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58호] 2017.05.22
관련 연재물

[뉴스 인 뉴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누구

모든 대선주자들의 경제 과외교사 그를 키운 건 이건희·이재용

▲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발표된 지난 5월 17일 청와대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photo 연합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김상조(55) 한성대 경제학 교수가 내정됐다. 김상조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설은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3월 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경제분과 부위원장으로 영입되면서부터 “대선 이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J노믹스’로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공약과 정책 중 ‘경제민주화 정책과 재벌개혁 방향 설계’에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런 김 교수였기에 대선 이후 그가 단순히 자문그룹 일원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컸다. 실제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그는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장관급)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빠르게 부각됐다. 그리고 관가와 재계에 퍼져 있던 이 설은 지난 5월 17일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조윤옥 청와대 인사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김상조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개혁 연구에 정통한 경제학자이자 시민운동가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함께 소액주주 운동을 한국에 뿌리내리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모두 마친 국내파 경제학자다.
   
   김상조 교수의 존재감이 대중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건 1994년부터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만들어진 1994년 비공식 자문위원을 하면서부터다. 그가 본격적인 재벌 개혁가로 등장한 건 1999년 참여연대가 만든 재벌개혁감시단의 단장을 맡으면서다. 이후 2006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또 같은 해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센터가 독립해 경제개혁연대로 변신한 후 역시 소장을 맡아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운동을 이끌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연구의 대표적 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과 맞선 10년, 유죄를 받아내다
   
   그런데 김 교수가 재벌개혁가로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될 수 있었던 건 바로 재계 1위 삼성과 그 삼성을 지배하는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이재용씨의 경영권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비정상적 작업을 벌였다. 삼성에버랜드 CB(전환사채)를 이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씨에게 헐값으로 넘겨준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핵심 기업 주식을 사실상 1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확보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에버랜드 CB를 손에 넣은 이재용 부회장은 곧바로 CB를 주식으로 바꿨다. 불과 48억여원으로 에버랜드 주식 62만주를 손에 넣었고, 순식간에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자리까지 차지해버렸다.
   
   삼성에버랜드 CB 사건 불과 3년 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다시 에버랜드에서와 비슷한 일을 벌였다. 이번에는 삼성SDS를 동원했다. 삼성그룹 전산계열사로 다른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덩치를 키우던 삼성SDS가 1999년 뜬금없이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래 특정 기간이 지나면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가져갈 수 있는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강행했다. 이 BW 중 이재용 부회장이 65만7000여주, 이부진씨 등 나머지 삼성 오너일가가 47만5000주를 챙겼다. 이번에도 역시 비상식적인 헐값에 삼성SDS BW를 챙겨갔다. 당시 비상장사였던 삼성SDS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호가가 주당 5만5000원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삼성SDS는 BW 가격을 장외시장 호가보다 무려 8배나 싼 7150원, 헐값으로 책정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에 넘겼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는 비상식적 방법으로 삼성SDS 지분을 순식간에 25.4%나 손에 넣었다. 반면 삼성SDS 최대주주였던 삼성전자의 지분은 23.6%로 줄었다. 결국 삼성SDS BW 헐값 발행을 토대로 삼성SDS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기업가치가 훼손된 삼성SDS와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과 기존 주주들은 피해를 본 반면, 이재용 부회장과 오너들은 이때도 천문학적 부당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1999년부터 김상조 교수를 주축으로 삼성그룹과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벌인 이 두 사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 교수는 1999년부터 이 사건 뒤에 숨겨져 있던 불법과 편법들을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삼성SDS 사장 등 전·현직 CEO와 임원들을 배임으로 수차례 고발했고, 불기소처리 등을 하며 삼성 사건에 미온적이던 검찰을 상대로도 수차례 항고하며 맞섰다.
   
   삼성그룹과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연루된 이 두 사건은 10년여간 치열한 법적 논쟁을 이어왔다. 결국 2008년 삼성 특검을 통해 삼성SDS BW 헐값 발행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일가를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만들려는 시도였음이 밝혀졌다. 결국 김 교수는 2009년 대법원의 삼성SDS BW 헐값 발행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과, 뒤이어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선고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부상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간 이어진 삼성과의 질긴 관계를 통해 김 교수는 대중에게 ‘삼성 저격수’ 또는 ‘재벌개혁가’로 그려졌다. 사실 김 교수가 삼성과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향해서만 ‘재벌개혁’을 외쳤던 건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정의선 부자,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각종 불법과 편법, 불공정 행위들을 저질러온 다른 재벌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워왔다.
   
