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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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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위드 코로나’ 500만명의 역설… 마지노선을 지켜라!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11-06 오후 12:50:56

▲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행 사흘째인 지난 11월 3일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수는 2667명을 기록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주말 이태원 사진 보고 우리끼리 그랬어요. 간호사나 임상병리사나 전공의 선생 전부 코로나 대응 지원으로 또 끌려갈 것 같다고.”
   
   사람이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든 이태원의 사람들. 핼러윈데이의 사진이 언론을 장식하자 이를 본 간호사들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사회가 이전의 모습을 되찾으려 바쁘게 되돌아갈수록 병원 안 사람들은 초조하다.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의 간호사 A씨는 ‘이러다가는 앞으로 죽어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의 일터는 코로나19 대응 기지 중 하나다. 이곳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병상 외에도 준중환자와 경증환자 병상도 있다.
   
   가을 냄새를 풍기는 이곳 병원은 겉으론 평화롭지만 코로나19 환자가 몰려들던 지난 네 차례의 대유행을 겪던 때와 다를 바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사회는 긴장을 풀고 느슨해지지만 병원은 오히려 오감이 곤두서고 예민하게 관리되고 있는 모순의 장소다. 여전히 확진자는 몰려오고 그들의 생명이 꺼질까 의료진들은 초조하다. 공공병원인 이곳의 간호사들은 수시로 바뀌는 근무환경과 비상체제를 겪었다. 통계로 잡히진 않았지만 낮은 연차 간호사들의 이탈 소식도 적지 않게 들려왔다.
   
   쏟아지는 공문 속에서 행정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많았지만 기존 의료체계의 개선이나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는 팬데믹 속에서도 반영되지 못했다. 정부는 병상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병상은 병상일 뿐, 그 병상을 운영할 사람까지 만들어내진 못한다. “하필이면 위드코로나 시행과 맞물려 병상 배정 요청이 많아진다는 얘기가 들린다.” A씨와 그의 동료들에게 위드코로나, 이른바 단계적 일상회복은 희망과 기대가 아닌 걱정거리다.
   
   
   미접종자가 맞이할 위드코로나 세상
   
   위드코로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팬데믹의 대비책이다.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일단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특히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백신만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어려워진 사실도 받아들였다.
   
   정부가 지난 11월 1일을 위드코로나 시점으로 잡은 건 이때쯤이면 백신 접종 완료자의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백신이 우리를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정책을 떠받친다.
   
   지난 10월 19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자. 중수본은 올해 4월 3일〜9월 11일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6만8000명을 분석했는데 확진자 중 백신 미접종자의 중증화율은 2.57%였으나 접종완료자는 0.6%로 4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치명률도 마찬가지. 미접종자가 0.41%로 접종완료자 0.18%에 비해 2.3배 높았다. 백신은 이처럼 보다 안전한 세상을 제공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종종 자신이 즐겨 찾는 게임커뮤니티에 코로나19에 관한 글을 남기며 소통해 왔다. 특히 데이터를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종 소개했다. 그는 감염의 수리과학적 모형으로 봤을 때 앞으로 인류는 3가지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본다. ‘백신을 맞은 사람’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코로나19에 걸릴 사람’이다.
   
   정부의 백신 목표율은 전체 국민의 80% 수준이다. 정 교수는 “백신을 맞은 사람과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의 합은 90%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운이 좋게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던 10%의 사람도 점차 감염되기 시작할 거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인구의 10%인 최소 500만명이 누적 감염될 때까지 코로나19는 진행된다는 얘기다.
   
   치명률은 백신 접종으로 매우 낮겠지만 치명률을 0.1%라고 가정했을 때 5000명의 사망자가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고 중환자 이환비율을 3%로 잡았을 때 15만명의 중환자가 나올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서 제시된 500만명이라는 수치는 공교롭게도 현재 백신을 맞지 않은 18세 이상 성인의 수와 비슷하다. 현재 성인 미접종자 인구가 약 500만명 정도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된 뒤 이들 미접종자들은 보다 가혹한 세상과 만날 수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코로나와의 공존을 모색한 싱가포르는 최근 접종자의 팬데믹으로 혼란스럽다. 고강도 방역과 거리두기를 했다는 점, 시민들이 충실히 정부의 지침을 이행했다는 점, 백신 접종률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와 닮은 곳이다.
   
   

   위드코로나 전후 늘어난 고령층의 사망
   
   최근 싱가포르는 위드코로나 시행 뒤 백신 접종 완료자가 80%가 넘는데도 확진자 수가 폭발하는 중이다. 지난 11월 2일 기준으로 일주일 평균 36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구는 560만명으로 우리 인구에 대입하면 3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꼴이다. 치명률은 0.3~0.4%에 불과해 백신 효과를 보고 있지만 돌파감염된 확진자도 나오고 있고 돌파감염자의 98%는 무증상 혹은 경증이다.
   
   미접종자는 경과가 훨씬 좋지 않다. 옹예쿵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0세 이상은 접종 완료자에 비해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확률이 6배, 중증환자가 될 확률이 8배, 사망할 확률은 17배 더 높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상황은 ‘위드코로나’를 시행해 방역을 완화하고 코로나19를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게 될 우리도 맞게 될 일이다. 델타변이가 우세를 보이는 세상에서는 접종완료자도 100%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역시 “돌파감염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백신 미접종자는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위험을 맞게 된다. 한국은 대규모 유행을 겪지 않아 항체를 자연적으로 획득한 사람이 극히 소수다. 오히려 뛰어난 방역으로 유행 규모를 최소한으로 막았고 백신 접종률도 높지만 오히려 미접종자의 위험은 더욱 크게 증가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른바 ‘통제의 역설’이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전체적인 유행의 규모가 커지는 건 필연적이다. 정부 역시 단계적 일상회복을 꾀하며 “확진자의 수가 두세 배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유행의 규모가 커지는 건 결국 미접종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고 이들의 중증화율이나 치명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위드코로나를 받치는 건 백신의 효능이다.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도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다는 게 새로운 국면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앞선 유행들과는 다른 양상들이 보인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연령대별로 추적해보니 8~9월을 지나며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그 숫자와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그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11월 3일 0시 기준 위중증환자는 378명으로 나타났는데 전날보다 31명이나 늘어났다. 60대 이상의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건 백신이 가져다 준 안전함과는 반대되는 추세다.
   
