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4000명을 돌파한 지난 11월 2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4000명을 돌파한 지난 11월 2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photo 뉴시스

11월 24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4116명이었다. 처음 맞는 4000명대다. ‘위드코로나’로 부르는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확진자는 폭증 추세다. 코로나19를 당장 사라지게 만들 수 없다는 전제 아래 팬데믹의 전환책으로 등장한 게 위드코로나였다. 점진적으로 일상회복이 시작되면 코로나19가 더 퍼질 거라는 것도 이미 예측한 결과였다. 정부는 5000명까지는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확진자 증가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위드코로나 시행 전후로 만났던 전문가들 상당수는 “11월이 끝나기 전에 5000명 수준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 예측이 헛말은 아니었다. 반면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 동시에 중증환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것, 그리고 중환자실의 남은 병상 숫자가 수도권의 경우 80%가 넘으며 너무나 빨리 사라져간다는 점에는 정부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번 확진자수 증가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추석 연휴 직후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9월 25일로 되돌아가보자.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73명이었다. 사망자가 7명 추가됐고 위중증 환자가 339명이었다. 반면 11월 24일 4116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사망자는 35명, 위중증 환자는 586명이 발생했다. 확진자 숫자의 차이보다 사망자, 위중증 환자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중증화율이 높아지면 의료체계는 부담을 받는다. 위드코로나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에 있는 위중증 환자 숫자보다 사망자 숫자가 더 많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하루 확진자 숫자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가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1000만명에 가까운 피해 총량

위중증 환자 수와 병상 가동률 등은 본질적으로 확진자에서 나온다. 유행 증가세를 계속 추적해야 하는 이유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되기 직전인 10월 22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2차 공개 토론회’에서 국내 면역 수준을 고려한 남은 감염자 수를 추산해 피해의 총량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에게도 이제 익숙한 개념인 ‘기초감염재생산수(R0)’는 아무런 방역 조치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 한 명의 감염자가 몇 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해 2월 변이 이전의 원래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를 2.68이라고 발표했다. 1보다 크면 최소 한 사람 이상을 추가 감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유행을 막으려면 1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기초감염재생산수는 상승했다. 국내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수는 5.25~6.125로 평가되는데 정 교수는 “이 경우 확산 방지에 필요한 면역 수준은 약 81~84%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필요한 면역 수준과 백신 목표 접종률은 80% 초반대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백신의 면역 효과는 100%가 아니다. 델타변이를 둘러싼 백신의 효과를 평균 80%로 잡았을 때 백신 접종 효과는 64%(목표 접종률×백신 효과) 정도다. 여기에서 필요한 면역 수준과 실제 접종 인원에서 간극이 생긴다.

국내 누적감염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매우 적은 편이다. 방역의 성과가 좋기 때문에 누적감염률이 낮다. 덴마크가 16.8%, 영국이 21.2%로 추정되는 데 비해 우리는 전체 인구 중 1.74%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는 유럽처럼 대규모의 감염 사태를 겪은 적이 없고 그래서 이미 항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미미하다.

정 교수는 확진자와 무증상으로 지나친 이들을 합쳤을 때 인구 중 1.2~1.8% 정도가 감염됐을 거라고 추정한다. 결국 이들 적은 수의 기존 감염자를 제외하면 앞으로 전체 인구 중 약 15.2~18.8% 정도의 감염이 예상된다. 인구 786만~973만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많게는 1000만명에 가까운 저 숫자가 피해의 총량이다. 이들 모두가 감염될 때까지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는 근거다. 여기에서 필요한 건 확진자 숫자를 순차적이고 점진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감염병 유행의 곡선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물론 완만하게 만든다고 피해의 총량이 감소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은 이런 평탄한 기울기를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문제는 기울기가 가팔라지면서 피해가 급증할 경우다.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건 위중증 환자도, 사망자도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수용 능력을 무너뜨릴 정도로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높아지는 건 의료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고 추가적인 피해도 만들 수 있다.

피해의 총량 완화 끌어낼 백신 효과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는 확진자 추세를 예측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자료를 참고한다. 7개 기관의 시뮬레이션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의 자료다. 수리연은 홈페이지에 매주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은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이라는 리포트를 공개한다.

