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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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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평택 현덕·포천 내촌… 대장동 ‘불똥’ 튄 민관공동개발

평택·포천=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11-09 오후 4:58:11

▲ 경기도 평택시 경기경제자유구역 현덕지구 항공사진. photo 경기경제자유구역청
성남 대장동 사태로 민관(民官)공동개발 현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추진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민관공동개발의 허실(虛實)이 하나둘 드러나면서다. 대장동 사태에서는 별다른 기여가 없는 민간이 공공이 강제수용권과 용도변경 등 인허가권을 동원해 헐값에 확보한 땅을 취득해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 와중에 공공의 탈을 쓴 ‘낙하산’들이 민간업자들과 작당해 사업편의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수억에서 수십억원대 뇌물을 받은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자연히 개발수요가 많은 경기도 일원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민관공동개발 현장에도 대장동 사태의 불똥이 튈 조짐이다. 공공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감시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토지주들이 공공이 제안한 토지보상에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다. 이 경우 공공은 토지취득을 위해 법으로 보장된 강제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토지주들의 반발,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해 수용 협의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토지매입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 평택시 현덕지구와 포천시 내촌지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지구는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로 있을 때, 모두 민관 합동 방식으로 개발이 추진된 곳이다. 하지만 대장동 사태 직후부터 민간사업자 선정 등과 관련한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 사업이 재차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 평택 현덕지구 위치도

   평택 현덕 개발은 민간이 문제
   
   특히 평택 현덕지구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취임 직후인 2018년 8월 평택의 경기경제자유구역청(옛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을 찾아 직접 보고를 받았을 정도로 각별히 관심을 가진 곳이다. 하지만 대장동과 거의 흡사한 민간사업자 선정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2020년 12월 현덕지구 민간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DGB대구은행 컨소시엄’에는 이재명 후보의 외곽 지지조직인 ‘OK이재명’의 발기인으로 참가한 실내인테리어 업체인 오츠메쎄 안모 대표가 참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안씨는 과거 자유한국당 이우현 전 의원에게 7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해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안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는 현덕지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년 전인 2019년 11월까지 회생절차까지 밟은 터다. 자연히 총사업비만 1조4256억원으로 추산되는, 여의도 면적(290만㎡)에 버금가는 231만여㎡(약 70만평)의 토지개발 사업을 수행할 능력에도 의문이 들고 있다.
   
   대구은행 컨소시엄에는 동대문호남파 출신의 철거용역업자로 ‘철거왕’으로 불린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동생 이모씨가 대표로 있는 ‘리얼티플러스’라는 회사도 참여하고 있다. 대장동과 동일한 민관 합동 사업구조에 이재명 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조폭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평택도시공사, 민간(대구은행 컨소시엄)이 PFV(프로젝트금융투자사)를 설립해야 하는데 주주협상 과정 중에 있어 사업시행자 지정을 아직 못했다”며 “구성해온다고 무조건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주는 것은 아니고 검토해서 요건에 맞는지 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현덕지구는 과거 중국 베이징 왕징(望京)에서 주택개발을 했던 ‘대한민국중국성개발’이란 시행사가 평택항과 연계한 ‘차이나타운’으로 민간개발을 추진했다가 이재명 지사 취임 후인 2018년 8월 사업권을 박탈당한 전례가 있다. 사업시행자 지정 단계에서 또다시 이상이 생길 경우, 지난 2008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도로 개발이 추진된 이래 10여년 넘게 개발 소식만 무성한 채 첫 삽조차 못 뜨고 있는 현덕지구 개발은 또다시 물건너가게 된다.
   