   이런 과정과 세월을 거치며 그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재벌개혁 연구에 정통한 시민운동가이자 경제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의 영입후보 1순위 중 한 명으로 꼽혀왔지만 적극적으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치권과 적당히 거리를 둬왔다. 관가에서도 핵심 요직을 맡지는 않았다. 대신 정부의 자문기구에 합류해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 김상조 교수가 최근 대중의 관심을 다시 받게 된 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다. 이 사태에 역시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면서다. 최순실과 삼성그룹·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뇌물이 건네진 의혹이 커지며 김상조 교수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됐다. 지난해 12월 김 교수는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 등 재벌과 비선 실세 사이에 벌어진 정경 유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당시 그는 “이제라도 재벌이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월 박영수 특검팀이 신청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직후에도 김 교수의 존재감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첫 구속영장 기각 후 그가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등장하면서다. 당시 “김상조 교수가 특검이 놓치고 있던 재벌의 편법 경영 실태에 대해 과외 선생 역할을 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파다했다.
   
   당초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방편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고, 이 작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최순실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부분만으로는 법원의 구속 결정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때 특검팀의 참고인으로 김 교수가 등장했고 그 직후 특검의 공략점이 달라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실제 특검은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화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등을 위한 부탁과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사안을 포함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에 이재용의 구속을 이끌어낸 결정적 아이디어를 준 당사자가 바로 김상조 교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설처럼 회자됐다.
   
   
▲ 지난 3월 15일 문재인 대선캠프 합류를 발표한 자리.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상조 교수. photo 뉴시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재부각
   
   그리고 지난 3월, 20여년을 학계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그가 갑자기 문재인 대선캠프행을 선언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동안 꽤 많았던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물리쳤던 김 교수는 왜, 어떤 경로로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한 것일까. 사실 김 교수가 정치권과 인연을 아예 맺지 않았던 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던 1997년 대선 당시에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합류해 6개월 동안 총무국장을 맡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20년 동안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김 교수의 문재인 대선캠프 합류의 시작점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던 그때 김 교수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많은 정치인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안희정 충남지사·김부겸 의원·남경필 경기지사·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그들이다. 주요 대선주자들 모두의 경제 교사를 자처한 셈이다.
   
   이 무렵 문재인 대통령과도 함께 공부를 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부를 했다. 이 공부 모임에는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상조, 김광두, 김호기 세 사람에게 캠프 영입을 제안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김상조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전까지 거취 결정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3월 10일 탄핵이 결정되자 캠프에 합류했다.
   
   1994년 이후 경제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 살아온 김 교수는 지난 3월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판에 들어섰고, 5월 17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발표되며 관가에 입성했다. 이렇게 삶을 바꾼 이유가 뭘까. 두 가지를 지목할 수 있다. 우선 대통령 보궐선거로 탄생한 새 정부는 인수위 없이 대통령 당선과 함께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그런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할 여건이 부족했던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수는 훈수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힌 듯하다. 실제 그는 지난 대선 기간 한 토론에서 “제3자로서 훈수 두는 듯한 태도로 사는 게 편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책임 있는 지식인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정치인 중 가장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와) 준비를 잘해온 문재인 후보가 다음 정부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조사국 부활 등 공정위 역할 강화 전망
   
   그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은 조국 서울대 교수의 청와대 민정수석 발탁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검찰개혁 메시지로 읽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재벌개혁이고, 이 메시지를 가장 강하게 전할 수 있는 게 김 교수라는 의미다.
   
   김상조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전보다 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조의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답이 숨어 있다. 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분명히 했다. 공정위의 대기업 관련 조사와 처벌 강화 의지를 내보였다. 이에 따라 김상조의 공정위는 ‘대기업 조사 전담부서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공정위의 가장 강력한 조직이던 ‘조사국’의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2005년 폐지됐던 조사국 부활을 통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조사 확대와 심심찮게 벌어지는 조사 방해 활동에 대한 처벌 강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 최전선에 투입될 공정위 내 조사국의 기반부터 안정적으로 다지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벌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황제 경영, 부당한 이익 편취 문제 해결 역시 김상조의 공정위가 가장 먼저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그는 일감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오너일가의 부당한 이익 편취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문 대통령 역시 공약을 통해 공익법인이나 우회출자 등을 악용한 재벌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행위를 막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와 총수 일가에 대한 노골적인 일감몰아주기 등 재벌 관련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SK, LG’ 등이 김상조 공정위의 핵심 관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재벌 사이에서도 현재 양극화가 심화돼 있는데 30대 재벌 중 전체 자본의 약 절반이 이들 4대 재벌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조 교수는 날이 서 있지만 유연하고 합리적인 개혁 지향 학자로 불린다. 관련법이 없어서라기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에 개혁이 순탄치 않았다는 신념도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사실이 발표된 후 김상조 교수는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이유는 공정한 시장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최대한 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재벌개혁가이자 학자였던 김상조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어떤 개혁적 행보를 보일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

2475호

2475호 표지

지난호보기 정기구독
유료안내 잡지구매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찾기
호르반
미래에셋
CGV-시인의사랑
삼성전자 갤럭시 s8
조선토크 브로슈어 보기

주간조선 영상 more

이어령의 창조이력서 연재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