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유입 차단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된 지난 11월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방호복을 착용하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 유입 차단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된 지난 11월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방호복을 착용하고 입국한 외국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그야말로 잔인한 12월이 시작됐다. 12월의 첫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000명대를 기록했고 위중증 환자는 700명대를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는 세상에 등장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한국에 상륙하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 12월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인천 거주 40대 부부를 포함한 5명이 오미크론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첫 오미크론 감염 사례다.

약 3만여개 유전자 염기서열의 집합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치 사슬 같은 모양을 띤다. 바이러스는 ‘단백질로 둘러싸인 핵산’인데 이 핵산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갈린다. 유전자 가닥 두 줄이 밧줄처럼 꼬인 이중나선형 구조라면 DNA 바이러스다. 단선, 즉 한 줄이라면 RNA 바이러스다. DNA 바이러스에 비해 RNA 바이러스는 변이 바이러스를 활발하게 만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다.

델타 밀어내고 남아공 우세종된 오미크론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많이 나오는 건 증식과정에서 생기는 불량품 때문이다. 인간 세포 속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단백질 합성 도구를 써 자신의 RNA를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그런데 복제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 구조가 달라지면 변이가 나온다. DNA 바이러스는 변이를 막을 수 있는 교정 기능이 있어서 원 바이러스 형태를 찾는데 RNA 바이러스는 이런 교정 기능이 없다. 그래서 RNA 바이러스는 골칫덩어리다. 변이 탓에 치료제에 내성도 잘 생기고 백신 효과를 떨어뜨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워킹그룹의 논의를 거쳐 변이바이러스를 따로 분류한다. ‘관심변이(Variant Of Interest·VOI)’는 여러 국가나 집단 단위에서 검출되는 수준으로 주의가 필요한 단계다. 한 단계 높은 ‘우려변이(Variants Of Concern·VOC)’는 말 그대로 바이러스가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근거가 드러날 때 지정된다. 전파력, 중증화 정도, 중화항체 감소 여부 등이 고려 대상이다.

보통 새 변이가 등장하면 관심변이로 두고 상황을 본 뒤 등급을 조절하지만 오미크론은 달랐다. 전 세계가 이 변이를 알게 된 지 이틀 만에 관심변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우려변이가 됐다. 오미크론의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무려 32개의 돌연변이가 있다. 델타는 같은 부위에 10개의 돌연변이가 있었다. 바이러스 외부에 돌출된 손잡이를 형성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어 침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WHO는 “오미크론 돌연변이의 일부는 면역회피성과 더 높은 전염성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려변이가 된 이유다. 하지만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임상적 증거도 아직 부족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금 4차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사이트 ‘코베리언츠(Co Variants)’는 국가별로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남아공에서는 오미크론이 유행하던 델타를 밀어내고 단기간에 지배력을 넓힌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1월 1일 106명이던 남아공 신규확진자 수는 11월 30일 4373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남아공 신규확진자 중 약 90%가 오미크론 감염으로 전해졌다. 알파가 우세종 자리를 차지하는 데 걸린 기간이나 델타가 그 자리에 등극한 기간보다 훨씬 빠르게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것은 강한 전파력을 시사한다.

단계적 일상회복 붕괴의 위험

델타에 감염된 사람은 초기 변이에 감염된 사람에 비해 입원 위험이 높다. 그런 델타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인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미크론은 델타와 일부 돌연변이를 공유하지만 상당히 다른 돌연변이도 갖고 있다. 다만 오미크론이 수용체 결합 부위에 무려 10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인체에 접촉하는 결합부위에 변이가 집중돼 있다는 얘기인데, 델타의 경우는 2개에 불과했다.

