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의 비트코인 시세 전광판. ⓒphoto 뉴시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의 비트코인 시세 전광판. ⓒphoto 뉴시스

국세청은 지난 12월 28일 가상자산의 상속·증여에 따른 세금을 계산할 때 “그 가액평가는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대 거래소의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코인 과세가 1년 유예되었다는데, 또 무슨 세금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과세가 유예된 것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것이지, 가상자산의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가 아니다.

과세가 유예되었다던데?

본래 가상자산의 투자 내지 양도로 인한 소득(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그러다 지난 2020년 12월 29일 소득세법이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는 가상자산의 양도, 대여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20%)가 과세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과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기 이전에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었고, 이에 지난 12월 8일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을 개정하여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는 2023년 1월 1일부터 하는 것으로 유예되었다. 즉 가상자산의 투자로 얻은 이익에 대한 과세가 1년 유예된 것이다.

그런데 가상자산의 상속이나 증여로 인한 상속세·증여세는 별다른 법 개정 없이도 가능했고, 실제로 부과되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열거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우리 법에 세금이 부과되는 항목으로 규정이 되어 있는 경우에만 해당 부분에 대한 소득세를 낼 의무가 있다.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 ‘가상자산의 거래로 인해 얻는 소득’이 이 중 어느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어야 소득세 부과가 가능했다.

일정한 재산가치 있으면 상속·증여세 부과 대상

이에 반해 상속세나 증여세의 경우 포괄주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속재산, 증여재산을 상속·증여하는 경우라면 상속·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상속재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1)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2)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 증여재산은 ‘(1)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2)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 (3)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위 개념상 암호화폐(가상자산)의 성격을 무엇으로 보든지 간에, 즉 화폐로 보든지 아니면 재화로 보든지 아니면 기타 유·무형의 자산으로 보든지 상관없이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일정한 재산적 가치만 있다면 상속재산, 증여재산이 되어 상속세·증여세 부과대상이 된다.

실제 지난 2018년 대법원은 비트코인에 대해 “비트코인은 경제적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인 점, 피고인은 위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점” 등을 근거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비트코인의 법적 성격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히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한 것이다. 혹자들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상자산에 대해 무가치한 것이라거나 내재가치가 없다, 사기다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수많은 거래소에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되어 거래가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기 어렵다.

특정금융정보법도 ‘가상자산’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특정금융정보법 제2조 제3호)

따라서 상속세·증여세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을 상속·증여한다면, 즉 물려준다면 과세대상이 된다. 부모님에게 비트코인을 물려받거나, 친구에게 이더리움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전송받는다면,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문제는 상속 또는 증여받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여부다. 같은 가상자산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거래소, 해외 거래소별로 그 가격이 상이한 경우도 많고, 하루에도 등락폭이 심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경이 없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등락폭이 심한 경우 50% 이상 되는 경우도 있다. 또 ‘김치프리미엄’도 심한 경우 수십 %에 이르러 국내와 해외 가격 차이가 매우 크기도 하다. 어느 거래소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느냐에 따라 내야 하는 상속세·증여세도 매우 달라진다.

실제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발표하기 이전까지는 상속·증여가 이루어진 당일의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등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 4대 거래소(정확히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 중 원화마켓까지 운영하는 자를 의미하므로 추후 변동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의 상속·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했다. 국세청에 의하면 이러한 방침은 2022년 1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개월 평균가로 평가

2개월간의 각 거래소 해당 가상자산의 일 평균가격을 구한 후, 이러한 평균가격을 다시 평균하는 방식을 취해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4대 거래소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거래되고 있지 않은 가상자산의 경우에는 종전의 방식대로 상속·증여가 이루어진 당일의 거래가액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상속·증여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가 유예되었다는 생각으로 상속세·증여세 또한 납부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면 추후 가산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물론 과세당국에서 모든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과세대상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가상자산 거래를 할 때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간 전자지갑 이체를 통해 거래를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까지 활성화된다면, 거래소를 통하지 않는 가상자산의 이전과 결제수단으로의 활용 등을 모두 포착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큰 규모의 가상자산을 물려받은 이후, 이를 활용하여 등기 등록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나 자동차 등을 구입했을 때에는 과세당국에 포착될 수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을 거래하거나 투자하는 경우 상속세·증여세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 과세는 어떻게 되는지 간략하게라도 알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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