   
   10년 넘게 주민들 재산권 제약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와 권관리를 아우르는 현덕지구 일대는 땅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꽁꽁 묶여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당하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현덕지구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대한민국중국성개발’이 현장사무실로 사용했던 현덕면의 국도 39호선 옆 2층 건물 역시 자물쇠가 굳게 잠긴 채 유령건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현덕면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수용에 들어가는 지구 안에서는 사실상 거래가 안 된다”며 “토지수용이 들어가면 투자가치도 없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의 한 관계자도 “어차피 감정평가로 보상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토지보상가가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0여년 넘게 뜬구름만 잡는 개발 소식에 주민들 역시 반쯤은 자포자기한 상태다. 현덕지구는 경기주택도시공사와 평택도시공사 등 토지공기업 주도로 토지조성을 마치고 산업단지를 분양 중인 북쪽의 포승(BIX)지구, 평택도시공사 주도로 지장물 조사 등 토지보상절차에 착수한 남쪽의 평택호 관광단지에 비해서도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지난 11월 1일 현덕면 권관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덕지구는 사업주체 형성이 안 돼서 아직 보상이 나온 것도 없다”고 했다. 현덕면 장수리의 ‘현덕지구 보상대책위’ 앞에서 만난 한 주민 역시 “사업이 4~5년간 더 지연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애매한 입지 자체도 현덕지구의 사업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현덕지구는 수도권의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는 평택·당진항을 끼고 있는 배후부지다. 아산만 위를 지나는 서해대교로 연결된 평택항과 당진항 사이를 대형 컨테이너트럭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다. 현재 지구 동쪽으로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익산~부여~평택)가 계획돼 있고, 향후에는 경부선에서 평택미군기지를 지나 평택항까지 연결되는 산업철도도 지구 한가운데를 관통할 예정이다. 경기평택항만공사 측에 따르면, 평택항 인입철도는 향후 중국과 연결되는 열차페리의 인입선으로도 이용할 계획으로 있다.
   
   산업용지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주거지로서는 그다지 선호되는 지역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의 사업리스크를 덜어주기 위해 주거비율을 무작정 높일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당초 현덕지구에는 1만621가구의 외국인 전용 아파트 건립이 계획돼 있었으나 사업성 논란이 일자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은 가구수를 9572가구로 줄이고, 이 중 내국인에게도 8394가구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계획 변경을 허가해준 바 있다. 추가로 주거비율을 높일 경우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덕지구는 서울과 70㎞가량 떨어져 있어 무작정 아파트를 공급한다 해도 원활한 입주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미 서울과 40㎞ 거리의 2기 신도시보다도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가 공급 예정으로 있다. 실제로 현덕지구 개발에 30%+1주의 대주주로 참여하는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 역시 2019년 8월, 경기경제자유구역청과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사업성이 너무 낮고, 3기 신도시 추진으로 공사의 여력이 많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주택도시공사의 현덕지구 사업 참여를 앞두고 지난 2020년 5월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실시한 타당성조사에서도 현덕지구 개발은 재무적·경제적 타당성이 모두 미흡하고 정책적 타당성조차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민관합동개발을 강행한 바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공공하고 민간이 협상을 하고 있는데 공격의 빌미만 주니까 사업 진행이 더 힘들어진다”며 “사업이 지정된 지 오래됐는데 의혹제기가 계속되면 결국 주민들과 토지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기도 포천시 내촌지구. photo 이동훈

   포천 내촌 개발은 공공이 문제
   
   평택 현덕지구와 마찬가지로 민관공동개발을 추진 중인 경기도 포천시 내촌지구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기도 전에 공공에서 먼저 문제가 불거져나온 경우다. 포천시 내촌면 내리 일원 16만여㎡의 논밭에 13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개발하는 내촌 도시개발사업은 지난 2019년 포천시가 출자해 출범시킨 포천도시공사가 50%+1주 지분으로 민간(50%-1주)과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데 개발사업을 주도해야 할 포천도시공사의 초대 사장인 유한기 사장이 성남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등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의 전신인 포천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영전해 같은 해 공사로 전환된 포천도시공사의 초대 사장을 맡은 유한기 사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출신이다. 성남도개공에서 ‘유원’으로 불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이어 ‘유투’로 불린 인물이다.
   
