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세네갈 다카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photo 위키피디아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한 세네갈 다카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 ⓒphoto 위키피디아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Le Monument de la Renaissance Africaine)’이라는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기념상은 2010년 세네갈의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높이 49m인 이 기념상은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높이 46m)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예수상’(높이 38m)보다 크다. 이 기념상은 북한의 만수대창작사가 2700만달러를 받고 제작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200여명의 기술자들을 세네갈에 파견해 이 기념상을 세웠다. 만수대창작사는 예술가 1000명을 포함해 4000여명이 일하고 있는 거대한 ‘예술공장’이다. 특히 만수대창작사는 외화벌이를 위해 아프리카를 비롯해 동남아 등에서 조각상 등 각종 예술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독재자였던 압둘라예 와데 전 세네갈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이 기념상은 북한과의 밀접한 관계를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세네갈은 1974년 수교한 북한과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랬던 세네갈 정부가 최근 만수대창작사의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관련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입국과 단기체류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세네갈 정부의 이런 조치는 만수대창작사가 기념상 제작비로 받은 자금이 북한의 핵 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 때문이다. 세네갈 정부는 또 북한 외교관들의 은행계좌를 1개로 제한하는 조치도 내렸다.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꺼내나

호주 정부는 최근 북한이 외국인에게 가하는 제약, 여행자들에게 적용되는 매우 다른 북한의 법률과 규정,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간헐적인 위협 등을 지적하며 자국민들에게 북한 여행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호주 정부는 앞으로 더욱 강력한 여행 제한 조치를 추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0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서방 국가 관광객들은 5000여명으로 추정된다. 북한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중요한 외화수입원이다. 호주 정부는 또 지난 6월 2일 북한인 5명에 대해 자국 여행금지와 금융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국영기업의 임원들이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들을 위반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자체적인 제재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도 최근 자국민들에게 북한 여행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들이 북한을 여행하다가 사고 등을 당할 경우 북한에 외교 대표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사 지원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취업허가가 끝나거나 합법적인 취업허가 없이 일해온 북한 노동자 296명을 추방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의 건설현장과 탄광 등에서 외화벌이를 해왔다. 이들은 월급의 90%를 상납해왔고 심지어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의 유지비까지 조달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유일한 북한 식당인 고려관도 문을 닫았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한때 국교 단절이 거론될 정도로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420만달러에 달했던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교역도 대폭 줄어들었다. 다툭 아마드 마슬란 말레이시아 무역산업부 차관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말레이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말레이시아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1%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각국이 이처럼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이면에는 미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미국은 외교·안보·경제적 조치로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강력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5월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최소화하고 돈줄 차단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 이 중 인도네시아·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말레이시아 5개국은 평양에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두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2차 제재)이란 카드를 꺼낼 방침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6월 13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설득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만일 상대국이 북한과의 교역이 5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답하면, 이를 200만달러로 줄일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거래하는 사례가 포착되면 해당 정부에 이 사실을 공개하고 자국 법으로 처리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하지만 정보를 제공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취하길 원치 않거나, 취할 능력이 없는 나라들이 있으면 미국은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이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 ⓒphoto Dentsche Welle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이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 ⓒphoto Dentsche Welle

미국의 당면한 최고 위협은 북한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올 코트 프레싱(all court pressing·전면 압박)’ 작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의 ‘제1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12일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국이 당면한 최고의 위협으로 북한을 지목했다. 또 다른 이유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로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06년 첫 번째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유엔 안보리는 그동안 대북 제재를 강화해 왔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없었다. 북한의 지난해 교역 규모는 66억달러에 달했다. 각국과의 교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중국(61억달러)·인도(1억4500만달러)·필리핀(8900만달러)·러시아(8400만달러)·태국(5300만달러)·파키스탄(4900만달러)·부르키나파소(3400만달러)·도미니카(2000만달러)·베네수엘라(1600만달러)·칠레(15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북한은 또 47개국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이들 국가에 주재하는 북한대사관은 주로 식당 운영, 건물 임대, 무기 판매, 마약 밀매 등으로 김정은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이 각국의 주재 대사관들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연간 15억~23억달러로, 이 중 60~90%는 ‘충성 자금’ 형태로 김정은 정권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식당은 12개국에서 100여곳이 운영되고 있다. 북한 식당들도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다. 북한은 또 50여개국에 6만여명의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15억~23억달러로 추정된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 실시해온 것은 북한과 교류하는 국가들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외교·무역 관계를 지속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압박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을 지원할지 아니면 우리를 도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서 “만약 북한을 지원하면 우리는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완전하게 고립시켜 핵·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아직까지 국가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는 국가와는 외교·경제적 관계를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박과 제재 강화에 발 맞춰 의회도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에서 찬성 419 대 반대 1표로 통과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 법안(H.R.1644)’은 원유·석유제품의 대북 판매·이전 금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외국 기업 직접 제재, 도박·음란 인터넷 사이트를 포함한 북한의 온라인 상업행위 차단, 외국 은행의 북한 금융기관 대리계좌 보유 금지, 북한산 식품·농산품·직물과 어업권 구매·획득 금지, 전화·전신·통신 서비스 대북 제공 금지, 북한산 물품의 미국 수입 금지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북한의 국제금융망 차단 불이행자 목록, 북한 송출 노동자 고용 외국인 및 외국 기관 목록, 북한 선박 및 운송 제재 불이행 목록, 타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 현황 등을 정부가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 위원장은 “새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 정권과 거래하는 자들을 추적하고 제재함으로써 미국 정부에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상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의회가 이런 법안을 마련한 것은 트럼프 정부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다.

에콰도르, 북한 비자면제 폐기

트럼프 정부의 올코트 프레싱 작전이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각국에서 북한의 돈줄을 끊거나 교류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최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 경내에 있는 호스텔의 영업을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북한대사관은 2004년부터 건물 1개 동을 호스텔 운영 업체에 임대해주고 매달 4만유로의 수익을 올려왔다. 북한은 유럽권의 부동산 임대료가 비싸다는 점을 악용해 폴란드·루마니아 등에서 공관 건물 일부를 외부 업체에 임대해 외화벌이를 해왔다. 독일 정부의 조치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대북 제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 정부는 북한을 비자 면제 대상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북한인들이 비자 없이 에콰도르에 입국해 90일간 체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북한인은 그동안 에콰도르에 무비자로 입국한 후 외화벌이를 해왔다. 국경 개방 정책을 취해온 에콰도르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자 면제를 폐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에콰도르와의 외교 관계 수립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에콰도르 정부의 조치로 북한에 대한 비자 면제국은 38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불가리아·체코·루마니아 등 동유럽 3국은 북한 노동자 고용을 중단했다.

원유 공급 중단 방안도 추진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원유의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원유와 석유 제품 등 필수품 공급을 불허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원유를 차단하려는 노력은 최대 공급자인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없으면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원유 공급 차단은 북한에 대한 초강수 제재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10여개 중국 기업의 명단을 중국 정부에 넘기고 이에 대해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5000여개 기업이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의 무역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을 처벌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검찰은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돈세탁을 대신해준 중국 기업인 밍정(明正)국제무역회사를 기소하고 법원에 관련 자금 190만달러에 대한 압류를 요청했다. 선양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중국 계좌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 뒤 북한에 자금을 이체했다. 190만달러는 미국 정부의 북한 자금 몰수로는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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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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