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이 열매라면, 각 후보의 정치철학은 뿌리다. 대선후보를 선택할 때 공약만큼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 후보 각자가 살아온 삶의 자취와 평소 신념이다. 어찌 보면 공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통령 후보의 정치철학과 삶의 궤적일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무리 현명한 참모가 있어도, 훌륭한 공약을 내세워도 리더의 의지와 기개가 없거나 귀를 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돼 버리고 만다. 대선후보 5인이 낸 책을 통해 이들의 정치철학과 삶의 궤적을 엿보려 한다.

각 후보가 낸 근간에서 해당 후보의 캐릭터가 두드러지는 부분에 확대경을 들이대 본다. ‘문재인-대한민국이 묻는다’ ‘4차 산업혁명과 안철수’ ‘홍준표가 답하다’ ‘유승민-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심상정, 이상 혹은 현실’을 대상으로 삼았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신간은 정책 위주로 돼 있어 공약과 겹치는 관계로 5년 전의 책 ‘안철수의 생각’도 참고했다. 대부분의 책은 인터뷰이와 후보의 문답 형식으로 엮었고, 유 후보만 본인이 직접 집필했다.

- 나의 아버지

문재인 후보 실향민이다. 함흥농고를 나와 공무원이 되셨는데, 유엔군이 진주했을 때에는 시청 농업과장을 했다. 공무원으로 소박하게 사는 삶을 원했지만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피란을 내려와 그런 삶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됐다.

안철수 후보 판자촌이 즐비한 부산 범어촌 빈민가에 의원을 차리고 가난한 서민 진료를 해왔다. 자신의 업을 사랑한 분이시다.

홍준표 후보 몰락한 한학자의 후예였다. 외가가 부잣집이고 아버지가 데릴사위로 들어왔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한량의 길로 들어섰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쯤 가세가 기울었고, 우리 가족은 유랑극단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그래도 아버지를 존경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크셨던 분이다. 배를 건조하다 남은 철근이나 쇳조각을 지키는 업무를 하셨는데, 영하 15도의 날씨에도 그것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한참 울었다.

유승민 후보 부산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1971년 세 건의 재판에서 박정희 정권의 미움을 샀고, 이듬해 법복을 벗었다. 아버지는 막내셨다. 법정에서는 대쪽판사이셨는지 몰라도 막내인 나한테는 재미있는 농담도 곧잘 하신 친구 같은 아버지였다. 국회의원을 두 번 했는데 정치가 적성에 안 맞아 자주 괴로워했다.

심상정 후보 7남매 중 외아들인 아버지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자식 교육 때문에 시골에서 교직을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몇몇 사업에 손을 대셨지만 실패하셨고, 어머니와 두 분이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셨다.

- 본받고 싶은 인물, 롤모델

문재인 후보 다산 정약용 선생, 안중근 장군, 백범 김구 선생. 다산 선생은 더 안락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백성을 위해 실학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안중근 장군은 당당한 기백이 멋지고, 백범 선생은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주신 분이다.

안철수 후보 정치에 입문했을 때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였다. 미국 대공황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네 번 연임하면서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를 재건했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데 요즘 롤모델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라 관점이 바뀌었다. 스티브 잡스. 닮고 싶은 혁신가다.

심상정 후보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자기 노선과 신념에 정직한 분을 존경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알면 알수록 정치인으로서 철학이 튼튼하고 리얼리티에 충실한 매력적인 사람이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금속노동자 출신인데 연설하는 모습이 아주 열정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선은 다르지만 철학과 비전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존경한다.

- 배고픔의 기억

문재인 후보 어릴 때는 항상 배가 고팠다. 점심은 어쨌든 나가서 해결해야 했다. 바닷가에 살았는데, 물고기를 잡거나 하다못해 고둥을 채취해 먹거나 하면서 스스로 점심을 때웠다.

안철수 후보 유복하게 자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의촌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서민의 어려운 삶의 현장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늘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가가려 노력한다.

