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물보호소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시츄. 본 기사 내용과는 무관. photo 뉴시스
한 동물보호소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시츄. 본 기사 내용과는 무관. photo 뉴시스

지난해 9월 서울·인천·김포·수원·성남 등 5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설립된 ‘○○○보호소협회’. 이 협회는 키우기 어려워진 반려동물을 위탁받아 다른 입양처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협회는 자사 사이트를 통해 ‘반려동물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고 평생 함께해줄 천사 반려인을 찾아주는 사랑나눔 ○○○보호소협회’라고 소개한다. 여기엔 파양·입양 방법, 입양공고, 입양후기, 보호소시스템 등도 상세히 기재돼 있다. 협회는 매해 버려지는 수만 마리의 유기견 실태를 우려하며 “당장 함께할 수 없다면 유기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마시고 자신들에게 문의해줄 것”을 권유하고도 있다.

언뜻 보기에 이 협회는 동물 복지를 우선하는 비영리단체로 비치지만, 실제 이 협회에서 파양·입양 절차를 밟았던 사람들 중엔 협회 운영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부득이한 사정으로 코리안쇼트헤어 고양이 2마리(6살 6.5㎏, 7살 5.3㎏)를 협회 인천지부에 파양 신청했던 A씨는 “보호소라기보다는 돈을 받고 데리고 온 동물을 다시 높은 금액에 내다 파는 ‘펫숍’에 가까웠다”라고 의심한다. A씨의 경우 지난 5년여간 자택에서 고양이를 길러왔는데, 가족 중 한 명이 알레르기를 극심하게 앓으면서 어쩔 수 없이 파양을 고민했었다고 한다. 그때 마침 눈에 띈 곳이 ‘보호소협회’라는 명칭을 쓴 이곳이었다.

A씨는 곧바로 파양 절차를 밟았는데 당시 의아스럽게 여겼던 것은 협회 측이 요구한 파양비용이다. 위탁 동의 및 포기 계약서에 따르면 협회 측은 위탁비용으로만 총 270만원을 요구했다. A씨는 “당초 전화상으로는 한 마리당 10만원의 비용이 든다 했는데, 실제 계약 과정에선 위탁비용, 입소비용에 10개월가량의 의료보험 비용 120만원까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계약서상에 의료보험 관련 내용이나 증빙은 없었고, 입양이 10개월 내에 이뤄질 경우의 잔여 보험비 반환에 대한 설명도 부재했다. 지부 건물 내에선 여러 마리의 동물이 다양한 금액대에 팔리고 있었고, 이 중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동물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협회 운영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파양을 신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두 고양이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협회 측은 "파양한 동물에 대한 적극적인 케어와 향후 입양까지 책임지고 있다. 위탁 비용 모두 여기에 쓰인다. 유기 동물과 관련한 사회공헌 활동도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다"라는 입장이지만, A씨는 이곳을 신종 ‘펫숍’이라 보고 있다.

 

연예인 분양 1위 ‘펫숍’, 보호소 둔갑

최근 동물보호단체들 사이에선 A씨와 같은 신종 펫숍 신고·의심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되고 있다. 여기서 신종 펫숍은 일반 펫숍과 달리 상호 간판에 ‘보호소’ ‘보육원’ 등을 내걸고 높은 비용으로 반려동물을 파양받은 뒤 이를 다시 되팔아 이중으로 수익을 올리는 곳들을 일컫는다. 사실상 일반 펫숍과 유사한 수익구조를 취하는 셈인데, 외관상으론 비영리단체로 보이게 하여 동물 ‘분양’보다는 ‘입양’을 선호하는 소비자들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 자사 홍보란엔 ‘안락사 방지’ ‘또 다른 울타리’ ‘프리미엄 케어’ 등의 수식으로 애견인들의 파양을 권하고도 있다.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의 연보라 본부장은 “우리 단체의 경우 농림부 인허가를 받은 비영리단체인데 상호를 이와 비슷하게 내걸어 파양과 입양 절차에서 수십만여원의 돈을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거론된 ○○○보호소협회는 이 중에서도 실제 펫숍과 연계해 운영되는 상당한 규모의 신종 펫숍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협회의 서울지부는 서울 강남구에 소재하고 있는데, 건물 간판엔 ○○○보호소협회가 아닌 ‘PET△’라는 상호를 내걸고 있다. PET△는 전국 12개 지역에 지점을 둔 실제 펫숍으로, 운영진 또한 협회 운영진과 동일하다. 이곳은 유명 연예인들도 다수 찾는 숍이다. 동물 관련 커뮤니티엔 다수의 분양 후기도 올라와 있다. 이 펫숍의 김포지점은 보호소협회의 김포지부와 동일한 주소를 사용 중이다. 외부엔 ‘보호소’라 소개하지만 실제론 대형 펫숍의 한 지점에 불과한 셈이다. 현재 ○○○보호소협회 법인 등기 주소엔 컴퓨터수리점 사무실이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PET△ 관계자는 보호소협회와의 관계에 대해 “자사가 보호소협회를 인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건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종 펫숍의 가장 큰 문제는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판매·수입·생산·전시·위탁관리업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는 정부 기준에 맞는 시설, 인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판매업은 반려동물을 ‘구입’하여 판매·알선·중개한 영업자로 한정된다. 신종 펫숍처럼 동물을 파양받는 구조를 취하는 업자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이 펫숍들이 적정 사육·격리·위생시설이나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는 “이런 점 때문에 실제 파양된 동물이 화장실이나 옥상에 그대로 방치돼 논란이 됐던 곳도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연보라 본부장은 “나이 많은 동물은 위탁·보호된다 해도 입양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이 경우 펫숍 차원에서 안락사를 행한다 해도 이를 파악할 길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동물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면서 발생한 폐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비영리단체 성격으로 운영 중이라는 입장이다. 협회 한 관계자는 “대부분 파양한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으며 새끼동물은 없다. 정말 잘 키울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입양을 보내려 하며, 입양과 판매 비용은 개체마다 상이하다. 각 지부는 개별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제재 근거 부재, 무관심한 정치권

최근 이런 신종 펫숍이 성행하게 된 데엔 국내에 동물 매매와 관련한 법적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친다. 독일만 해도 2020년 이른바 ‘루시법(Lucy’s Law)’ 시행으로 생후 6개월 미만의 반려동물 구입을 전문 브리더나 동물보호센터에서만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판매 또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식이다. 미국, 캐나다 일부 주에선 아예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보호센터를 통한 입양을 권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오는 2024년부터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한다.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 동물 복지 신장을 위한 법 제도 마련이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할 때 이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해외에선 10만원 내외의 비용만 받고 사육을 포기한 동물을 보호·입양하는 보호소나 쉼터가 잘 마련돼 있다. ASPCA(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 HSUS(휴먼소사이어티) 등이 일례다. 국내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야 하는데 대부분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홍보도 잘 안 돼 있으며 이용 실적도 미미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는 지자체가 사육이 어려워진 사람의 반려동물을 공식적인 방법으로 인수해 입양처로 연결해주는 제도를 일컫는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14일 변종 펫숍 규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삶의 동반자인 반려동물을 이윤추구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신종 펫숍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입양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보호소를 일반 반려동물 판매업과 구분’ ‘동물보호소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명칭 사용 금지’ ‘영리 목적의 파양 및 입양 중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공언했다. 여타 대선후보들에게선 아직까지 별다른 동물 복지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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