   60대 이상 확진자는 10월 25일 274명에서 10월 30일 60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0월 넷째 주(10월 24~30일), 전체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 확진자 비중은 24%로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같은 기간 위중증환자 333명 중 60대 이상은 74.2%(247명)를 차지했다.
   
   

   “11월 말 확진자 5000명도 가능”
   
   현재의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중증환자의 급증이다. 고령층의 데이터가 유독 튀는 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백신의 효과 감소가 한몫했다. 정부가 고령층에 대한 부스터샷을 서두르는 이유다.
   
   급한 기울기에 신경이 곤두서는 건 지금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현재 의료시스템의 수용 능력 안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진적 완화와 필수적 방역조치를 유지하면서 피해를 최대한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이미 예견된 코로나19의 확산 규모를 서서히 조절해 흩뿌린다면 의료시스템 내 수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즉 확진자가 예상 외로 빠르게 급증하고 그에 따라 생기는 부수적인 피해들이 드러날 때다. 백신이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낮춰준다고 하더라도 확진자가 많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율이 줄어도 유행의 규모가 보다 커지면 중증환자, 혹은 사망자의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연쇄적으로 의료시스템에 가져올 병목은 의료계와 병원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시작 후 불안한 징후는 곧바로 드러난다. 일단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폭증했다. 11월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667명이었다. 역대 네 번째 규모다. 바로 전날인 1589명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루 증가폭 치고는 이례적이다. 11월 4일도 2482명으로 이틀 연속 2000명대를 유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위드코로나를 시작하기 2주 전부터 방역을 서서히 완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추세라면 “2주 안에 하루 확진자 수가 3000명대까지 올라가고, 이달 말에는 5000명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전망이다.
   
   정부는 위드코로나 이후 우리 의료체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를 확진자 4000~5000명 선을 2주간 유지하는 정도로 본다. 감당 가능한 규모를 그렇게 설정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런 정부의 전망치에 도달한다면 의료시스템이 버티기 어렵다고 본다. 4000명 이상이 발생해 유지된다면 중증화율을 고려할 때 이미 중환자실은 가득 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입원을 기다리거나 중환자실로 옮겨야 할 대기열도 있을 거다.
   
   “의료체계를 최대한으로 고려해도 3000명 이상이 2주 이상 가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 4000명 이상을 감당하려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데 현재 그 비율이 10% 미만이다”란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현재 국내 확진자 중 70%는 백신 미접종자다. 이들의 위험도가 커질수록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구조다.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 확진자 수가 늘어날 테니 지금의 의료시스템을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은 여러 자문그룹을 통해 방역 당국에 그간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고위험군에 집중해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장영욱 부연구위원은 지난 1년여의 대응을 두고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라고 생각하고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의료체계 대응 능력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균형 잡힌 대응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정부, 시간은 벌었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료 과부하는 중환자 대응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폭증해도 의료 자원은 한계가 올 수 있다. 그간 우리네 방역은 ‘3T’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대규모 PCR검사로 확진자를 찾고(Test),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접촉자들을 찾아낸 뒤 격리하고(Trace), 확진자를 기관에서 치료하는(Treat) 방법이다. 대규모 유행을 겪지 않은 건 사실상 이 3T 모델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다. 대신 이 방법은 방역에 투입되는 의료진과 공무원 등 특정 직업군의 노동력에 의존하며 희생을 강요했다.
   
   만약 지금처럼 확진자 모두를 시설에 격리하는 방식이라면 위드코로나 이후의 위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지난 10월 27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KHC2021’에 참가한 박종훈 고려안암병원 병원장은 “확진자가 늘면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의료진 중에서 확진되는 이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코로나 환자로 인해 다른 질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의 진료체계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의료체계 내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이후 전체 유행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도 의료 체계 역량을 넘어설 거라는 건 의료계의 중론이다. 백신과 치료제로 고위험군이 보호받아 중환자가 감소하더도 유행 규모가 커진다면 시설 격리가 주를 이루는 지금의 의료체계에서는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병상과 인력 등 자원에 관한 지원, 대대적인 치료 방식의 전환 등 의료계는 그간 수용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여러 제안을 정부에 던졌다. 하지만 큰 변화 없이 위드코로나 시대를 너무나 갑자기 맞게 됐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중대본과 연계된 자문그룹에서도 수개월 전부터 고강도 방역과 백신으로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여기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수용 능력을 키우지 못했을까’이다. 자문그룹에 속한 한 방역 전문가는 정부의 오판을 지적했다. “그때만 해도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백신 접종률 70%가 큰 의미가 없는데도 장기전에 어울리는 전략을 갖고 오해 혹은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정도면 시간도 충분히 벌어둔 국가인데 준비 과정이 너무 아쉽다.”
   
   우리의 출구전략은 ‘제로코로나’가 아니라 ‘위드코로나’다.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택한 이 선택이 우리의 일상을 유지해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그 출발과 전망이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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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호랑이의 해 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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