홍준표 후보 중·고등학교 때 도시락을 싸간 적이 없었다. 점심시간만 되면 수돗가에 가서 물을 틀어놓고 배를 채웠다. 이런 경험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데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

- 학창시절의 나는

문재인 후보 피란민촌에 살았다. 너무 가난해 초등학교조차 마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의 부모님은 공부하도록 해주셨으니 고맙다. 중학교 때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2학년 무렵에는 문 닫을 시간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책걸상 정리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집에 돌아왔다.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고민이 많은 시기라 실존주의 책도 많이 읽었다. 경남중·고에서 공부를 잘했다. 과외가 있었던 시절이지만 형편이 안 돼 혼자 집에서 공부했다.

안철수 후보 초등학교 때 공부를 아주 못했다. 한 살 빨리 입학해 키가 가장 작았다. ‘앞으로 나란히’ 구령에 맞춰 손을 앞으로 뻗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늘 맨 앞에 서서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한글도 초등학교 들어가서 익혔다. 초등학교 때 성적표에 있는 ‘수’는 내 이름에 있는 ‘안철수’뿐이었다. 학교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책에 재미를 붙여 아버지가 세계문학전집, 과학전집 등을 사주시면 마음이 급해서 박스를 막 뜯어 박스 위에 앉아서 읽었다. 평생 읽은 책의 절반 정도는 중학교 때까지 본 것 같다. 덕분에 인문학적 소양이 넓어지고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심상정 후보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왔는데 늘 공부는 1, 2등을 다퉜다. 초·중·고 동창들은 내게 “어쩜 그렇게 얌전하고 말도 없던 애가 그런 맹렬여성이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충암중학교 시절에는 고교야구를 쫓아다녔고, 연합고사 1기로 들어간 고등학교 때에는 교외 서클활동에 열심이었다. 명지여고 다닐 때에는 학교 대표로 ‘여고생 퀴즈’라는 tv 프로그램에 나갔다.

안철수 후보 미래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 국민이 희망을 품고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다.

유승민 후보 나는 경제학자였다. 내 신문 칼럼을 보고 이회창 총재가 권유를 해오면서 정계 진출의 고민이 시작됐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받아들였다. 경제학자로서 IMF 위기를 막지 못했고, 여러 정책 제안을 했지만 관료들의 벽에 부딪히고 정치적 논리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소망을 품고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게 됐다. 매일 스스로에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묻는다. 치아가 거의 다 빠지고 임플란트 수술을 몇 번씩 계속하면서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혹사시키면서 왜 여기에 남아 있는가 생각해 본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라고들 한다. 그 이미지란 때론 조작되기도 한다. 천성적으로 그런 걸 못하는 나는 그저 진정성 하나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정치를 해왔다.

홍준표 후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는데 밤이고 새벽이고 수사에 연루된 조직폭력배들로부터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공권력 안에 있을 때는 건들지 못하다가 검사를 그만두니 협박을 해온 거다. 아들 납치까지 운운하기에 아차 싶어 다시 제도권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정치 입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명분보다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가장의 결심’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심상정 후보 내가 이념에만 의지해서 살았다면 진보정치인으로 이어진 이 길을 진작에 벗어났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정치인생을 지탱해준 것은 ‘이성과 이념’이 아니라 ‘열정과 연민’이었다. 남자친구를 쫓아다니다가 운동권이 되었고, 구로공단에 ‘공활(공장활동)’ 갔다가 너무도 열악한 여성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고 사무치는 연민을 감당할 수 없어 노동운동가가 되었다.

- 정치를 하면서 삼는 좌우명

문재인 후보 논어에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는 바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바름으로써 솔선수범하면 누가 바르지 않겠으며 지도자가 바른 정신을 가지고 공정하게 행동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바르지 않겠냐는 말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도 좋아한다.

안철수 후보 공정, 자유, 책임. 공정과 자유의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책임, 책임지지 않는 정치는 부패한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는 만악의 근원이다.

- 국가란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 국가는 사회적 약자 편에 확고히 서야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시민의 자존심,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의 덕목이다.

유승민 후보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는 같은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공동체가 아니라고 했다. 국가의 목적과 존재 이유는 정의이고, 단순한 생존이 아닌 훌륭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모두의, 모두를 위한 나라여야 한다. 보수만을 위한 나라, 진보만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부자만을 위한 나라, 정규직만을 위한 나라도 없다. 서민과 비정규직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너와 나, 우리가 함께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안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 국가도 생물이기 때문이다.

