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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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5일 자로 종합부동산세 납부시한이 종료됐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증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세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종부세발(發) 조세저항 운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조세저항은 항상 정권에 치명적 타격을 안긴다. 박정희 정권 몰락의 단초가 부가가치세 인상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만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종부세발 조세저항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25년간 세무공무원으로 봉직했지만 지난 11월 말 종부세 고지서 발송 직후부터 신문광고와 전단을 통해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을 독려 중이다. 세무소송으로 정평이 난 그는 1997년 국세청 본청 법무과장으로 있을 때 법인세 소득처분 위헌 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은 공로로 ‘올해의 공무원’으로 선정돼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 12월 20일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을 대리하는 서울 강남구의 법무법인 수오재에서 만난 그는 “신문광고 등 초기 착수금만 사비로 2억~4억원이 들어가는데 집사람에게 국가에 마지막으로 봉사할 테니 2억원까지만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며 “나야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여태껏 국가의 세금으로 먹고살았기에 마지막으로 나라에 봉사해야겠다고 나선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지금까지 몇 명이나 위헌소송 참가의사를 밝혔나. “줄잡아 3700여명이 모였다. 위헌청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렇게 위헌청구를 많이 하도록 만든 법도 세계적으로 없다. 많이 참여해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납세자가 위헌청구하면 100% 위헌판결이 난다. 반대로 한 명이 위헌청구하면 위헌판결이 나겠느냐. 절대 안 난다. 종부세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위헌결정을 받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야 한다.”

- 종부세가 왜 위헌인가. “종부세는 세상에 없는 법이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괴물세법’이다. 다른 나라에서 봤을 때도 이해하지 못하는 세법이다. 세법은 조세원칙이 있다. 응능부담(應能負擔·Ability to Pay)의 원칙, 조세평등주의는 어느 나라, 어느 세금체계를 봐도 다 나온다.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이 버는 사람은 같이 세금을 내야 한다. 귀족이라고 10%, 평민이라고 20% 내는 것은 안 된다. 그것이 조세평등주의고 응능부담의 원칙이다. 종부세는 두 가지 원칙에 전혀 맞지 않는다.”

- 종부세는 보유세의 일종 아닌가. “종부세는 진실한 보유세가 아니다. 보유세는 편익과세다. 조세는 세계적 학문의 영역이다. 몇천 년 된 역사를 갖고 있다. 사실 세금이라는 것은 세계가 다 비슷하다. 재산세는 거의 각 나라마다 하나씩 있는데 두 개(재산세·종부세)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IMF(국제통화기금)도 편익과세는 단일세율로 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재산에 영향을 줄 만큼 높은 세율로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단일세제, 낮은 세율’이 원칙인 것이다. 하지만 종부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누진형 재산세다. 재산세는 집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내지만, 종부세는 소위 ‘2%’만 내고, 최고세율 7.2%(농어촌특별세 포함)의 어마어마한 누진세다.”

- 정부는 ‘종부세와 재산세가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같은 과표에 세금을 두 번 매기는 것은 어느 이론에도 없고 어느 나라에도 없다. 똑같은 죄를 졌는데 두세 번 벌 주는 것과 같다. 정부에서는 ‘재산세를 공제해주니까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론상 분명한 이중과세다. 우리나라에 이런 세금이 한 번도 없었다.”

- 2008년 ‘세대별 합산조항은 위헌,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 종부세 자체는 합헌’이란 헌재 판결이 있었다. 승소 가능성이 있나. “승소 가능성이 100%라고 본다. 제일 큰 것이 과다한 세금이다. 재산에 대한 과세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매기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해진다.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 IMF 권장사항이다. 세금이 과다해서 부담하는 사람이 도저히 부담을 못 이길 때, 재산권 침해가 너무나 심각해 사유재산의 의미가 없어질 때는 명백한 위헌이다. 간단히 말해 최고세율 7.2%(농특세 포함) 세금을 매기면 그 재산은 14년 만에 완전히 없어진다. 빚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그렇다는 것이고 빚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법이 14년간 유지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 ‘직업 선택의 자유’(헌법 15조)도 거론했는데. “가장 세금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임대업자다. 임대업자는 집이 여러 채라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임대업도 엄연한 직업이다. 가령 연 임대수입이 6000만원이라면 소득표준율이 50% 니까 청소하고 뭐하고 남은 돈이 3000만원이라는 얘기다. 3000만원으로 1년간 먹고 살아야 한다. 임대업자들의 생활상이다. 이 경우 종부세만 개인은 1억2000만원, 법인은 1억8000만원가량이 나온다. 임대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 과중한 세금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뺏는 등 이중으로 헌법에 위배된다.”

- 다주택 임대업자가 아닌 사람도 종부세에 대해 불만이 크던데. “1세대2주택자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강남에 월세를 연간 3000만원(월 25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집이 두 채 있다고 치자. 한 집은 자기가 살고 한 집을 세를 주면 종부세가 최하 7000만원 정도 나온다. 월세를 연간 3000만원 받아서 7000만원을 정부에 떼주고, 이 사람은 월세 4000만원에 사는 꼴이 된다. 어떻게 집이 두 채 있다고 해서 정부가 월세를 모조리 가져가고, 재산세에 소득세까지 또다시 가져가느냐. 이런 법은 세상에 없다.”

