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호남권 타운홀 미팅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후보자들. 왼쪽부터 홍준표, 신상진, 원유철.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1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열린 호남권 타운홀 미팅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 후보자들. 왼쪽부터 홍준표, 신상진, 원유철.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대선에 패배한 야당들은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난항을 겪으면서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과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형국이다. 바른정당은 여전히 국민적 관심도가 낮아 고민이다. 정의당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정책과 인사에 대체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한국당, 계파 대립으로 날 새고

국회 의석 107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계파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최근 돌아와 당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당대표 경선에 나선 친박계 의원들이 설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20일 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홍 전 지사는 “친박 프레임을 벗어야 한다”며 “국정 파탄에 앞장섰거나 관여했던 사람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홍 전 지사는 그러나 “이 친박의 성격을 국정 파탄을 일으킨 핵심 친박과 국정 지지 세력인 나머지 친박으로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원유철 의원은 “그런 분에게 우리 당의 운영을 과연 맡겨도 되는 건지, 우리 당 대표를 맡겨도 되는 건지, 저는 아니라고 본다”며 “홍 전 지사가 (대선에서) 받은 24%, 그것이 우리의 한계였는데 영남 외에는 사실상 모두 참패였고 대한민국 절반을 차지한 서울·경기·인천에서는 모두 3위였다”고 했다. 당대표 경선 후보인 신상진 의원도 “홍 전 지사가 ‘친박 물러가라’ 했는데, 그렇게 하면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아무리 나쁜 집단이라도 잘라낼 수 있으면 결기를 갖고 할 건 해야 하지만 하지도 못하고 분란만 일어나면 국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친박과 비박계 사이의 감정적 앙금이 여전한 상태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런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의 주류는 여전히 친박이지만, 비박계가 홍 전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첨예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여 공세에서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신변과 정책에 관련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대응이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과 비교해 온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우리가 10년간 여당을 하다가 야당을 하게 되니 요새는 ‘멘붕(멘탈붕괴)’ 상태라 힘도 없고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김 후보자를 향해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가 본인의 공약을 지켜줘야 야당도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두고 국회 핵심 관계자는 “오랫동안 여당으로 지내왔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어떤 심리적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했다.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고 비판하는 박주선 비대위원장. ⓒphoto 뉴시스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고 비판하는 박주선 비대위원장. ⓒphoto 뉴시스

국민의당, 호남 민심과 야당 정체성 사이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이 가장 큰 고민이다. 당 소속 의원 대부분이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 정책과 인사에 반대로 일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21일 광주를 찾아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신과 가치를 실현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지만, 준비부족과 역량미흡으로 기대를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약속했던 공약을 폐기하고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인기 위주 행보만 하고 있는데, 이런 행태는 적폐정권의 국정운영 방식과 차이가 없으며 신(新)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협조할 것은 대범하게 협조하면서 야당으로서 옳고 바른 정치를 하도록 강력한 야당, 원칙 지키는 야당으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드러난 발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국민의당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2중대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민주당도 이런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광주에서 가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께서 ‘준(準)여당’을 선언하셨다”며 “대통령과 여권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매우 반가운 말씀”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반발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박 위원장 발언 진의는 국민이 만들어준 제3정당으로서 정부·여당이 잘한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일에는 제대로 비판하겠다는 것”이라며 “발언 본질을 왜곡해 터무니없는 해석을 붙이는 민주당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바른정당, 낮은 관심도 극복 고민

국민의당 한 호남 중진 의원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초반 정책과 인사에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전국적 지지율은 물론 호남 지지율도 매우 높아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며 새로운 의혹을 많이 제기했지만 정작 당 지도부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들 사이에도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서로 생각이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6월 26일 새로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치른다. 이혜훈·하태경·정운천·김영우 의원이 후보로 등록했다. 지상욱 의원도 등록했으나 최근 가족의 건강 문제로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했다. 문제는 흥행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홍준표 전 지사가 거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바른정당은 그럴수록 국민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새로운 보수의 틀을 우리 당이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데 정작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했다.

사실, 낮은 지지율은 바른정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의 공통된 고민이다. 한국갤럽의 6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0%였지만, 자유한국당은 10%, 국민의당은 정의당과 같은 7%, 바른정당은 5%에 불과했다. 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싶어도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관성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층의 이른바 ‘문자폭탄’도 많은 야당 의원에게 심적 부담이 되고 있다. 국회 핵심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야당 의원들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문자폭탄’ 때문에 고충을 토로했다”며 “적극적 지지층이 문 대통령과 여당에 비해 매우 적은 야당들로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돼도 꽤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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