- 내가 꿈꾸는 정치, 혹은 정치개혁

문재인 후보 새로운 정치는 물처럼 흐르게 해야 한다. 3김 시대가 얼마나 오래 갔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40대면 대통령이 되고 총리가 되는데, 구정치에 기대면서 새로운 정치를 말하는 건 모순이다. 더 이상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런 발언은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다.

안철수 후보 왕이 법인 시대가 끝났다. 법이 왕인 공화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정치를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국민이 직접 제안하고 결정하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일꾼은 언제든 불러들이는 체계를 갖추고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나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분권국가를 만들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해 장관급 이상 모든 정부 인사는 국회의 인준을 받겠다.

심상정 후보 장래희망이 스무 번쯤 바뀌었는데 정치인이 되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 권력의지를 가지고 정치인을 지향해온 사람과는 출발이 다르다. 지향하는 가치와 부합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국민 다수의 삶에 착근하는 정치를 해서 20대 청년들, 30~40대 여성들에게 희망을 만들어보고 싶다.

- 보수의 위기?

홍준표 후보 보수의 위기라기보다 보수가 부끄럽게 됐다. 신보수주의 운동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민들은 보수가 부패했지만 능력은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유치원생보다 못한 수준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던 거다. 한마디로 능력 없는 보수가 됐다. 이번 위기가 한국 보수에 전화위복이 될 거라 믿는다. 우파의 단일화를 주장한다.

유승민 후보 보수는 반공, 자유, 시장경제, 경제성장의 가치를 지켜왔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가 지켜온 것은 반쪽의 헌법 아닌가? 헌법에는 자유도 있지만 정의, 평등, 공정, 법치도 있다. 성장도 있지만 복지도 있다. 보수는 과연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 저성장, 저출산이라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정성을 가지고 행동해왔는가 자문해 본다.

- 합리적 보수, 혹은 내가 꿈꾸는 보수란

홍준표 후보 부자와 빈자, 정치인과 국민 양쪽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보수다. 더 이상 수구적 보수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서민층의 기득권도 지켜주는 것, 이것이 보수가 실현해야 할 목표다. 우파는 줄곧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랬던 우파가 어느 순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소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우파의 위기가 잉태됐다.

유승민 후보 내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고 희생하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다. 헌법 34조의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보수이다.

- 참모를 고를 때의 기준, 어떤 사람이 좋은가

문재인 후보 첫째는 겸손, 둘째는 능력, 세 번째는 헌신. 묵묵하고 꾸준한 사람이 좋다. 자기 분야에서, 일이나 직업에 대한 태도에서, 꾸준하고 신의가 깊은 사람이 아름답다.

심상정 후보 착하지만 유능하지 않은 사람과 일할 것인가, 착하진 않지만 유능한 사람과 일할 것인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두 번째에 동그라미를 쳤다.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 공익적 가치를 높이 사고 충실한 사람이 좋다.

- 현 시대에 필요한 정치적 리더십

안철수 후보 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수직적인 리더십이었다. 21세기에는 수평적인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팔로워디(follow-worthy),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홍준표 후보 리더십은 단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과 함께 뒹굴고 가슴 아파하는 와중에 만들어질 수 있다. 난파선 밖에서 지휘하는 헤드십(Headship)보다 난파선 안에서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리더십(Leadership)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 언론개혁, 여론재판에 대한 입장

문재인 후보 ‘언론이 없는 좋은 사회보다 나쁜 언론이 있는 사회가 더 낫다’는 말처럼,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정당한 보도와 평가에 대한 가치는 존중해야 한다.

홍준표 후보 언론 덕분에 세상이 투명해졌다. 과거에도 대통령 측근들이 국정농단을 일삼았으나 오늘날처럼 대통령 탄핵까지 가지는 않았다. 지도층에 대한 윤리 기준, 감시 기능이 높아진 데에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다만 여론이 국민들에게 다양한 프레임을 점화해주면 좋겠고, 기울어진 운동장에 편승하여 친좌파적 뉴스만 내보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

- 권력이란

문재인 후보 우리가 권력을 갖는다면 기존 권력과 기반 자체가 다르다. 기득권자들의 권력은 그 세력들 간의 공고한 연합, 카르텔 같은 거다. 우리 권력 기반은 도덕성과 역사적 소명의식이다. 그 힘으로 기득권 세력의 연합을 깨나가야 한다.