- 1세대1주택자들도 소송에 많이 참여하고 있나. “사실 종부세 500만원 이상들만 소송에 참여할 줄 알았다. 한데 종부세가 몇십만원 나온 1세대1주택자들도 소송에 참여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하지 마시라’고 했다. 종부세가 수십만원 나왔는데 위헌소송 착수금만 20만원을 내면 세금을 환급받는다 해도 별로 남는 것도 없지 않느냐. 한데 열받아서 착수금을 내는 한이 있어도 위헌소송에 참가해야겠다고 하더라. 종부세 200만~300만원 내는 분들은 은퇴한 정기소득자들이 대부분이다. 연금 등을 받아 한 달에 200만~300만원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재산세가 왕창 올랐는데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내면 석 달 생활비다. 그래서 200만원 이하는 착수금을 10만원만 받기로 했다. 일각에선 나한테 ‘소송장사’라는 비판까지 하길래 성공보수 5%도 종부세가 일체 환급되는 경우에는 아예 안 받기로 했다.”

- ‘차별금지의 원칙’도 언급했는데. “차별과세도 문제다. 헌법상의 평등권에 입각해 나온 것이 조세평등주의다. 조세평등의 원칙은 어느 나라나 적용된다. 한데 종부세는 과다한 세금에 엄청난 차별이 따른다. 가령 1가구 50억원짜리가 있다고 치자. 이 경우 종부세가 1000만~1200만원이 나온다. 한데 20억원짜리와 30억원짜리 2가구가 있으면 8000만~1억원가량이 나온다. 재산은 50억원으로 동일한데 세금은 10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엄청난 차별이다. 한데 종부세 1억원을 받아든 사람이 이혼을 하면 전 배우자와 합쳐도 700만원가량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고려 중이다. 내 친구도 작년에 종부세 때문에 이혼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종부세 위헌판결 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나라가 이혼을 부추기는 세법이 세상에 어디에 있느냐.”

- 종부세 위헌판결을 확신하는 근거는. “종부세 위헌소송은 내 필생의 사업이다. 내 자랑 좀 하자면 국세청에 있을 때 ‘올해의 공무원’으로 선정돼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적이 있다. 법인세 소득처분 위헌판결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다. 이후 국세청에서 진행되는 모든 소송을 내가 모아서 관리한 적이 있다. 거의 다 읽어보고 이긴다 진다 미리 판단을 했는데, 딱 한 건만 틀리고 다 맞혔다. 여담이지만 과거 박태준 전 총리가 증여세 문제로 걸린 적이 있었다. 당시 세금을 깎아달라는 압력이 들어왔고, 당시 국세청장이 내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보더라. 결국 내가 쓴 보고서 그대로 됐고, 박태준 전 총리도 국무총리 임명 후 얼마 못 가서 낙마했다.”

- 소송대리하는 법무법인이 대형로펌은 아닌데. “사실 두 곳의 대형로펌과 1년 넘게 종부세 소송 관련 협의를 해왔다. 한데 착수금은 30만원부터, 성공보수는 10%를 요구하더라. 대형로펌과 일을 하면 이기기도 좋고 사실 나도 편해서 같이 하자고 했다. 한데 대형로펌의 조세전문변호사들이 ‘승소한다’ ‘소송하자’고 하는데, 막상 최고경영층에서 결정을 못 내리더라. 정치적 부담이 크고 이겨봤자 별로 돈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펌 선임에만 1년을 끌다가 비교적 젊은 법무법인인 수오재와 하게 됐다. 대륙아주는 후에 합류했다.”

- 위헌청구 소송을 하지 않으면 향후 위헌이 결정돼도 환급을 못 받는다는 주장은 맞나. “2008년 종부세 일부 위헌판결을 받았을 때는 일체 환급됐다. 하지만 그때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2008년에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대통령이 전체 환급을 해주고 싶어 했다. MB는 기업하던 사람이라 세금을 많이 깎아줬다. 국세청도 정권이 바뀌니까 ‘위헌이 맞는다’고 이유서를 냈다. 하지만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소급효(遡及效·법적 효력이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 것)가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도 ‘위헌결정은 소급효가 없다’고 명백하게 나와 있다.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 헌법불합치의 경우, 위헌청구한 납세자에게만 세금을 환급해줬다. 종부세(농특세 포함) 일체 환급의 경우 환급세액만 8조원 이상(2년치)이라서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일체 환급을 해주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한데, 민주당에서 해주려고 하겠느냐.”

- 내년 11월경 헌재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렇게 진행될 것 같나. “종부세 위헌소송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다음으로 큰 사건이 될 것이다. 이런 사건은 오히려 더 쉽다. 사실 작년 부과 종부세는 위헌성이 농후하지가 않았다. 재판관들도 바보가 아니다. 올해 종부세가 문제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올해 부과된 것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가 심의할 것이다. 헌재에서도 위헌소송을 앞두고 이미 세계 각국의 자료를 모아서 스터디가 충분히 되어 있을 것이다. 2008년 종부세 위헌소송도 대략 10개월 정도 걸려 2008년 11월 13일 판결이 난 바 있다.”

- 일각에서는 ‘종부세를 이용해 소송장사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종부세 800만원은 인지대가 6만5000원이지만 종부세 9억원이면 인지대만 148만원이다. 건당 20만원씩 받는다 쳐도 148만원짜리 소송을 어떻게 하느냐. 마이너스가 뻔하다. 사실 집 1~2채면 별로 확인할 것도 없지만, 종부세 9억원이면 최소 임대주택이 50채 이상이라는 얘기다. 공시지가와 수익금 변화를 다 계산하고, 납세자의 재산상태가 종부세를 내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변호사가 얼마나 시간을 많이 쓰겠느냐. 일반소송은 자기 스스로 할 수도 있지만, 위헌소송은 반드시 변호사를 통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일하는 사람만 15명이 붙었는데 최소 비용은 줘야 하지 않나. 소송장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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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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