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12월 16일 부산 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우산을 쓴 채 길게 줄을 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12월 16일 부산 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우산을 쓴 채 길게 줄을 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결국에는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12월 18일부터 일상회복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다. 일상회복으로 가는 과정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사망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단 멈췄다.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 한 감염병 전문가는 기자에게 "이대로 간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확진자 1만명을 선물로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12월 1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경고로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행이 악화하는 경우 이달 중 약 1만명, 내년 1월 중 최대 2만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사태가 악화됐을까. 일단 위중증 환자 전환율을 잘못 추정했다. 위드코로나를 시행하기 전 방역당국은 9~10월의 확진자를 기준으로 위중증 환자를 계산했다. 당시에는 약 1.6% 정도의 중증화율을 보였는데 현재는 약 2.3~2.5% 정도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3%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예상보다 두 배 수준의 중증환자가 생긴 이유는 면역 감소로 인해 돌파감염 때문에 생긴 중증환자와 백신 미접종으로 생긴 중증환자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돌파감염으로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부분을 예상하지 못했고 낙관적으로 본 측면이 있다."

12월의 첫 일주일, 전체 인구의 7.4%인 미접종자 중에서 위중증 환자의 57% 발생했다. 문제는 접종 완료자에서도 43%나 되는 위중증 환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적어도 접종 완료자 대부분은 면역력을 갖고 바이러스의 위험에서 보호받아야 하는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로 위중증 환자가 생겼다. 면역 감소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가장 확실한 처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스터샷 정책이 늦어진 것도 백신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의료계에서는 백신의 2회 접종에 너무 공을 들인 탓에 부스터샷의 준비가 늦었다고 본다. 방역당국이 해외 데이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건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중증환자 감소 효과였다. 실제로 그렇게 보고되는 해외 사례도 많았다. 정부가 11월 내 전체 인구의 80% 이상의 2회 접종을 백신 정책의 목표로 삼은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2회 접종률에 백신을 쏟아부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부스터샷에 돌입해야 할 타이밍도 마치 백신 접종 때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다.

”정부, 위기에 내성 가진 것 아닌가“

중환자 병상 점유율은 단계적 일상회복에서 유지해야 할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이 지표를 관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분자가 되는 위중증 환자의 숫자를 줄이거나, 분모가 되는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숫자를 크게 만들면 된다. 일단 분자 관리는 실패했다. 연일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는 새로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1000명을 향해 간다. 코로나19 발생 2년 동안 분모인 중환자 병상 숫자는 생각보다 늘리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의료시스템은 사실상 붕괴 직전에 가깝다.

중환자 병상수는 현재 1300개에 육박한다. 12월 15일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1298개 중 1056개 사용), 수도권은 86.4%(837개 중 723개 사용)인데 이 정도면 가득 찬 것과 다름없다. 여기에 행정명령을 통해 200~300개를 더 늘리겠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지만 현장에서는 "2차 병원 위주로 50개 정도 늘리는 게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영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처럼 대유행을 치르며 4000~5000개의 중환자 병상을 돌려본 경험도 없었다. 급격한 증가는 애시당초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정부의 판단도 물렀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버티고 버티다 행정명령을 내려 상급 병원에 중환자실을 준비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넘겨왔다. 그러다보니 의료 수용 능력 확충에 대해서 고민의 깊이가 얕았다.

이런 포화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원래 중증 병상으로 가야할 환자가 병상이 없어서 중등증 병상으로 가거나 중환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중등증 환자가 생활치료센터나 재택치료를 하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사례가 반복됐고 지금도 계속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최근 6주간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시스템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는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은 팬데믹이 2년이나 흐른 지금도 느리다. 위드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자 일상회복위원회 방역의료분과는 만장일치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감염병 전문가로 구성된 이 분과는 그간 방역 정책을 자문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 12월 9일 회의에서는 일상회복 스톱과 거리두기 강화, 영업시간 제한 등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이번에도 느리게 반응했다. 비상단계 발동 기준을 넘어선 지가 한참 지났지만 일상회복을 중단하는데 머뭇거렸다. 앞선 감염병 전문가는 "정치나 행정이 고려해야 할 게 많은 건 알지만 그래도 정부가 위기에 잘못된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매번 결정이 느리다. 확진자가 늘어나도 의료 체계가 겨우겨우 버텨내고, 또 그렇게 넘어가는 걸 보면서 결단보다는 관망하고 버티길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선제적으로 나서기보다 지켜보다가 일이 커지면 쫓아가는 형태의 결정을 반복한 거 아닌가. 위드코로나 이후에도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사적 모임 인원수를 조금 줄이고 방역패스를 확대하는 미세조정만 한 결과로 받아든 게 확진자 7000명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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