오미크론이 내포하는 위험이 우리가 가진 공포를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교수도 “오미크론에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치명적이라면 우리의 일상은 많은 것들이 바뀐다. 일상회복을 향해 내디뎠던 걸음을 다시 되돌려야 하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우리의 단계적 일상회복 계획은 델타 변이보다 강한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삼는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델타보다 강한 변이가 나온다면 단계적 일상회복의 의미가 상당히 사라질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도 정부 차원의 변이 감시를 하고 있고 변이의 위력에 따라서 그 위력을 평가해 대응을 달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보통 변이의 전파력, 치명률, 백신 회피 정도가 고려된다. 만약 오미크론이 백신의 면역 효과를 회피하고 델타보다 전파력이 강하다면 접종률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일상회복을 꾀했던 부분들을 다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다음에는 오미크론에 대응한 백신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미크론으로부터 언제,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느냐 여부다. 오미크론에 대한 대항능력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백신 제조업체들의 의견은 서로 엇갈린다. 먼저 부정론이다.

모더나(Moderna)의 수장인 스테판 방셀 CEO는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과가 낮을 거라고 말한다. 그의 말 한마디에 지난 11월 30일 전 세계 주식시장은 급락했다. 보이지 않는 공포에 사람들이 갖는 위기감은 이처럼 크고 깊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료를 기다려야 해서 효과의 저하가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이야기했던 모든 과학자들이 ‘좋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고 얘기했다.

반대 쪽 긍정론에는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생산하는 바이오엔테크 CEO인 우구어 자힌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변이가 백신 반응으로 생성된 항체를 회피한다고 해도 일단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세포에는 여전히 취약하다고 본다. “완전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은 오미크론이 일으킬지도 모르는 중증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백신 접종에 충실하자는 원래의 계획에 지금 단계에서는 수정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 온 옥스퍼드대 연구진도 낙관론에 한 표를 던진다. “지난 1년간 새로운 변이가 등장했지만 백신들은 중증 질환을 막아주는 역할을 계속 해왔다. 아직까지 오미크론이 유별나다는 증거는 없다”고 그들은 성명을 냈다.

백신제조사들에 오미크론은 새로운 도전이다. 첫 백신이 나온 이후 코로나19에 대항해 새로운 백신이 등장한 적은 없다. 아직 오미크론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당장의 공포에 반격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화이자의 움직임은 지금 백신제조사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오미크론을 위한 백신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결론을 내리기 전에 앞으로 몇 주 동안 두 가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현재의 백신이 갖는 효과다. 이건 ‘효과가 있다’ 혹은 ‘없다’로 결론 낼 문제는 아니다. 백신 효과의 감소 스케일을 측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백신의 면역 기능을 완전히 회피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진 않는다. 단 중화항체는 감소시킬 거라고 예상한다.

우리가 흔히 “항체가 생겼다”고 말할 때의 항체는 중화항체를 뜻한다. 백신의 효능을 평가할 때 봐야 할 지표가 중화항체다. 백신을 주입해 생긴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감염을 방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연구를 통해 얻어야 할 건 오미크론이 중화항체를 감소시키는 사이즈다. 돌스텐은 그 기준을 중화항체 10배 감소로 본다. 오미크론이 그 정도로 항체를 줄인다면 현재의 백신으로는 무리라는 뜻이다.

둘째, 오미크론이 델타를 추월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 2021년이 끝나기 전에 델타와 오미크론의 우세종 다툼은 판가름이 난다. 오미크론이 지배적인 변이가 된다면 전 세계는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 반대로 오미크론이 델타에 밀리거나 소멸된다면 굳이 백신을 디자인할 필요가 없다. 우려변이 중 하나로 2020년 5월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됐던 베타 변이는 백신의 효과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며 전 세계를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등장한 델타의 전파력에 밀려 지역 풍토병처럼 축소됐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오미크론이 델타의 길도, 베타의 길도 걸을 수 있다.

화이자 “내년 3월 주당 8000만개 가능”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된다면? 이때부터는 백신제조사의 속도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화이자는 약 100일 정도면 새 백신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화이자의 독일 파트너인 바이오엔테크는 기존 백신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자 델타 변이용 백신을 95일 만에 개발했던 전례가 있다.

화이자는 이미 11월 26일 백신 개발의 첫 공정인 DNA템플릿을 만들었다. 돌스텐은 “화이자는 2월 말까지 오미크론 전용 제조 공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백신 유통을 위해 임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대신 베타와 델타 변이용으로 개발하고 테스트했던 백신의 데이터를 정부와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3월부터 상업적 생산을 시작할 경우 최대 가동률 기준 백신 생산량은 주당 약 8000만개에 달한다.

