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질 청와대 국가안보실 ‘라인업’이 진용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통상 전문가인 정의용 전 제네바 대사를 임명했다. 5월 24일에는 안보실 산하 1차장에 이상철 성신여대 안보학과 교수를, 2차장에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을 각각 기용했다. 육사 38기인 이 차장은 육군 준장 출신으로, 안보 분야를 맡는다. 김 차장은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감 국민성장’의 연구위원장과 현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장을 맡는 등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다. 정치권에서는 김 차장이 외교부 장관에 강경화 전 유엔 정책특보를 추천했다고 얘기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당초 청와대 초대 안보실장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1순위로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교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맡는 선에서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문 특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24조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잠정 중단해야” “장기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 등과 같은 대북제재 상황과는 상충되는 정책 방향을 거론했다. 안보실과 특보 인선을 통해 현 정부가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긴 했지만, 문 특보의 발언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반발을 샀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 5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교수 주장대로라면, 유엔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를 이루는데, 피해 당사자인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등을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도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걱정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 정책 방향을 바꾼다면 자칫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가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대화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인상을 줌으로써 한·미 간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는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렀다. 이날 북한은 오후 5시경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최대 사정거리가 2000㎞에 이르는 북극성-2형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 조선중앙TV는 “북극성-2형 무기체계의 부대 실전 배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양산 자택에서 접한 문 대통령은 전날 임명된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복귀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정부 출신 한 인사는 “문 대통령이 추도식 하루 전날 봉하를 다녀오시는 방안을 일각에서 거론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강원도 최전방에서는 북한에서 날아온 미확인 비행체로 인해 전투기가 출격하고 기관총 수백 발이 발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주일 만에 북한은 2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휴전선 인근에서는 F-15K가 출격하는 비상 상황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해 북한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대통령의 안보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은 설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초반 탈권위와 소통 행보로 박수를 받고 있지만 안보에는 허니문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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