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7일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photo 뉴시스
지난 12월 17일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김정은. ⓒphoto 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월 17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울먹거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등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어두운 피부와 얼굴의 깊은 팔자주름 등 건강에 대한 여러 의구심도 자아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정일 사진과 함께 추모 사설을 게재하며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드는 데 장군님에 대한 도덕 의리를 다하는 길이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실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10년째에 접어든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12월 22일 통일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문가 간담회에 따르면 북한 경제 상황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과 비슷할 정도로 어렵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2020년 북한의 대외 수입은 7억7400만달러, 수출 89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8년의 수입 8억8300만달러, 수출 5억5900만달러보다도 좋지 않다. 12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북한 무역액은 한국의 0.09% 수준이다. 1995년 이후 북한의 무역액은 매년 한국의 1%를 넘지 못했지만, 0.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2020년이 처음이었다.

물론 이러한 통계만으로 북한 경제 상황을 보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 이상용 편집국장은 “북한 정부가 주도하는 밀무역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휘발유, 경유 등 정제유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생명선은 중국에서 공급되는 원유다. 이 국장은 “유엔제재를 원유까지 확대하면 북한의 민간경제까지 파탄이 날 것”이라며 “광물, 섬유 등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수입원을 압박을 통해 줄이는 것이 지금의 대북제재”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집권 기간 다소의 경제적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꾸준한 경제개혁으로 시장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으며, 생산과 유통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용 국장은 “기업소법을 개정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소가 많이 늘어났고, 농업개혁을 통해 생산의욕을 고취시킨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북한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하는 것은 코로나19라는 것이 정설이다. 사람 간의 접촉을 피할 수 없는 도로나 철도 대신 항구를 이용한 대중 물자 수입에 주력하다 보니 물자부족으로 인한 민생고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북한이 수입 의존에서 벗어나 내부에서 물자를 공급하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인민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별로 파악된 바가 없다. 진단키트도 없어 사망자가 발생하면 시신을 가족에게도 보내지 않고 무조건 화장하는 실정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백신도 없어 삽시간에 코로나19가 확산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 김정일 10주기 행사 때 모습을 보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 확연하다. 이상용 국장은 “가족력이 있는 김정은이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은 김정은을 보좌하는 의료진의 숫자를 늘려왔고, 그의 건강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도 강화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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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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