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로 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20~30대를 아우르는 말
 ⓒ일러스트 허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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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라는 말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MZ세대란 단지 기성세대가 편의상 청년세대를 묶어 만들어낸 단어일 뿐이라며, 정작 MZ세대로 묶이는 사람들은 MZ세대라는 말을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인 것이, 사전적인 의미에서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이들을 가리키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그 이후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까지 가리키는 Z세대를 모두 엮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Z세대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다. 이 정의에 따르자면 MZ세대란 2021년 현재 40살인 사람부터 16살인 사람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부모 자녀 간에 한 세대로 묶일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MZ세대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단순히 합한 것으로 보는 정의는 오류에 가깝다. 애초에 세대를 논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한 세대를 묶어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연령대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행동, 문제의식, 세계관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라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는데도 MZ세대를 별도로 언급하는 이유는 이 두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정 연령대가 있기 때문이다.

즉 MZ세대는 M과 Z의 단순한 합산이 아니다. M과 Z 사이 넓은 범주 중 어느 특정 연령대를 따로 일컫는다. 그 연령대가 무엇일까를 찾는 것이 MZ세대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MZ세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생까지를 가리킨다. 편의상 2021년 기준 20~30대라고 봐도 된다. 그렇게 보면 MZ세대는 새로운 세대 구분이 아니다. 보통 청년세대라고 하면 20~30대를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88만원 세대도, N포 세대도, 다 20~30대 청년들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MZ세대로 새롭게 호명(呼名)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MZ세대는 청년 세대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는 단어다.

세대 구분의 필요성

MZ세대라는 단어를 비판하는 근거 중 하나는 MZ세대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MZ세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 인식, 그러니까 내가 어떤 세대인지 인식하고 거기에 정체성을 맞추는 일은 흔하지 않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의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낀 세대’로 인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통 자신을 어떤 세대로 인식하기보다 자신을 기준으로 아래 위 세대를 나눈다는 것이다.

더구나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은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처럼 “딱 하나의 세대 명칭으로 규정된 바가 없다”. 그만큼 “이 세대가 다양한 명칭으로 불릴 수 있는 입체적인 존재”라는 얘기인데, 거꾸로 말하자면 각 명칭은 20~30대를 완전히 대표하지 못한다. 그러니 20~30대에게 ‘○○ 세대’라는 말이 자기 세대를 대표하는 말인 것 같으냐고 물어본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본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세대 구분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세대는 다른 세대가 존재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모든 세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이질적이다. X세대를 예로 들자면, X세대가 개인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세대에 비해’라는 말이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개인적이다라는 식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사이에서 차이를 느끼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인데, 이 이질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세대론이 필요하다. 무엇이 다른지, 왜 다른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결국은 이해의 문제다. 어떻게 세대를 구분하느냐는 무엇을 중점으로 그 연령대를 이해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네트워크(network)에서 따온 N세대는 20~30대의 문화적 환경을 두고 부르는 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로서 베이비붐 세대만큼이나 많은 인구 수를 보인다는 뜻의 에코 세대 혹은 에코붐 세대는 인구통계학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부르는 호칭이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는 이들의 경제적인 환경에 특히 중점을 둔다.

많은 20~30대가 세대 호칭을 어색해하는 데는 호칭마다 다른 강조점 탓도 있을 것이다. 20~30대 개인이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어떤 호칭은 맞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경제적인 불안감을 더 잘 느끼는 20~30대는 88만원 세대라는 호칭에는 동의할지언정 N세대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MZ세대는 무엇을 중심으로 보고 만들어낸 세대일까. 답은 문화에 있다. MZ세대는 동질한 문화적 환경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에 따라 비슷한 행동양식과 비슷한 세계관을 보인다. 문화적 정체성은 MZ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다.

외환위기와 7차 교육과정

MZ세대와 다른 세대를 가르는 주요한 분기점은 1997년 외환위기와 관련이 있다. 국가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선택한 모델은 신자유주의였다. 빠르게 빚을 갚아나가면서 한국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로 발돋움했다. 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가 논문 ‘한국의 발전국가와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정리했듯 정치가 사법기관에 종속되고 경제부처와 관료가 지배 권력을 쥐는 포스트민주주의, 금융이 경제를 이끄는 금융화와 세계화, 연구개발과 국가경쟁력 등에 대한 제도적 지원, 노동시장 유연화, 그 결과로 발생된 양극화와 불평등 같은 것이 신자유주의 국가의 특징이다.

MZ세대는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은 한국 사회에서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략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사람, 30대 이하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국가의 정치·경제적 체제와 관련해 투쟁한 경험이 없다.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국가는 더 이상 논쟁을 할 필요 없이 정착된 것이다. 장상철 연세대 사회학과 강사는 논문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의 내부화’에서 한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을 때까지 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저항이 일어난 적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자유주의적 체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가 강력하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적 논리, 경쟁과 효율성은 MZ세대의 삶에 깊이 자리 잡았다. 88만원 세대나 N포 세대 같은 호명은 MZ세대의 경제적인 삶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이다. 88만원·N포 세대는 신자유주의로 촉발된 불평등을 수용하며 만성적인 우울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반면 어떤 MZ세대는 좋은 삶에 대한 환상을 절박하게 유지하며 고단한 현재의 삶을 이어나간다. 안정된 직업, 계층 상승 같은 것은 꿈 같은 이야기지만 버리기 어려운 희망이다. 주식과 코인,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재테크는 희망을 이뤄줄 것처럼 보여 이에 매달리는 MZ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교육적으로도 MZ세대는 위 세대와 구분이 된다. 2000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7차 교육과정은 선택과목제를 도입하여 학생들마다 서로 다른 교과목을 공부하고 시험 치게 되었다. 입시에서 수시제도는 나날이 강화됐고 이전과 같이 수학능력시험 하나로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개정에 개정을 거듭하면서 복잡해지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는, 이전 세대와 MZ세대를 포함한 이후 세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MZ세대 이전 세대는 MZ세대와 이후의 세대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무엇을 배우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배우느냐에 대한 것이다. MZ세대가 교육 현장에서 배우는 것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교육 환경에서 변수가 있다면 수능 혹은 학력고사의 난이도 정도였다. 그러나 MZ세대부터 학생들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입시제도와 복잡한 교육 환경에 알아서 적응해야 했다. 학생들의 의견은 공교육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대부분 사교육으로 내몰렸다.