   성남도개공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개발사인 ‘화천대유’ 설립 당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현 이재명 선대위 부실장)을 거론하며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당사자로 당시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본인은 부인 중이지만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내촌 개발은 유한기 사장이 포천도시공사를 맡은 후 추진하는 첫 번째 개발사업인데, 사장의 이름이 대장동 사태에 오르내리면서 자연히 사업추진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는 것이다.
   
   대장동 사태를 목격한 주민들 역시 아파트 개발에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지난 11월 2일 내촌면 내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일대 논밭을 아파트로 개발한다는 말은 10여년 전부터 나온 말”이라며 “내년까지는 밭에서 농사를 지어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개발되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내촌면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은 “개발제한구역으로만 지정됐지 보상절차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땅 가진 사람들이나 좋아하지 주민들은 무반응”이라고 했다. 당초 포천도시공사 측이 밝힌 착공 시점은 2023년이었지만, 대장동 사태로 착공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포천 내촌지구 위치도

   논밭 속 나 홀로 단지 우려
   
   이 일대 주민들이 내촌 개발에 회의적인 까닭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입지와도 연관이 있다. 전형적인 서울 근교 농촌인 내촌면 일대는 행정구역상 포천시에 속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국도 47호선으로 연결된 남양주 진접지구 생활권에 속한다. 대규모 택지지구로 조성돼 내년 3월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개통까지 앞두고 있는 남양주 진접지구까지는 차로 20분가량 떨어져 있다.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남양주 왕숙신도시와 직접 이어지는 남양주 진접지구와 달리 내촌은 행정구역도 다를 뿐더러 같은 생활권이라 해도 제법 떨어져 있는 것이 최대 흠이다.
   
   오는 2023년 개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포천~화도 간 고속도로)가 내촌지구 바로 아래를 통과하고 고속도로 진출입로(내촌IC)까지 뚫린다고는 하지만, 논밭 위에 솟은 1300가구 아파트는 한동안 ‘육지의 섬’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포천도시공사 측은 “사업추진 예정 지역은 왕숙~진접~내촌으로 연결되는 개발축(軸)상에 입지하고 있다”며 “남양주 왕숙지구 신도시 발표 이후 개발 압력이 증가되고 난개발이 예상되는 내리 지역을 계획적,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지역개발을 촉진하고 포천시 균형발전을 도모할 것”이란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변이 온통 논밭으로 도시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곳에 1300가구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 자체가 난개발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난개발은 경기도 용인시 등지에서 일찌감치 경험한 바 있다.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미 내촌 일대 상가에서는 매물잠김 현상도 나온다. 내촌 일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내촌지구 도로변 상가는 3.3㎡(평)당 1000만원대, 전원주택용지는 대략 2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내촌면 개발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포천시가 개발행위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한 내리 일대 논밭 주변으로는 전원주택들도 여러 동 신축 중이다. 지난 4·7재보궐선거 전에 경기도 광명시흥신도시에서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와 성남 대장동 사태로 강제수용되는 토지의 주변부가 더 많은 시세차익을 거둘수 있음이 익히 알려진 바 있다.
   
   포천시의회에서도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주도하는 내촌 개발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타당성조사 용역을 수행한 성남시 소재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포천도시공사 설립타당성 연구을 수행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진 상태다. 임종훈 포천시의원은 지난 10월 26일 포천시의회에서 “포천도시공사에서 추진 중인 도시개발사업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유사하게 추진되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민간업자의 개발이익이 시와 시민을 위해 환수되도록 계획한 사업방식과 제도 등을 재검토해서 대장동과 같은 일이 포천시에서 벌어지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천도시공사 개발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사업 방향만 아파트와 기반시설을 같이 추진하려는 것으로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아직 정확한 세대 규모나 분양으로 할지 임대로 할지도 결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포천도시공사 측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 도모”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사업 추진 당시 내건 바 있다. 포천시 도시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내촌지구는 개발 진행 전에 사전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행정적 절차가 진행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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