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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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에서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포지션은 독특하다. 코로나19 이슈에서 주로 스피커로 나서는 사람들은 의사들이지만 그 역시 언론에서 많이 찾는 사람이다. 해외의 백신 접종이나 재확산 등 코로나19 관련 이슈를 줄곧 추적해왔고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팬데믹을 풀어내는 보고서를 여러 차례 펴냈다.

지난 11월 2일 세종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만난 그에게 ‘코로나19’라는 이슈에 어떻게 발을 디디게 됐는지를 물었다. “자의반 타의반인데…. 해외에서 공부할 때 스페인독감을 연구한 적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 이곳으로 이직할 때쯤 코로나19가 터졌고 경제 전망을 위해서라도 현안을 제대로 살필 사람이 필요했는데 마침 제가 그걸 볼 줄 알았다.” 경제학자지만 감염병에 있어서는 유경험자였다.

- 위드코로나가 시작됐다. 무엇이 핵심이라고 보나. “이전부터 해온 얘기가 있는데, 일단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질병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느 선까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 합의해야 한다. 백신 접종과 방역수칙의 조화를 통해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게 한 축이다. 그리고 질병의 위험을 마냥 낮추면서 특정 계층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는 없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용 능력을 계속해서 키워가야 하는 게 또 다른 축이다. 그래야 우리가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노력을 덜 할 수 있다. 질병의 위험을 낮추고 동시에 위험 수용량을 키워가는 게 위드코로나의 핵심이라고 본다.”

- 위드코로나를 시행한 타이밍은 어떻게 봐야 할까.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나 의료체계 대응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역 단계만 완화한 점에서는 너무 이른 부분이 있다. 인력과 병상을 늘리자는 건 유행 초기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그간 ‘막을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며 준비하는 부분에서는 매우 늦었다. 늦었기 때문에 위험 수용 능력에 도달하는 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다. 특히 감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감염되면 절대 안 된다’는 인식이 굉장했다. 이제는 ‘감염돼도 이겨낼 수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랑 함께 살아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인식 체계로는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가진 자원을 제대로 배분했다면 상황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그간 우리는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엄청난 자원을 투입했다. 하루하루 유행을 통제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나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의 3T를 바탕으로 한 방역에 자원을 투입하다 보니 수용 능력을 높이는 데 자원 투입을 못 했다. 하지만 마냥 비판할 순 없다는 게 모순이다. 만약 중환자 병상을 3000개로 늘렸는데 유행을 열심히 통제한 덕에 200병상만 사용하고 있다고 치자. 나머지 2800개 병상은 노는 거다. 병상만 노는 게 아니라 투입되는 인력과 설비도 논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수용 능력을 확대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늘릴 필요가 없으니 자원도 투입하지 않았던 거다. 진짜 혜안을 가지고 장기적 안목으로 수용 능력을 키우는 건 엄청난 역량이 필요한 일이다. ‘지금은 자원을 낭비하더라도 다가올 문제를 막기 위해 미리 준비하자’며 의사결정을 할 나라가 팬데믹 아래서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 성인 백신 미접종자가 400만명이 넘는다. 이쯤되면 이들은 백신 거부자들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변수가 있다. 유행 상황이다. 해외 통계를 보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지만 자국에서 확진자 수가 늘고 사망자가 많아질 경우 백신 접종률도 증가한다.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다는 걸 알아서다.”

- 위드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싱가포르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했다. 항체의 보호 효과가 낮아진 상태에서 방역 전환을 했다. 그러다 보니 돌파감염이 늘어나고 유행 규모가 커진 것 같다. 우리보다 고강도 방역을 한 나라다. 그전에 이런 대규모 유행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나 의료체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이유다. 나름 방역완화를 위해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이 정도로 커지는 결과까지는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 싱가포르 모델을 우리도 따라가게 될까. “싱가포르 발표 자료를 보면 98.5% 정도의 환자가 무증상자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1.5%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다. 입원이 필요하거나 중증환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서서히 숫자가 올라가면 상관없는데 만약 싱가포르처럼 갑자기 올라가 이런 사람 비율이 우리 의료 체계를 넘어가게 되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나 접촉을 줄이는 대책을 취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해외 사례들로 우리의 경우 이미 경각심이 생겼다. 싱가포르 정도까지 퍼지지는 않을 수 있겠다고 본다.”

- 백신패스의 유용함에 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도입을 주장한다. “나는 부정적이다. 우선 접종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까 싶다. 정책 우선순위는 60세 이상의 미접종 노령층이다. 이들은 건강상의 염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백신패스로 얻는 유용함보다 대부분 집에 있는 걸 택한다. 그리고 백신패스는 안전한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접종자라고 100% 안전한 게 아니다. 백신 효과는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칙을 지켜가면서 사회활동을 재개해야 전체 유행 규모를 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접종자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 장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 유행 통제에 우리가 기여하는 걸 유독 강조해왔는데 이유가 뭔가.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제한다고 되는 병이 아니라서다. 지금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보통 2~3%에 불과하다. 그런 나라에서 더 위험한 변이가 발생하면 결국 우리도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동남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데 당장 베트남 등지에서 고강도 거리두기를 하니까 우리 기업의 생산설비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동남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니 국내 노동 공급이 부족해지고 임금과 물가가 상승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렇게 모두 연결돼 있고 그래서 전 세계적인 유행 통제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백신을 공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만 위드코로나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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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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