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지지율과 호감도는 양상이 다르다. 지지율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초접전이지만, 호감도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58%로 문재인 후보(48%)를 10%포인트나 앞섰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30%,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4%의 호감도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전국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 인물 호감 여부’로, 지난 4월 4~6일에 조사해 7일 발표했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에 의하면 비호감도는 호감도의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호감도 최하위인 홍준표 후보가 77%로 비호감도 1위였고, 다음으로는 유승민 후보 59%, 심상정 후보 53%, 문재인 후보 46%로 나타났다. 호감도 1위 안철수 후보의 비호감도는 35%로 최하위였다. 그간 호감도 추세를 보면 두드러지는 변화가 눈에 띈다. 문재인 후보는 3주간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안철수 후보의 호감도 추이가 급변했다. 안 후보의 호감도는 20% 늘었고, 비호감도는 22% 줄었다.

대선주자들의 호감도·비호감도를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유권자들의 성향이나 대선주자들의 공약처럼 이성적인 요인도 있지만 외모나 목소리 등 이미지가 좌우하는 비이성적인 측면도 크다. 이들 이미지가 호감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허은아 소장에게 물었다. 허은아 소장은 전 세계 26개국에서 공식 인정하는 국제자격증인 CIP(Certified Image Professional)를 국내 최초로 보유했으며, 한·미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 분석 전문가다.

- 문재인·안철수·홍준표 후보는 각각 어떤 이미지인가. “세 후보는 이미지에서 차이가 많다. 홍준표 후보는 열정적인 이미지, 문재인 후보는 차분한 이미지, 안철수 후보는 차분한 이미지였다가 변신 중인 듯하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차분함은 다르다. 문 후보는 부드러우면서도 치밀한 느낌으로 지지율 1등으로서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모습이 강하다. 안 후보 역시 부드럽지만 2등으로서 치고 올라가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착한 이미지이지만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이 보인다.”

- 외모가 호감도에 영향을 끼쳤을까. “세 후보 모두 호감형 외모를 지녔다. 문 후보는 꽃중년 이미지로 웃을 때 인상이 좋다. 안 후보 역시 꽃중년 이미지이지만 친근한 아재 느낌으로 변신 중이다. 홍 후보 역시 준수한 외모다. 외모만으로 보자면 특별히 유리한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 홍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은 원인을 이미지에서 찾는다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동방예의지국이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예의를 중시한다. 막말하고 세게 치고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홍 후보는 겉으로는 강하면서 보수 성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막말로 승기를 잡았는데. “똑같은 막말이라도 우리나라와 미국인들은 관점이 다른 것 같다. 트럼프의 막말에는 훌륭한 정책들이 담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비쳐진 트럼프는 ‘막말’의 아이콘이었다. 부정적인 각인효과가 생기면서 트럼프는 ‘이상한 사람’ ‘술 취한 삼촌’으로 비쳐졌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저렇게 이상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어?’라는 시각이지만 미국인은 바보가 아니다. 막말 안에 담긴 내용을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인효과에 의한 선입견이 큰 듯하다.”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허은아 소장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 허은아 소장

- 한국의 유권자는 정치인들의 태도를 먼저 본다는 얘긴가. “그런 면이 있다. 안희정·유승민 후보도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지만 예의 바르다. 안희정 후보가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왔던 이유는 ‘소통’과 ‘다가섬’의 태도가 컸다.”

- 대선주자들의 직업도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듯한데. “물론이다. 벤처기업가이자 교수 출신인 안 후보는 스마트하다는 선입견이 있으면서 착한 이미지가 많고, 변호사 출신의 문 후보는 날카로울 것 같은데 스마트한 이미지가 많고, 검사 출신의 홍 후보는 차갑고 날카로울 것 같은데 이미지도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검사 출신에게 기대하는 품격에서 좀 벗어나 있다.”

- 홍 후보가 이미지 전략에서는 실패했다고 보나. “그렇지만도 않다. 현 자유한국당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이미지 전략이 없을 수도 있다. 관심을 집중시켜야 하니까. 그러나 품격과 매너와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지지율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 한국인들에게 이미지 정치가 잘 먹히나. “잘 안 먹힌다. 이미지 정치에 대한 개념이 늦게 잡혔다. 정치인의 이미지에 관심이 급증한 건 최근 들어서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부정적이다. 일부러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정치선진화가 이루어진 나라를 보면서 이런 부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미지 정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비단 외모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소통의 이미지, 불통의 이미지 등도 이미지 정치에 포함된다. 미국의 빌 클린턴·오바마 전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소통 이미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보면서 한국의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총체적인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 듯하다.”

- 이미지 정치를 가장 잘하고 있는 대선주자는 누구라고 보나. “어려운 질문이다. 세 후보의 색채가 다르다. 홍 후보는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은 잘 짰으나 우리나라 정서와 잘 안 맞고, 안 후보는 기업인으로서의 성공신화는 알려져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힘들 것 같았는데 요즘 변신을 하면서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안 후보가 강조하는 것은 자수성가다. 나는 노력해서 바꿀 수 있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 같다.”

- 최근 안 후보의 ‘소몰이창법’으로 불리는 목소리 변신이 화제였다. 스타일 변화도 크고. 이런 안 후보의 급작스러운 변신이 호감도 상승에 영향을 줬을까. “당연하다. 유권자는 ‘저 사람한테 저런 면이 있었어? 예전엔 저런 면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바뀌었네?’ 하며 신기해 한다. 대선주자의 목소리와 이미지가 단기간에 혁신적으로 바뀌는 걸 목격한 건 아마 최초이지 싶다. ‘저 사람은 바뀌는구나. 전문가 말을 듣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소통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거다.”

- 문 후보는 5년째 같은 안경을 쓸 정도로 변함없는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문 후보는 조금씩 세련되어지고 조금씩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 일관된 사람, 변함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장단점이 있다. ‘소신 있다’와 ‘남의 말 안 듣는다’의 이미지를 동시에 준다. 문 후보는 팬층이 확실하기 때문에 일관되게 가는 게 맞을 수 있고, 안 후보는 팬층이 아닌 사람들까지 포섭해서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변화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둘의 이미지 정치는 51% 대 49%의 싸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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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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