교육 환경에서 습득한 각자도생 정신은 MZ세대를 생존주의 세대로 명명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생존주의 세대는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만들어낸 단어인데, 김 교수는 논문 ‘서바이벌, 생존주의, 그리고 청년 세대’에서 선배 청년들은 산업화든 민주화든 사회 변혁의 주체가 되었고 기성세대의 고루함을 깨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나 MZ세대는 저항, 자유, 도전 같은 단어와 거리가 멀다. 대신 이들은 각자 노력한다. 학창 시절을 넘어 취업 과정에서, 취업하고 나서 직장생활에서도 알아서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 MZ세대의 숙명 같은 것이다. 다만 그렇게 노력해 얻는 것이 대단한 성취인 것은 아니다. 단지 평범하게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한다. 생존주의자로서 MZ세대는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안정적인 삶을 소망한다.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안다.

디지털 네이티브, K컬처의 주체

정서적으로 MZ세대를 다른 세대와 가르고 묶어주는 것이 외환위기와 7차 교육과정이라고 한다면, 문화적으로 MZ세대는 동질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디지털이다.

MZ세대를 두고 역사상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르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MZ세대는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다. 태어날 때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태어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환경에서 자랐고, 자라나서는 누구보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세대가 MZ세대다. 단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다. MZ세대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일상으로 가져온 첫 번째 세대다.

한국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지만, 처음 주목받았던 것은 공론장(公論場)으로서의 커뮤니티였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정치적 활동에까지 이르게 하는 커뮤니티의 역할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러나 사실 초창기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는 유희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인기 있는 커뮤니티는 거의 취향과 취미에 관한 것이었고 ‘다음 아고라’처럼 공론장 역할을 하던 커뮤니티는 2010년대 들어 문을 닫았다. MZ세대가 이끄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밈(meme·인터넷 유행)과 ‘취향 존중’으로 움직여 MZ세대를 하나의 취향 집단으로 묶어 내었다.

취향은 MZ세대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전에는 클래식 공연 같은 ‘고급 문화’는 중산층 이상의 계급이 주로 향유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충분히 훌륭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MZ세대는 이런 문화 다양성의 시대를 맞이한 첫 번째 청년세대다.

MZ세대의 취향은 클래식에서 힙합, 현대무용에서 스트리트댄스까지 다채롭고 다양하다. 매우 세분화되어 있기도 해서 예전처럼 취미란에 ‘영화 감상’ 한 단어를 적어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장르마다 매니아가 있고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으로 무장한 것이 MZ세대다.

이렇게 세분화된 취향은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를 타고 공유된다. 공유는 MZ세대의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MZ세대는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각자 만들어진 공간,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놀이를 한다. 그러나 오롯이 혼자 놀지 않는다. 같은 취향,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연결되어 그들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MZ세대가 하는 일이다.

반면 MZ세대는 정체성 측면에서 한국 문화에 깊이 결착돼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을 ‘포스트 2002’ 세대라고도 부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10대 이하의 유아·청소년으로서 당시의 승리를 기성세대만큼 감격적으로 즐기지는 않았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인 세대다. 한류는 MZ세대가 대중문화에 관심을 가질 무렵부터 싹이 트고 있었고 MZ세대가 대중문화의 주객(主客)이 되었을 때 K컬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실제로 MZ세대 사이에서는 ‘국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국가와 마약을 뜻하는 은어 뽕을 합친 국뽕은,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에 취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얼핏 기성세대가 MZ세대보다 국뽕을 더 즐길 것 같아 보이지만, 애초에 국뽕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도 국뽕을 실컷 즐기는 세대도 MZ세대다.

코로나19로 멈춰 선 MZ세대

그런데 코로나19는 MZ세대를 아래 세대와 구분하게 만드는 시점을 만들었다. 아마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고 나면 ‘코로나 세대’를 호명하는 분석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코로나19는 사회적으로 큰 골짜기를 만들었는데, MZ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당시 생애주기의 분기점을 맞은, 그러니까 성인이 된 2001년생 이후의 세대는 MZ세대와 다른 삶의 양식을 보일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의식적으로도 MZ세대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말하자면, MZ세대의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MZ세대가 현재진행형인 청년세대이기 때문이다. MZ세대의 시작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작과 꼭 같지 않다. 그보다는 조금 더 뒤, 1997년 외환위기와 7차 교육과정이 맞물리는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끝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단지 코로나19가 변화시키는 사회 모습이 MZ세대를 매조지을 것이라는 점만은 알 수 있다.

김서윤 하위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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