홍준표 후보 모래시계다. 권력은 가지기 전까지 집착을 해도 되지만 취한 후에는 버려야 추해지지 않는다. 권력은 모래시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의 양이 줄면서 종래에는 껍데기만 남는다. 늘 권력이 가득 차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불행을 자초하는 꼴이다.

- 정치인의 최고 덕목, 혹은 리더십의 바탕

문재인 후보 균형감각. 옳다 그르다는 쉬우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까.

안철수 후보 진심.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어야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

- 대통령이 되면, 혹은 어떤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문재인 후보 대통령이 되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일하겠다. 시민들 가운데 있고, 시민과 함께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출퇴근하면서 대통령이 남대문시장이라도 가서 소주 한잔을 할 수도 있고.

안철수 후보 미래 20년 먹거리를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먹거리와 일자리는 단순히 돈이 아니다. 존엄이고 자존심이다. 가족을 지키는 힘이고, 사회적 관계의 원천이다. 또한 아이들을 다시 꿈꾸게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겠다.

- 어릴 때 꿈

문재인 후보 역사가 제일 재밌어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

심상정 후보 교육자. 제일 보람 있을 것 같았다.

- 실패 이력

문재인 후보 대학 낙방, 구속, 재적, 사법시험 낙방, 대선 낙방. 전공이 재수다. 대선에서 3수를 할 생각은 없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정치인생은 그것으로 끝이다.

- 나는 흙수저

홍준표 후보 겉으로는 돈을 기준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변방에 있느냐’ ‘중심에 있느냐’를 놓고 흙수저와 금수저를 나눈다. 나는 검사직이나 정치인으로 있을 때 ‘중심’에 있어 본 적이 없다.

- 대화의 원칙

심상정 후보 말을 하기 전에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는지 확인을 한다. 근거가 없는 상태로 말하면 비판이 아닌 비방이 되고, 설득력을 잃는다. 내가 확신하는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그 이하로 깎아내려서 성과를 얻으려 하는 것은 자존감이 상하는 일이다. 비주류로 살더라도 내 중심을 분명하게 쥐고 가는 것. 그게 내가 가진 자부심의 원천인 것 같다.

- 혼자 있는 시간

문재인 후보 개인적으로 혼자 있을 때가 좋다.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래서 혼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적도 있고 자주 산길을 혼자 걷기도 한다. 시골집 마당에서 혼자 잡풀을 뽑는 시간도 행복하다. 걷는 걸 좋아한다. 몸이 눅진해질 때까지 계속 걷다 보면 몰입 단계에 이르고 행복감을 느낀다.

- 착하다,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안철수 후보 사람들은 인상이 부드럽거나 선해 보이면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한 것은 약한 것과 다르다. 선한 것의 반대는 악한 것이며, 약한 것의 반대는 강한 것이다. 선하면서 강할 수 있고, 악하면서 약할 수 있다. 내가 살아온 과정은 안주하지 않는, 도전과 결단의 연속이었다. 창업자나 경영자는 우유부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나는 교수보다 경영자로서의 경력이 훨씬 길다.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50%의 지지도가 나오는 상태에서 5% 지지도의 상대에게 불과 20분 대화 끝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도 우유부단한 사람의 행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막말을 많이 한다?

홍준표 후보 팩트를 다소 거칠게 표현한다고 막말이라고 규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한국 정치인 중에는 겉멋만 들고 보람 없이 일하는 분들이 참 많다. 자신이 실무에 대해 모르거나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 고급스러운 화법을 구사하는 거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국민들의 언어라면 ‘기어도 아니고, 아니어도 기다’라는 게 정치인의 언어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국민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건 모순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 좋아하는 단어

유승민 후보 동지(同志). 뜻이 같다는 말이고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을 때 단 한 번도 주군이나 상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 자신을 그의 부하, 하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서로 동지관계라고 믿었다. 그런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정치를 해왔다.

- 인생의 성공이란

안철수 후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 내가 죽고 난 후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긍정적인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 그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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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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