오미크론만을 위한 백신 주사가 최선의 접근법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진 않는다. 기존 변이와 새 변이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다가(多價) 백신’ 개발이 최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다. 현실적으로는 지금 갖고 있는 백신이라도 많은 사람이 충실히 맞으며 보호 효과를 누리는 게 최선이다. 변이가 발생할 만한 범위를 줄인다는 점에서도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 백신접종자가 많아져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거나 확진되더라도 백신 때문에 바이러스 증식이 억제된다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복제 기회가 줄어드니 돌연변이가 만들어질 확률도 떨어진다.

기존 백신은 이미 적지 않게 만들어졌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은 2021년 말 기준 누적 125억회분의 백신이 생산될 걸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배분이다. 얼마나 고르게 뿌려지느냐는 팬데믹 이후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선진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백신이 넘쳐난다는 건 다른 어느 나라에는 백신이 도달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하고 유행을 통제해 변이 출현을 막는 것을 두고 이전에는 이상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이의 등장으로 이제는 현실론이 됐다. 불평등을 바로잡지 못하면 더 많은, 그리고 위험한 변종의 출현을 감수해야 한다.

불평등의 불편한 현실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11월 29일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54.2%가 적어도 한 번은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최빈국의 경우 1회 접종 비율은 5.8%에 불과했다. 전 세계 인구 43.1%는 완전 접종을 했지만 그 비율이 인구 대비 10% 미만인 국가도 약 40여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완전 접종률 평균은 7.3%에 불과하다.

지난 11월 23일 유니세프(UNICEF) 직원이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 케냐는 백신의 상당량을 코백스(COVAX)에 의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3일 유니세프(UNICEF) 직원이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한 모더나 백신을 확인하고 있다. 케냐는 백신의 상당량을 코백스(COVAX)에 의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부유한 국가들, 뿌린 대로 거두는 중”

이런 문제제기는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하지만 개선되진 않았다. 일단 백신을 구입하고 배포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백스에 백신을 의존하는 국가만 90여개에 달한다. 코백스의 목표는 2021년 말까지 20억개의 백신을 개도국에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올해 11월 말까지 코백스에 전달된 백신은 약 5억7600만개 정도에 그친다. 반면 1년 전인 2020년 11월에 이미 전 세계 인구의 14%에 불과한 고소득 국가들은 전 세계 백신 공급량의 51%에 달하는 물량을 입도선매했는데 그 물량만 약 40억개에 달했다.

약속된 백신을 기부받지도 못했다. 공급 백신이 부족하자 코백스는 선진국 정부들에 백신 기부를 요청했다. 그렇게 각국 정부들이 약속한 백신은 약 13억회 접종분이었지만 11월 초까지 전달된 백신은 약 1억5000만회분 정도로 9%에 불과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부스터샷이 시작된 뒤 10개의 고소득 국가(High Income Countries·HIC)가 연말까지 8억7000만회분 이상의 백신 초과분을 깔고 앉을 거라고 추정했다.

호주의 경우 코백스에 약 6000만회분의 백신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전달된 건 930만회분 정도다. 반면 호주 정부는 80억달러를 들여 자국민용 2억8000만회분의 백신을 사전 구매했는데, 호주 국민 1인당 10개 이상의 백신을 확보했다.

백신을 꿰찬 행동은 비단 호주만의 현상이 아니다. 남아공 콰줄루나탈대 감염병 전문가인 리처드 러셀 교수는 남아공에서 변이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보인 유럽의 행동을 보고 “역겹다”고 말했다. “여행 통제만 할 뿐 아프리카 국가들이 코로나19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지원의 말도 없었다. 특히 우리가 1년 내내 경고해 온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지금 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보건금융 대사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 25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는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만 되는 것이 아니라 변이하고 있다”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출현한 변이는 세계 최고 부국에서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신 불균형을 다룬 기사에서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오미크론 변이가 서구에 도달하면서 부유한 국가들이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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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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