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4대강 사업 공익감사 청구서 접수를 위해 감사원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4일 4대강 사업 공익감사 청구서 접수를 위해 감사원을 방문한 환경단체 관계자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촉발된 4대강 정책감사가 곧 시작된다. 감사원은 ‘정치감사’ 논란을 의식한 듯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를 명분으로 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감사원 측은 6월 내로 예비조사를 마무리하고 늦어도 7월 중 실지감사(현장확인)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 총 23조원을 투입해 4대강 주변을 정비한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사업 초기부터 환경오염과 졸속추진 등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는 이번이 4번째다. 단일 사안을 두고 4차례에 걸쳐 대대적 감사를 벌이는 건 감사원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점검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4대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녹조라테’로 불리는 4대강의 녹조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관련 2011년 1월 2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1차 감사 결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다양한 문제가 노정(露呈)됐음에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감사 결과가 나와 4대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간조선은 4대강 사업에 대한 4번째 감사의 직접적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감사원의 1차 감사 결과를 토대로 4차 감사의 방향성을 예측해 봤다.

감사 발표까지 왜 1년씩 걸렸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첫 번째 감사는 2010년 1월 25일부터 2월 23일까지 약 20일(공휴일 제외)간 진행됐다. 당시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토목·수자원 및 환경분야 감사 전문 인력 11명을 투입, 국토부 등을 대상으로 20일간 실지감사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당시 홍수 및 가뭄 극복 등을 위한 사업계획 수립의 적정성 및 공사발주·준설계획의 타당성 등을 중점 점검했다고 한다.

이 감사 결과는 1년이 지난 2011년 1월 27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보통 감사원 감사는 실지감사부터 결과 발표까지 8개월가량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감사원은 당초 2010년 9월경에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국토부의 기술적 이견 때문에 발표 시기를 연기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익명의 감사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감사는 6~8개월 정도가 걸린다. 1년의 감사 기간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는 실지감사 이후 내용을 정리하고 대상 기관의 의견을 듣거나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로 종결된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는 2010년 9월을 전후해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예산삭감 등의 요구가 빗발칠 것을 우려해 발표 시점을 인위적으로 연기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2011년도 4대강 예산안 처리는 매우 중요했다. 4대강 관련 본예산이 그해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1차 4대강 감사 결과에는 이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감사원이 2011년 1월 27일자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는데도 사업계획 규모를 변경하지 않았다” “하천 시설물의 규모를 줄여 사업비를 아낄 수 있는 사례도 있다” “공사 입찰 과정에서 계약금액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는 식으로 예산 과잉의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다. 결국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 발표됐다.

또 당시 감사 관련 보도자료에는 치수 안정성과 댐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사례들이 나와 있다. 당시 야당은 환경문제와 보의 안정성 등을 이유로 4대강 사업의 졸속추진을 문제 삼고 있었다. 만약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10년 9~10월경, 즉 국정감사 기간에 발표됐다면 야당의 문제제기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연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만약 1차 때 제대로 감사했다면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사업 추진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1년여에 걸친 감사원 감사 결과, 처분사항은 20개 사항 29건이었다. 1년여에 걸친 감사 기간에 비해 “처분사항이 적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런 지적에 대해 감사원은 “당시 감사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됐다. 국토부가 감사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바람에 추가 기술검증이 필요했다.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국토부의 반발을 고려해 4개월간 보충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준 것 역시 이례적이긴 마찬가지다. 2011년 1월 감사원은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담당부서인 건설·환경감사국이 직접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감사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은 얼마 뒤 국무총리가 됐고 정창영 당시 사무총장은 코레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감사원은 ‘감시’가 본연의 업무다. 국가 예산이 투입된 사업의 타당성, 행정절차와 인력운용의 적정성, 사업 과정에서 불탈법 유무 등을 감사하는 게 존재의 이유다. 그러나 2011년 1월 27일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당시 감사원은 감사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까지 첨부하며 4대강 사업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폈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오히려 일부 사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거나 “과거보다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는 식의 감사 결과를 발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감사원이 문제점을 찾아 이를 지적하는 건 본연의 임무다. 감사 결과 문제가 없다면 해당 사안은 언급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그런데 ‘문제없다’는 표현을 써가며 여러 제기된 의혹을 변호했다. 감사원 직원은 옷 벗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런 내용이 언론 보도자료에 포함되려면 국장급 이상의 언질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감사업무를 담당했던 국장과 과장은 감사원을 그만둔 상태라 직접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감사원 보도자료에 포함된 문제의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한편, 사업추진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대해 검토한 결과…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문화재 조사의 경우 1차 감사 결과에서 절차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새롭게 진행된 감사에서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2013년 국회의 요구로 진행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감사에서 “일부 사업구간의 지표조사와 보존대책 이행이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걸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실 감사, 정권을 위한 감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1차 감사 때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각종 법적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모니터링해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1차 조사 때와 2013년 문화재 관련 조사 결과가 상이하다”는 주장에 대해 감사원 측은 “사업 시행 전과 종료 이후라는 시점의 차이가 있다. 감사 결과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특별 보도자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09년 6월 국토해양부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본격 시작됐다. 이후 6개월여가 지난 시점에 감사원이 1차 감사를 실시한 셈인데, 이때까지 각 부처에서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등을 완벽하게 실시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예비타당성조사 정도는 가능했겠지만 나머지 사안은 시간이 부족했다. 감사원이 살펴볼 자료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법적 절차 이행에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표현을 넣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에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시각이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당시 국토부의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고 감사원은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직 환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명박 정부 시절 워낙 강하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강의 경우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환경평가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의 현장조사가 필요하다. 그걸 제대로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실토했다.

감사원이 환경영향평가 등의 사안을 정밀 검증한 것처럼 오해 살 만한 감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4대강 사업 추진이 수월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만약 감사원 감사 결과가 없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사원 김태우 부대변인의 해명이다. “그 당시에는 4대강 사업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반발 여론이 강했다. 1차 감사 때는 일을 제대로 했느냐, 안 했느냐를 본 게 아니고 법적 절차를 따르고 있느냐는 것만 살펴봤다. 국민적 의혹에 답하는 차원이었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정권을 대신하여 4대강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나선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실제 사업에 대한 감사를 한 게 아니라 법적 절차만을 살펴본 뒤 “문제없다”는 입장을 달면서, 마치 4대강 사업 전체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여당 일각에서는 “당시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했다면 4대강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감사원이 보도자료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감사원 측은 “1차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그런 식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4차 감사, 과거 결과 뒤집을까

감사원은 오는 7월 4번째 4대강 본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예비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인력 투입 등의 구체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감사원 안팎에서는 70명 안팎의 대규모 감사팀이 꾸려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감사 전문가는 “새 정부가 주문한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인력을 투입해 원칙대로 감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권여당에서는 이번 4대강 감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감사원 수뇌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북 영덕 출신의 현 이완수 사무총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다. 황찬현 감사원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초까지다.

이번 감사의 핵심은 국토부, 환경부 등 담당 부처에 대한 감사보다 그동안 감사원이 내놓은 1~3차 감사 자료가 어느 정도 수정될지에 있다. 이번 정책감사는 4대강 설계부터 완공까지 모든 과정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감사원도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측은 “감사원이 말 바꾸기를 한 적은 없다. 원칙대로 감사해왔다”고 주장했으나 1~3차 감사 결과가 조금씩 달라진 건 부인할 수 없다. 집권여당 일부 인사들은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 내부의 정권 눈치 보기식 감사 같은 폐단을 걸러내야 한다. 그래야 감사원의 독립성도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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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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