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경북 포항 해병대항공단 기지에서 열린 해병대항공단 창설식에서 김태성 해병대사령관(가운데)과 러더 미 태평양해병사령관(왼쪽) 등이 한국 해병대사령부 및 미 태평양해병부대, 주한 미 해병부대 간 항공멘토 프로그램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해병대사령부
지난 12월 1일 경북 포항 해병대항공단 기지에서 열린 해병대항공단 창설식에서 김태성 해병대사령관(가운데)과 러더 미 태평양해병사령관(왼쪽) 등이 한국 해병대사령부 및 미 태평양해병부대, 주한 미 해병부대 간 항공멘토 프로그램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해병대사령부

“이렇게 많은 미 해병대 장성들이 한국군 행사에 참석한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우리 해병대 장성보다 미군 장성들이 더 많이 보이니….”

지난 11월 30일 경북 포항시 호텔마린에서 열린 ‘제15회 해병대 발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해병대 예비역 관계자는 “정말 뜻밖”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12월 1일 역사적인 해병대 항공단 재창설을 하루 앞두고 한·미 해병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해병대 비전 2049 구현을 위한 미래 해병대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미 해병대 장성은 모두 6명. 아·태 지역 미 해병대 최고 수장인 스티븐 러더(중장) 미 태평양해병(MFP) 사령관을 비롯, 제임스 비어맨(중장) 미 제3해병기동군(Ⅲ-MEF) 사령관, 브래들리 제임스(소장) 주한 미 해병 사령관, 브라이언 커버너(소장) 미 제1해병비행사단장 등 소장 이상만 4명이었다. 우리 해병대는 김태성 사령관(중장) 등 4명이 참석해 미국 측 장성이 한국 측 장성보다 두 명이 더 많았던 셈이다. 러더 사령관은 하와이에서, 비어맨 사령관 등은 오키나와에서 이번 행사 참석을 위해 날아왔다고 한다.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세미나는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 사회로 김 사령관 환영사, 비어맨 사령관 기조연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 동영상 축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사령관은 환영사에서 “불확실한 미래 안보·전장 환경 변화 등은 해병대에도 도전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해병대 창설 100주년(2049년)을 향한 도전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위협에 신속 대응 가능한 스마트 국가전략기동군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또 “이번 행사가 국민이 요구하는 미래 해병대를 전망하고, 미래 전방위 위협에 해군·해병대가 ‘원팀(One Team)’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항공단 창설에 따른 한국형 공지기동부대 역량을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어맨 제3해병기동군사령관은 “항공단 창설은 한국 해병대의 해상 또는 공중돌격 수행 능력을 향상시켜 해병공지기동부대(MAGTF) 창설을 향한 큰 도약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 항공단 창설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우리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병대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행사에 미 장성들이 더 많이 참석

세미나에선 미 해병대령이 직접 주제발표를 해 눈길을 끌었다. 3개 세션 중 스콧 콜틱(대령) 미 1비행사단 부사단장이 ‘한·미 해병대 항공전력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것이다. 콜틱 대령은 한·미 해병대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면서 “세계에서 미 해병대와 가까운 특성과 능력을 가진 부대는 한국 해병대밖에 없다”며 “다른 의미로 세계에서 가장 큰 두 해병대로 우리는 ‘무적 해병대’”라고 강조했다.

세미나 이튿날 열린 항공단 창설식은 김 사령관과 러더 미 태평양해병사령관 등 한·미 해병대 장병과 역대 해병대 사령관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이날 한·미 해병대는 해병대 항공단 창설을 계기로 한·미 해병대 항공멘토 프로그램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MOU 체결식에는 김태성 사령관, 주일석 해병대사 전력기획실장, 지은구 해병대 항공단장, 러더 미 태평양해병사령관, 제임스 주한 미 해병대사령관, 커버너 미 제1해병비행사단장이 참석했다. 해병대 항공단은 MOU 체결을 통해 우리보다 앞서 있는 미 해병대의 항공부대 야전운용, 항공전술 및 훈련, 항공군수 및 안전통제 등 전문지식 및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게 됐다. 군 소식통은 “미 해병대는 그동안 연합작전 강화 등을 위해 우리 항공단 창설을 학수고대해왔다고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미 해병대 장성들이 행사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돈독한 우의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해병대 항공단 창설에 미 해병대 수뇌부가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갖고 성의를 보이는 것은 6·25전쟁 이후 양국 해병대의 오랜 인연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미 해병대는 6·25전쟁 때 미군 사상 처음으로 헬기를 본격 운용했고 전투기와 헬기, 지상전투 부대가 하나의 팀이 된 해병 공지기동부대의 작전적 유용성을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해병대도 자연스럽게 현대전에서 항공전력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6·25전쟁이 끝나고 경기도 파주에 주둔했던 해병대는 1955년 1월 제1상륙사단 창설에 앞서 1954년부터 항공부대 창설을 위한 조종사를 양성했다. 이를 통해 1958년 3월 U-6 2대, O-1 6대로 편성된 1사단 항공관측대를 창설하면서 해병대는 자체 항공부대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1965년부터 1971년까지 베트남전에서 해병대 항공부대는 한국군 최초의 해외파병 항공부대로 활약하기도 했다. 베트남에 파병된 해병대 청룡부대 항공대의 O-1은 원래 주요 표적을 직접 타격할 수 없는 관측기였지만 청룡부대 항공대는 주날개 좌우에 2.75인치 로켓을 장착해 표적을 타격하는 성과를 거뒀다. 청룡부대 O-1은 최대 6대까지 늘어나 파병기간 중 총 450여회, 1537시간을 비행했다.

베트남전서도 활약한 해병대 항공대

해병대는 1969년 2월엔 여의도 비행장에 해병대사령부 헬기 교육대를 창설해 고정익 항공기뿐만 아니라 회전익 항공기(헬기) 운용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1969년 5월 OH-23 헬기 2대를 도입했고 1971년 7월엔 여의도 비행장에 해병대사령부 직할 항공대를 창설하면서 항공전력을 확장했다. 당시 해병대 항공전력은 고정익기는 U-6 4대, O-1 12대, 회전익기(헬기)는 OH-23 7대 등이었다. 하지만 1973년 10월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면서 해병대 소속이었던 항공인력 125명과 항공기 23대는 해군 항공부대에 통합됐고, 해병대 항공은 18년간의 짧은 역사를 마감했다.

1987년 11월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됐지만 해병대 자체 항공부대를 편성하지는 못했다. 해병대는 공지 기동부대 건설을 위해 항공전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2014년 9월 해병대 항공병과가 재창설됐다. 상륙기동헬기는 국산 수리온을 개조·개발하는 것으로 결정돼 2016년까지 개발이 완료됐다. 해병대는 2017년 12월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1·2호기를 인수했지만 2018년 7월 마린온이 기체 결함으로 이륙 직후 추락,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병대 항공단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 28대와 마린온을 무장헬기로 개조한 상륙공격헬기 18~24대를 도입해 편성할 예정이다. 현재 한창 도입 중인 상륙기동헬기는 오는 2023년까지, 상륙공격헬기는 오는 2028년부터 2031년까지 각각 도입된다. 상륙공격헬기의 경우 해병대는 AH-1Z 바이퍼 등 본격적인 공격헬기를 원했지만 방위사업청 등 군 당국은 국내 방산 육성 등을 이유로 마린온 무장형을 선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병대는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보다 강력한 상륙작전용 항공기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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