의 13%인 880만명이 감염되었던 전례가 있는 데다, 실질적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는 특성이 달라 착시가 일어나는 것뿐이다.

우리네와 유사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캐나다와 프랑스,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를 한국 인구비례로 바꾸면 대략 일일 5000~6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니, 한국에서도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를 진행하면 최소 이 정도 수준의 일일 확진자가 쏟아질 것은 확실하다. 4차 대유행 시기의 두 배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지게 된다는 건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발생할 잠재적인 5차 대유행이 감염시킬 수 있는 인구는 앞서 언급했던 미접종자 1000만명이다. 이들이 동시에 확진되면 실질적으로 의료 붕괴가 발생하니, 이를 조절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방역조치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속도가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킷 브레이커’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일원인 가천대 의대 정재훈 교수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 80% 혹은 5000명 이상 대규모 유행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4주 내외로 사적모임 제한 등을 일시적으로 적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종적인 확정안에 이런 내용이 담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정부에서도 단기적인 확진자 폭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옥죄고 있던 방역을 풀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는 이유는 중증 환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 중증 환자: 확진자 수만큼 늘진 않는다

엄격한 방역 통제로 확진자 수를 잘 조정하고 있던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자.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대략 2.5~4.0% 정도라는 걸 알 수 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한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작년 중순 즈음의 중증화율은 3~5% 수준을 유지했다. 이 수치대로라면 일일 확진자 수가 5000명일 때, 대략 200여명의 환자가 중증으로 전환되어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숫자가 좀 달라진다.

싱가포르 기준 백신접종자의 중증전환율은 0.3~0.5% 수준이다. 같은 5000명이 감염되더라도 중증 환자로 전환되는 수는 20명 정도다. 실제로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올해 중순 즈음, 중증화율은 2.2%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더 감소했는데, 1~2% 수준을 유지하던 치명률은 올해 7월 무렵 0.3%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위험군의 백신접종률이 올라가서인데, 싱가포르의 백신접종자 치명률과 비슷하게 될 경우 이 수치는 0.1%로 감소할 수 있다. 확진자 수가 늘어도 백신접종자가 늘어나면서 입원하는 환자는 물론 사망하는 환자도 확연히 줄어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은 중증화율을 조절하며, 의료가 마비되지 않을 정도의 확진자를 허용하는 식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

박한슬 약사·’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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