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뒷북’ 감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은 지난 6월 13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을 위법 또는 부당하게 처리한 28명의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에 대해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감사는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진행됐다. 감사는 지난 1월 17일부터 3월 10일까지 50여일간 진행됐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뒷북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조선은 2016년 11월 28일자(2434호)에서 커버스토리 ‘감사원은 뭐했나?’로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다룬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국정농단의 징후는 2015년부터 나타났다. 이를 포착하고 제어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감사원이 먼저 반성하고 인적쇄신을 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부 말단 공무원까지 샅샅이 뒤져 징계조치를 했다는 것을 보고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회에서 감사를 의뢰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은 2014년부터 추진됐다. 부당지원 및 은폐 사례로 지목된 늘품체조의 경우 2014년 6월 문화부 실세였던 김종 전 차관의 지시로 시작됐다. 국회에서 감사를 요청하기까지 적어도 2년6개월의 시간이 있었지만 감사원은 이런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다. 만약 감사원이 이번에 적발한 79건의 위법 또는 부당 업무처리 가운데 일부라도 선(先)제어했더라면 최순실 국정농단이 지금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처에 대한 기관 운영 감사가 매년 실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손 쳐도 감사원 감사가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대목이다.

감사원이 최근까지 문화부와 산하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를 살펴보면 유독 최순실 관련 사안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동극장 등 문화부 일부 산하기관의 전기료 납부 문제까지 송곳 같은 감사를 해온 감사원이 최순실 관련 사안에 둔감했던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건 아닐까. 감사원이 정권과 실세의 눈치를 살펴 감사를 선별적으로 진행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황찬현 감사원장, 이완수 사무총장 등 감사원 수뇌부는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번 감사는 국회 국정조사청문회, 검찰 및 특검 수사 등을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드러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감사원이 “정답을 알고 시험을 친 격”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그럼에도 감사 기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국회가 문화부 등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감사원은 당초 2월 말까지 감사를 끝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 발표는 계속 미뤄졌다. 50여일에 걸친 감사가 종료된 뒤에도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다시 90일이 걸렸다. 감사원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감사 결과가 발표된 건 석연치 않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말고 행정부를 감시하라는 의미에서 독립성을 보장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권의 눈치를 보고 그에 부합하는 감사를 선별적으로 진행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한다. 과거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도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결과를 내놓다 보니 1차 감사와 2차 감사의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중앙과 지방정부의 문제점을 수시로 감시한다. 감사관들은 담당부처나 산하기관을 늘 예의주시해야 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제동을 걸어야 예산낭비를 막고 국정농단과 같은 사안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감사원이 외부 눈치를 보고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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