최신판 리포트인 11월 24일 자에서 손우식·김종훈·김진용 연구팀의 ‘시나리오별 코로나19 확산, 위중증 환자 예측 레포트’를 보자. 여기에는 ‘유효감염재생산지수(Reff)’라는 개념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던 ‘기초감염재생산수(R0)’가 방역이나 예방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숫자라면 ‘유효감염재생산지수(Reff)’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과 예방 작업에 백신 효과까지 더해 산출한다. 현재 방역당국에서 발표하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유효감염재생산지수(Reff)를 뜻한다.

이 수치 역시 1이 넘으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11월 19일까지의 유효감염재생산지수를 추정했는데, 주요 권역에서 1주일 평균 지수가 모두 1을 초과했다. 강원도가 1.47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과 호남권이 1.22로 그 뒤를 따랐다. 가장 낮은 제주 역시 1.09를 기록했다. 전국이 지금 확산권이란 걸 수리 모델이 증명하고 있다.

연구팀이 그린 시나리오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위중증 환자 예측 그래프다. 지금과 같은 감염재생산지수가 4주 동안 유지될 경우 12월에는 하루 1000명이 넘는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감염재생산지수가 지금보다 10%가 증가한 채 4주간 지속된다면 2000명 이상의 위중증 환자가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10% 감소해 유지된다면 그래프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면서 위중증 환자를 세 자릿수에서 관리할 수 있다. 500~600명대 위중증 환자 발생으로도 병상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현재 의료시스템 수용 능력에서 완만한 기울기를 만드는 건 필수적인 일이다.

감염재생산지수를 관리하고 피해의 총량을 완화한다는 건 결국 유효감염재생산지수를 낮추어 유지하는 걸 뜻한다. 유효감염재생산지수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는 건 백신 효과다. 백신을 맞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수 역시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접종완료인 국민들로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사실상 맞을 사람은 대부분 다 맞았다. 이제는 오히려 백신 효과의 총량은 감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백신 효과를 늘릴 순 없더라도 감소하는 건 막아야 급격한 기울기를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빠른 부스터샷의 필요성을 전문가 집단에서 강조해왔다.

우리의 경우 60~74세 고령자들은 상당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자료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두 차례 맞아 접종 완료했을 때 델타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60%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백신 효과의 출발선이 서구에 비해 이미 뒤처져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럴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부스터샷 시기를 저울질하는 게 오판일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이 부스터샷 간격을 6개월로 했는데 화이자와 모더나를 대다수 접종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며 “연령별 백신 효과를 분석해 3~4개월 뒤라도 효과가 떨어질 경우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폭증, 미적댔던 부작용의 결과”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마땅치 않다. 코로나19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방역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차단 전략(Containment)’과 ‘피해 최소화 전략(Mitigation)’이다. ‘차단 전략’은 말 그대로 코로나19가 확산되지 못하도록 전파를 막는 방법이다. 중국이나 대만 같은 곳처럼 이동을 제한하고 록다운을 펼치며 발생 자체를 막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피해 최소화 전략’은 감염병을 인정하고 대신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전략이다. 유럽의 접근 방식이 이랬다.

반면 우리는 초기에 차단 전략을 쓰다가 ‘억제 전략’으로 전환했다. 두 전략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면서 독특한 포지션을 취했다. 초기에는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진력했지만 무증상 감염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전파력이 강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코로나19의 발생을 막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확진자 수를 떨어뜨리는 일에 집중했다. 일상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최소화했던 점에서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달랐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드코로나에 정답이 없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어떤 모델을 따라갈지 부분적으로 선택한다면 참고할 만한 나라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처럼 재빠르게 방역조치 강화로 되돌아간다거나, 영국처럼 자율적 수칙을 강조하며 우리가 어느 정도 감당하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마이웨이를 가는 것도 선택지들 중 하나다”라고 장 연구위원은 본다.

단 여기에서 필요한 건 속도다. 우리만의 길을 가든 해외의 조치를 도입하든 미적대느라 실기(失機)했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감염병 전문가는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고령자 집단감염과 돌파감염이 생긴 게 8~9월의 일이다. 고령자 위중증 환자에 대한 우려를 방역 당국이 제기하면서도 부스터샷을 맞히는 데 해외의 데이터나 지침을 참고한다면서 잃은 시간이 많다. 지금의 폭증은 그때 더 서두르지 못한 데서 오는 부작용이다”라고 말했다. 더 재빨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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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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